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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23 18:27 수정 : 2016.11.23 21:05

진보정당은 헌법이 정한 원칙을 지키고 절차를 추진하는 데도 우물쭈물하는 보수야당들을 계속 다그쳐서 시민혁명의 승리를 관철해야 한다. 진보정당은 계속해서 거리와 광장의 민심이 제도정치로 진입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진보정당은 이미 정치생명이 다한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 체제’가 시민혁명의 진짜 극복 대상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대통령 퇴진 운동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1987년 6월 항쟁을 떠올린다. 민주공화국을 요구하거나 지키려는 치열함에서 30년 전 그때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한 세대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다른 점도 많다. 다행인 것은 대체로 시민의 역량이 강화되는 방향에서 바뀐 게 많다는 사실이다. 촛불 시민은 6월 항쟁 때는 꿈도 못 꿨을 온라인 네트워크로 무장했다. 시민의 편에 선 언론 역시 6월의 거리에는 없었던 참으로 소중한 아군이다.

바뀐 게 또 하나 있다. 진보정당이다. 6월 항쟁 때도 진보좌파는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들은 힘이 미약했을 뿐만 아니라 공개 활동을 할 수도 없었다. 대개 비합법 지하 단체 신세였다. 대중의 눈앞에서 활동하며 민심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대안은 김대중, 김영삼이 이끄는 보수야당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진보정당들이 존재하며, 퇴진 운동에서 나름의 활약을 하고 있다. 정의당은 원내 야당들 중 가장 먼저 촛불시위에 결합했고, 민주당, 국민의당이 퇴진 민심을 수용하도록 압박했다. 12일 서울 집중 시위가 끝난 뒤에도 정의당은 가장 기민하게 국회 주도의 퇴진 실행 계획을 제시했다. 원외 정당인 노동당, 녹색당 등은 항상 시위 행렬의 맨 앞에 서서 시민의 든든한 원군이 되고 있다.

아쉽고 안타까운 점도 많다. 진보정당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보수야당의 대선 주자들에 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다. 이미 여러 대선 주자가 부각된 보수야당들과 달리 대선 후보로 인정받을 만한 인물을 세우지 못한 것도 지금 같은 준대선 국면에서는 커다란 약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진보정당보다는 오히려 보수야당에서 진보적인 발언을 하는 후보가 더 괄목할 지지도 상승을 보인다.

하지만 진보정당이 당장 관심의 중심에 서지 못한다고 의기소침하거나 조바심 낼 때는 아니다. 더 나은 책략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도 아니다. 지금은 시민혁명의 와중이다. 시민혁명은 시작됐지만 성패와 행로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긴장된 국면이다. 이런 시기에 진보정당이 해야 할 고유한 역할이 있다. 진보정당은 우선 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서 30년 전과 달리 자신이 존재함으로써 시민혁명이 얼마나 더 성숙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그 역할이란 무엇인가? 진보좌파의 뿌리는 시민혁명의 원칙파, 급진파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민혁명 이념인 자유, 평등, 연대를 어떠한 조건이나 예외 없이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세계 진보좌파의 출발점이었다. 진보 이념이 무엇인지 복잡한 이야기가 많지만, 큰 줄기는 여전히 이 출발점을 맴돈다. 그렇다면 시민혁명이 새로운 얼굴로 반복될 때마다 진보정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것은 주저 없이 시민혁명의 원칙파이자 급진파로 나서는 일이다.

일단 지난 몇 주 동안 진보정당들은 이 과업에 진지하게 임했다.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첫째, 헌법이 정한 원칙을 지키고 절차를 추진하는 데도 우물쭈물하는 보수야당들을 계속 다그쳐서 시민혁명의 승리를 관철해야 한다. 보수야당들은 여러 대선 주자들이 경쟁하는 반면 진보정당은 그렇지 않은 상황을 도리어 장점 삼아 퇴진 운동 세력의 공조를 유지하는 데 앞장설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진보정당은 계속해서 거리와 광장의 민심이 제도정치로 진입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광장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의사당의 일부인 것이 진보정당의 숙명이고, 모순이자 존재 의의다. 진보정당이 통로 노릇을 제대로 해서 민주 항쟁의 성과가 보수정당들끼리 합의한 개헌으로 왜소화됐던 30년 전 과오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

셋째, 진보정당은 이미 정치생명이 다한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 체제’가 시민혁명의 진짜 극복 대상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박근혜 체제의 기둥은 재벌, 선출되지 않은 고위 관료 권력, 보수 언론 그리고 새누리당이다. 낡은 체제의 버팀목들은 오직 민(民)의 권력과 권리가 강화될 때에만 와해될 수 있다.

이런 궁극의 과제가 선명히 부각될 때에야 비로소 진보정당의 본격적인 무대가 열릴 것이다. 그때까지는 거리와 광장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촛불을 놓지 않는 게 진보정당이 해야 할 몫이다. 다시 말하지만, 진보정당이란 다름 아니라 시민혁명의 원칙파, 급진파이기 때문이다.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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