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하디즘이란 하드바를 찬양하는 주의(하드+이즘·ism)다. 하디즘은 하드바의 모든 가치와 촉감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우리의 신념이자 종교이며, 지구온난화로 가중되는 21세기의 무더위와 열대야를 공격하고 엄단하는 전략이며 전술이다. 난 하디스트다. 하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디스트는 냉면과 물놀이, 등목, 수박 화채, 팥빙수 등과 같은 아류 피서책들을 배격한다. 그러한 것들은 하드가 단돈 1000원에 해내는 것을 너무나도 비싸게 혹은 너무나도 번거롭게 해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하디즘의 주적은 더위가 아니라 소프트아이스크림이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이 하드의 가장 가까운 범주에서 그와 겨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하디스트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의 그 느끼함과 순백을 가장한 가식,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녹아버리는 그 소심함을 경멸한다. 그것은 충분히 하드하지 않다. 하드의 단단함은 우리 신념의 굳건함이다. 그것은 피서계의 군인정신 같은 것이다. 하드는 펄펄 끓는 자오선을 행진하는 죽음의 군대와도 같다. 소프트가 어르고 달랠 때, 하드는 공격하고 처단하고 끝장낸다. 당신의 더위를, 당신의 혈당을. 열대야에 상처받은 고주망태들에게 물어보라. 알코올 분해를 위해 선택하는 것이 기껏해야 혀 위에서 아양을 떨다가 더부룩함을 남길 부라보콘인가, 아니면 그 마지막 한 놈까지 책임지고 물어 죽이고 마는 혈당 터미네이터인 죠스바인가. 고로 하디즘 선언문 1조 1항. 하드는 딱딱해야 한다. 하드의 본질은 딱딱함이다. 하드는 대쪽과 같은 정직함으로 승부한다. 하드는 부러질지언정 쓰러지는 법이 없다. 쓰러지는 건 햇빛에 굴복하여 녹아버리는 소프트나 할 일이다. 좋은 하디스트는 하드를 빨아 먹지 않는다. 녹아내림은 하드에겐 수치이고 굴욕이기 때문이다. 좋은 하디스트는 하드의 운명을 과감히 결단해준다. 이빨로 깨뜨려라. 입안에 넣고 돌려줘라. 당신의 혀 상피세포를 과일 입자와 함께 죽여라. 그것이 당신의 피서를 위해 기꺼이 사멸코자 하는 하드를 위한 최대한의 경의다. 하디즘 선언문 1조 2항. 하드는 상큼해야 한다. 모든 군인은 걸그룹을 사랑한다. 하드의 상큼함은 군부대에 위문공연을 온 블랙핑크나 여자친구와도 같다. 하드의 경직성은 그 상큼함으로 균형 잡혀야 한다. 하디스트는 과일 맛을 사랑한다. 과일은 상큼발랄 팬시통통하기 때문이다. 하드바의 곧게 뻗은 선에 대조되는, 입안으로부터 시작해 온몸의 시냅스를 사로잡는 상큼함은, 마치 12개 중대가 블랙핑크의 발랄한 춤사위를 중심으로 따라 부르는 떼창 같은 것이다. 아아 상큼해. 상큼해 미치겠네. 하디즘 선언문 1조 3항. 하드는 통일적이어야 한다. 상큼함은 불균질을 통일시킨다. 2항이 전략의 다양성을 뜻한다면, 3항은 전략의 통일성을 뜻한다. 과일 맛의 경우, 상큼함은 껍질부터 씨앗까지 이르는 그 모든 불균질한 입자들을 통일시킨다. 하디스트는 동물 맛을 매우 사랑한다. 내장부터 피부까지 통일시키는 잔혹한 상큼함이 돼지바에 있다. 가장 미학적인 통일은 보석바다. 그것은 크리스털 결정체의 형태로 입자들을 통일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배반자들이 있다. 소프트와 하드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서주 아이스바나 쌍쌍바와 같은 동지들이다. 그들은 소프트의 첩자인가, 아니면 하드의 첩자인가.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만국의 하디스트여, 단결하라!
