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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08 18:59 수정 : 2017.06.08 19:05

책거리

전석 매진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 다큐 <도나 해러웨이: 지구 생존 가이드>(Donna Haraway: Story Telling for Earthly Survival). 도나 해러웨이(73)는 1985년 ‘사이보그 선언: 1980년대의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이라는 에세이로 파란을 몰고 온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입니다. 그의 주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간단히 설명하자면, 백인 중산층 남성 아닌 모든 존재들을 배제한 인류 역사와 철학을 비판하고 타자화된 존재들을 재호명하면서 새로운 삶을 위해 다른 존재와의 기꺼운 결합을 제안한다고나 할까요. ‘대안 가족’을 이뤄 숲속에 집을 짓고 연구하면서 시종일관 유쾌하게 독창적인 견해를 펼치는 급진적인 할머니. 그의 모습을 보니 왠지 후련하고 반갑더군요.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과도 가족, 친족을 이룰 수 있다며 해러웨이는 사라져가는 원주민, 여성, 동식물의 이야기를 회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2014년 서울의 한 학회에서 만난 독일 철학자 볼프강 벨슈 예나대학교 명예교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는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은 자연에 대한 존경이 없고, 인류는 생각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러웨이 역시 ‘지구(가이아)를 구할 시간이 얼마 없다. 다른 종과의 연결이 끊어지고 있으니 연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해러웨이의 철학은 <도나 해러웨이>(이지언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좀 더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주에 소개한 기후변화 책들과 도시적 삶의 재구성을 다룬 책 또한 우리 삶을 바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급진적으로 연결해보자며 숙제를 던집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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