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필자는 3월 한 달 동안 언론으로부터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현재 주요 대권 후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사실 직업병 때문인지, 필자는 주요 후보자들이 하려는 말의 의도보다는 그들의 언어와 행태에 관심을 더 기울인다. 의도는 주장할 수 있지만, 언어와 행태는 인품과 정신의 증상이라 그 품격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의 홍보 영상을 보며, 그는 대중의 감정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을 했다. 비 오는 창가에 서서 얼굴에 난 긴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상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로 시작하는 영상은 유권자 각 개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동질성을 부여하는 데 적절했다. 감정이 움직이면 이성은 정서적 결정의 부속물이 될 뿐이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의 홍보 영상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어여쁜 아내가 친절하고 살뜰하게 챙겨주는 가운데, 쾌적하고 안락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고 휴식하는 한 남자. 보기에는 좋았으나, 국민 일반이 겪고 있는 실제 삶을 어떻게 저렇게 짚어 내지 못할까 싶어 안타까웠다. 한국의 중장년 부부들의 관계 현실과 감정에 무감한 그 사람을 대통령감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는 한 개인으로서의 인품에 관한 한 의심의 여지를 찾기 어려운 유일한 사람이다. 하지만 개인의 인품에만 의존한다면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너무 위험하다. 개인의 인품을 넘어 조직과 시스템의 품격을 어떻게 높일지 2017년 대선에서 두고 볼 일이다. 안희정 후보는 조금 안타깝다. 그는 지금 어쩌면 자기 자신이 아닌 어떤 것을 말하고 약속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의 이념은 포용과 통합을 축으로 하는 것 같다. 통합과 포용을 말하는 그가 보이는 태도는 그리 통합적으로도 포용적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토론에서 그는 종종 시선과 얼굴의 각도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말끝에 어색한 웃음을 웃을 때는 자기 자신이 원치 않는 말을 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 자신이 원하는 그것을 먼저 알고 확신하면 좋겠다. 하지만 흔들리는 그는 인간적으로는 매력적이다. 섬세하고 선한 사람으로도 읽힌다. 이재명 후보는 좀 더 안타깝다. 탄핵을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법치독재의 언어다. 토론에서 그는 종종 법률적 용어로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힘든 환경을 오직 자신의 힘으로 돌파해 변호사가 되었고, 법률가라는 권위는 자기 삶의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무기였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법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같다. 필자 눈에만 안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인자함을 아직 발견하기 어렵다. 심상정 후보는 쾌활하고 섬세하며 당당하고 부드럽다. 정신의 균형을 이룬 그를 보면 기분이 좋다. 다만 진보진영의 고루와 진부함을 그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다. 수많은 미국의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들이 대통령 후보 트럼프의 정신이 병리적임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를 선택한 미국인들의 증상이다. 결국 트럼프를 탓하기 전에 미국인의 정신을 탓하는 것이 먼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결국 대통령의 정신을 점검하기에 앞서 우리의 정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볼 일이다.
칼럼 |
[이승욱의 증상과 정상] 대통령의 인품 |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필자는 3월 한 달 동안 언론으로부터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현재 주요 대권 후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사실 직업병 때문인지, 필자는 주요 후보자들이 하려는 말의 의도보다는 그들의 언어와 행태에 관심을 더 기울인다. 의도는 주장할 수 있지만, 언어와 행태는 인품과 정신의 증상이라 그 품격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의 홍보 영상을 보며, 그는 대중의 감정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을 했다. 비 오는 창가에 서서 얼굴에 난 긴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상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로 시작하는 영상은 유권자 각 개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동질성을 부여하는 데 적절했다. 감정이 움직이면 이성은 정서적 결정의 부속물이 될 뿐이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의 홍보 영상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어여쁜 아내가 친절하고 살뜰하게 챙겨주는 가운데, 쾌적하고 안락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고 휴식하는 한 남자. 보기에는 좋았으나, 국민 일반이 겪고 있는 실제 삶을 어떻게 저렇게 짚어 내지 못할까 싶어 안타까웠다. 한국의 중장년 부부들의 관계 현실과 감정에 무감한 그 사람을 대통령감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는 한 개인으로서의 인품에 관한 한 의심의 여지를 찾기 어려운 유일한 사람이다. 하지만 개인의 인품에만 의존한다면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너무 위험하다. 개인의 인품을 넘어 조직과 시스템의 품격을 어떻게 높일지 2017년 대선에서 두고 볼 일이다. 안희정 후보는 조금 안타깝다. 그는 지금 어쩌면 자기 자신이 아닌 어떤 것을 말하고 약속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의 이념은 포용과 통합을 축으로 하는 것 같다. 통합과 포용을 말하는 그가 보이는 태도는 그리 통합적으로도 포용적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토론에서 그는 종종 시선과 얼굴의 각도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말끝에 어색한 웃음을 웃을 때는 자기 자신이 원치 않는 말을 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 자신이 원하는 그것을 먼저 알고 확신하면 좋겠다. 하지만 흔들리는 그는 인간적으로는 매력적이다. 섬세하고 선한 사람으로도 읽힌다. 이재명 후보는 좀 더 안타깝다. 탄핵을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법치독재의 언어다. 토론에서 그는 종종 법률적 용어로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힘든 환경을 오직 자신의 힘으로 돌파해 변호사가 되었고, 법률가라는 권위는 자기 삶의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무기였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법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같다. 필자 눈에만 안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인자함을 아직 발견하기 어렵다. 심상정 후보는 쾌활하고 섬세하며 당당하고 부드럽다. 정신의 균형을 이룬 그를 보면 기분이 좋다. 다만 진보진영의 고루와 진부함을 그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다. 수많은 미국의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들이 대통령 후보 트럼프의 정신이 병리적임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를 선택한 미국인들의 증상이다. 결국 트럼프를 탓하기 전에 미국인의 정신을 탓하는 것이 먼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결국 대통령의 정신을 점검하기에 앞서 우리의 정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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