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북-미 회담의 전격 취소 소식을 듣고 망연한 마음이 들었다. 통한의 10년을 보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통증을 앓는다. 만약, 만약에 전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의 재임이 2년 정도만 더 길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정말 부질없는 망상도 가져본다. 회담 재개 가능성이 속속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가져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경망스레 일희일비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나라의 주권, 종전과 평화의 결정권이 왜 다른 나라의 손에 맡겨져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이승만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서울은 안전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거짓말하고 한강다리 폭파한 뒤 자기 혼자 도망가 버렸다. 그 주제에 정전협정 안 하겠다고 강짜를 부려 결국 미국과 북한이 협정 당사자가 되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만 되지 않았다면, 남북한 당사자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주재하는 당사자였다면, 이렇게 승냥이 같은 미중일러의 갑질에 휘둘리며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옛일에 가정을 더해 현재를 말하는 것만큼 하릴없고 답답한 일도 없겠다. 그보다 더 답답한 마음은 문재인 정부가 정말 치밀하게 미국을 대했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물론 살얼음 밟듯 조심조심 최선을 다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시스템과 원칙과 협력으로 정치하던 오바마와 트럼프는 전혀 다른 인성을 가졌다. 미국의 정신의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공개적으로 트럼프가 자기애성 성격 성향이 병리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외국에서 일하는 동안 여러 형태의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작업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제는 자기를 확장하려는 데 있다. 자기 말을 잘 듣고,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조직을 가지는 데 가장 지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런 성격들 중에 기업가, 정치인, 단체의 대표들이 많다. 심지어 어느 연구는 미국 최고경영자(CEO)의 3분의 2 정도가 자기애성 성격 성향이 병리적 수준으로까지 강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저돌적이고 강인하고 독불장군처럼 보이지만, 심리적 근저에는 항상 깊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불안은 자신이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비난받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칭송하고 인정하는 사람을 곁에 두려 하고, 심정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의 말에 의외로 순종적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뚱한 얼굴이 눈에 걸렸다. 아무래도 저 인간이 일을 낼 것 같다는 불안감이 맴돌았다. 국내외 언론 보도를 보니 결국 북-미 회담 취소는 볼턴의 작품이었다. 나는 우리 정부가 어떤 전략으로 어떤 방식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미국을 중재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쉽게 왈가왈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협상국 대통령과 작업을 할 때는 주변 참모들까지 잘 요리하는 심리적 전략에도 면밀했으면 좋았겠다는 직업병적 바람이 든다. 적의 장수를 벨 일이 아니라 적장이 탄 말의 목을 베었어야 했다. 주권 없는 나라의 시민이 되어, 타국 대통령의 참모들 마음을 잡아야 했다는 비판도 하릴없고 서글프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이 글이 사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 |
[이승욱의 증상과 정상] 트럼프의 자기애와 한반도 평화 |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북-미 회담의 전격 취소 소식을 듣고 망연한 마음이 들었다. 통한의 10년을 보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통증을 앓는다. 만약, 만약에 전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의 재임이 2년 정도만 더 길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정말 부질없는 망상도 가져본다. 회담 재개 가능성이 속속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가져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경망스레 일희일비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나라의 주권, 종전과 평화의 결정권이 왜 다른 나라의 손에 맡겨져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이승만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서울은 안전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거짓말하고 한강다리 폭파한 뒤 자기 혼자 도망가 버렸다. 그 주제에 정전협정 안 하겠다고 강짜를 부려 결국 미국과 북한이 협정 당사자가 되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만 되지 않았다면, 남북한 당사자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주재하는 당사자였다면, 이렇게 승냥이 같은 미중일러의 갑질에 휘둘리며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옛일에 가정을 더해 현재를 말하는 것만큼 하릴없고 답답한 일도 없겠다. 그보다 더 답답한 마음은 문재인 정부가 정말 치밀하게 미국을 대했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물론 살얼음 밟듯 조심조심 최선을 다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시스템과 원칙과 협력으로 정치하던 오바마와 트럼프는 전혀 다른 인성을 가졌다. 미국의 정신의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공개적으로 트럼프가 자기애성 성격 성향이 병리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외국에서 일하는 동안 여러 형태의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작업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제는 자기를 확장하려는 데 있다. 자기 말을 잘 듣고,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조직을 가지는 데 가장 지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런 성격들 중에 기업가, 정치인, 단체의 대표들이 많다. 심지어 어느 연구는 미국 최고경영자(CEO)의 3분의 2 정도가 자기애성 성격 성향이 병리적 수준으로까지 강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저돌적이고 강인하고 독불장군처럼 보이지만, 심리적 근저에는 항상 깊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불안은 자신이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비난받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칭송하고 인정하는 사람을 곁에 두려 하고, 심정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의 말에 의외로 순종적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뚱한 얼굴이 눈에 걸렸다. 아무래도 저 인간이 일을 낼 것 같다는 불안감이 맴돌았다. 국내외 언론 보도를 보니 결국 북-미 회담 취소는 볼턴의 작품이었다. 나는 우리 정부가 어떤 전략으로 어떤 방식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미국을 중재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쉽게 왈가왈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협상국 대통령과 작업을 할 때는 주변 참모들까지 잘 요리하는 심리적 전략에도 면밀했으면 좋았겠다는 직업병적 바람이 든다. 적의 장수를 벨 일이 아니라 적장이 탄 말의 목을 베었어야 했다. 주권 없는 나라의 시민이 되어, 타국 대통령의 참모들 마음을 잡아야 했다는 비판도 하릴없고 서글프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이 글이 사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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