칼럼 |
[김곡의 똑똑똑] 하디즘 선언문 |
영화감독 하디즘이란 하드바를 찬양하는 주의(하드+이즘·ism)다. 하디즘은 하드바의 모든 가치와 촉감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우리의 신념이자 종교이며, 지구온난화로 가중되는 21세기의 무더위와 열대야를 공격하고 엄단하는 전략이며 전술이다. 난 하디스트다. 하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디스트는 냉면과 물놀이, 등목, 수박 화채, 팥빙수 등과 같은 아류 피서책들을 배격한다. 그러한 것들은 하드가 단돈 1000원에 해내는 것을 너무나도 비싸게 혹은 너무나도 번거롭게 해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하디즘의 주적은 더위가 아니라 소프트아이스크림이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이 하드의 가장 가까운 범주에서 그와 겨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하디스트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의 그 느끼함과 순백을 가장한 가식,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녹아버리는 그 소심함을 경멸한다. 그것은 충분히 하드하지 않다. 하드의 단단함은 우리 신념의 굳건함이다. 그것은 피서계의 군인정신 같은 것이다. 하드는 펄펄 끓는 자오선을 행진하는 죽음의 군대와도 같다. 소프트가 어르고 달랠 때, 하드는 공격하고 처단하고 끝장낸다. 당신의 더위를, 당신의 혈당을. 열대야에 상처받은 고주망태들에게 물어보라. 알코올 분해를 위해 선택하는 것이 기껏해야 혀 위에서 아양을 떨다가 더부룩함을 남길 부라보콘인가, 아니면 그 마지막 한 놈까지 책임지고 물어 죽이고 마는 혈당 터미네이터인 죠스바인가. 고로 하디즘 선언문 1조 1항. 하드는 딱딱해야 한다. 하드의 본질은 딱딱함이다. 하드는 대쪽과 같은 정직함으로 승부한다. 하드는 부러질지언정 쓰러지는 법이 없다. 쓰러지는 건 햇빛에 굴복하여 녹아버리는 소프트나 할 일이다. 좋은 하디스트는 하드를 빨아 먹지 않는다. 녹아내림은 하드에겐 수치이고 굴욕이기 때문이다. 좋은 하디스트는 하드의 운명을 과감히 결단해준다. 이빨로 깨뜨려라. 입안에 넣고 돌려줘라. 당신의 혀 상피세포를 과일 입자와 함께 죽여라. 그것이 당신의 피서를 위해 기꺼이 사멸코자 하는 하드를 위한 최대한의 경의다. 하디즘 선언문 1조 2항. 하드는 상큼해야 한다. 모든 군인은 걸그룹을 사랑한다. 하드의 상큼함은 군부대에 위문공연을 온 블랙핑크나 여자친구와도 같다. 하드의 경직성은 그 상큼함으로 균형 잡혀야 한다. 하디스트는 과일 맛을 사랑한다. 과일은 상큼발랄 팬시통통하기 때문이다. 하드바의 곧게 뻗은 선에 대조되는, 입안으로부터 시작해 온몸의 시냅스를 사로잡는 상큼함은, 마치 12개 중대가 블랙핑크의 발랄한 춤사위를 중심으로 따라 부르는 떼창 같은 것이다. 아아 상큼해. 상큼해 미치겠네. 하디즘 선언문 1조 3항. 하드는 통일적이어야 한다. 상큼함은 불균질을 통일시킨다. 2항이 전략의 다양성을 뜻한다면, 3항은 전략의 통일성을 뜻한다. 과일 맛의 경우, 상큼함은 껍질부터 씨앗까지 이르는 그 모든 불균질한 입자들을 통일시킨다. 하디스트는 동물 맛을 매우 사랑한다. 내장부터 피부까지 통일시키는 잔혹한 상큼함이 돼지바에 있다. 가장 미학적인 통일은 보석바다. 그것은 크리스털 결정체의 형태로 입자들을 통일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배반자들이 있다. 소프트와 하드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서주 아이스바나 쌍쌍바와 같은 동지들이다. 그들은 소프트의 첩자인가, 아니면 하드의 첩자인가.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만국의 하디스트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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