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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9 18:15 수정 : 2018.04.19 19:49

멕시코, 브라질 대선은 미국과 중남미의 오랜 비대칭적 관계가 과연 미래에도 지속될지, 아니면 변화할지 결정할 중대한 전장(戰場)이다. 두 나라 진보-민중 세력은 일극적 세계 질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올해는 유독 라틴아메리카에 대통령 선거가 몰려 있다. 극심한 정치 대립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올해 안에 대선을 실시할 예정이고, 오랜 내전에 종지부를 찍은 콜롬비아도 다음달 대통령을 선출한다. 그런가 하면 멕시코와 브라질이 각각 7월과 10월에 대통령을 뽑는다.

멕시코와 브라질이 같은 해에 대선을 실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통령 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두 나라 대선이 겹쳤다. 인구 2억에 남미 대륙 거의 절반을 점하는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국가다. 인구가 1억이 넘는 멕시코 역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국가 중 맏형이라 할 만하다. 그런 두 나라가 몇 달 간격으로 차기 정권을 결정하니 2018년은 가히 중남미의 미래를 결정할 운명의 해라 할 만하다.

지금 두 나라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격렬한 양상을 보인다. 멕시코에서는 2006년, 2012년 대선에서 모두 2위를 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여론조사에서 40% 이상 지지를 받으며 2위 주자를 20%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긴 이름의 머리글자만 딴 ‘암로’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본래 중도좌파 민주혁명당(PRD) 소속이었다. 그러나 민주혁명당 내 분란 때문에 2014년에 또 다른 중도좌파 정당 국가재건운동(MORENA)을 창당해 이번에는 이 당 후보로 출마했다.

아직 두 달 넘게 남았지만, 여론 추이를 보면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그리된다면, 이는 멕시코 역사에서 전례 없는 대사건이 될 것이다. 멕시코는 20세기 내내 제도혁명당이 장기 집권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2000년부터 12년간 국민행동당(PAN)이 집권했지만, 이 당은 제도혁명당보다 신자유주의 색채가 더 강했다. 제도혁명당 왼쪽의 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엄청나게 급진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는 복지 확대를 말하면서도 균형 재정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은 하되 기본적으로는 유지하겠다는 쪽이다. 폭력의 악순환을 낳는 군사작전 위주의 마약 근절 대책을 중단하겠다는 정도가 다른 정치세력과 크게 구별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가와 언론은 암로 돌풍에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 내심 이 돌풍이 꺾이길 바라는 마음도 읽힌다. 그만큼 미국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남쪽 이웃나라가 낯선 것이다. 어쩌면 멕시코 대선 지형을 뒤흔들려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시도될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대선이 반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더 남쪽 나라 사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브라질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노동자당(PT)의 룰라 전 대통령이 석연치 않은 부패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하지만 룰라는 옥중에서도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30~40%대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룰라 지지 양상은 역으로 그의 구속 이면에 어떤 기획과 의지가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브라질 기득권 세력은 2년 전 노동자당 소속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무리한 이유로 탄핵했음에도 룰라의 인기 때문에 여전히 잠들지 않는 노동자당 집권 가능성을 어떻게든 차단하려 한다. 무리한 법률 적용 때문에 브라질 사회의 계급갈등, 좌우대립이 더욱 격심해져도 아랑곳 않는다.

룰라-호세프 정부 역시 그다지 급진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의 중남미 지배 전략에 사사건건 토를 달고 중국, 러시아 등과 연대해 지구정치의 새로운 세력균형을 만들려 했다. 이것만으로도 미국한테는 룰라 정부의 재등장을 막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물론 브라질 정치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브라질 보수파가 룰라-호세프 정부와 달리 미국 주도 질서 안에 남길 열망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말하자면 올해 멕시코, 브라질 대선은 미국과 중남미의 오랜 비대칭적 관계가 과연 미래에도 지속될지, 아니면 변화할지 결정할 중대한 전장(戰場)이다. 두 나라 진보-민중 세력은 일극적 세계 질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이는 물론 두 나라만의, 중남미만의 현안은 아니다. 한반도의 우리가 2018년 지구 반대편 선거들에 눈을 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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