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기 천연자원 매장량 바닥
‘도시광산’이라 불리는 폐자원서
금속 채굴 등 재활용으로 돌파구
국내 도시광산, 금속 수요의 22%
업체 절반 이상 소규모인데다
기술 뒤지고 폐휴대폰 수거 부진
technology―2100년이면 세계 천연자원 매장량은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인류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지금의 3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사회에 풍미할 인공지능·로봇·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3D프린팅·퀀텀컴퓨터에는 막대한 희귀금속이 쓰인다. 폐자원에서 광맥을 찾아내는 도시광산은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다. 원자번호 27번 은회색 금속인 코발트(Co)는 이집트와 중국에서 도자기의 푸른빛을 내는 재료로 쓰이다 1735년 스웨덴 화학자 예오리 브란트에 의해 원소가 발견됐다. 이름은 도깨비·악귀를 뜻하는 독일어 코볼트(Kobold)에서 유래했다. 은 광석과 비슷하게 생겨 은을 채취하려던 광부들이 도깨비가 은은 빼가고 독한 냄새만 남겼다 하여 ‘도깨비광석’이라 불렀다.
원자번호 73번 강회색 금속인 탄탈룸(Ta) 역시 스웨덴 화학자 안데르스 구스타프 에케베리가 1802년 발견했다. 이름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아들 탄탈로스(Tantalos)에서 따왔다. 잘 산화하지 않는, 곧 산을 잘 흡수하지 않는 탄탈룸의 성질을 탄탈로스가 지옥의 물속에서 물을 마시려면 수위가 내려가 갈증으로 고통받는 모습에 빗댄 것이다. 두 금속은 주로 아프리카에서 채굴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발트 생산량의 51%가 콩고에서 채굴되고 있으며, 탄탈룸은 르완다와 콩고에서 67%가 나온다. 둘 다 광석에 우라늄이 포함돼 채굴 광부들이 방사능 피폭에 노출되고 있다. 탄탈룸은 콩고 무장세력의 자금줄 구실을 해 미국 정부가 ‘분쟁 광물’로 지정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르완다에서 절반을 생산하는 것처럼 집계돼 있지만, 상당량은 실제 콩고산이 우회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금속 모두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코발트는 리튬 2차전지의 재료이고, 탄탈룸은 전자회로에서 전하를 모으는 장치인 축전기에 쓰인다. 스마트폰에 함유된 금속은 이들을 비롯해 20가지가 넘는다. 금·은 같은 귀금속부터 팔라듐·리튬 등 희소금속이 들어 있다. 희소금속은 지하자원량이 적지만 산업적 수요가 큰 금속원소로, 극소수 국가에 편재돼 있는 금속을 말한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예견한 제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들, 곧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3D프린팅, 퀀텀컴퓨터의 원동력도 이들 금속자원에서 나온다. 미래학자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와 비앙카 노그레이디는 저서 <제6의 물결>에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가 목화·강철·석탄·석유·집적회로 등 자원 소비를 바탕으로 비약해왔지만 새로운 자원 한정 시대에는 ‘자원의 효율성’이 발전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마디로 폐자원을 재활용해 ‘배설물도 돈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얘기다.
천연 금·은 20년 뒤면 바닥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해마다 발간하는 <2016 광물자원 개요>(Mineral Commodity Summaries)를 보면 상황이 쉽게 드러난다. 금의 가채연수(2015년 생산량을 세계 매장량으로 나눈 값)는 18.7년이다. 은 20.9년, 철 57.2년, 구리 38.5년 등 주요 금속이 바닥을 드러낼 날이 멀지 않았다. 코발트 가채연수도 57.3년에 불과하고, 83년여 뒤면 탄탈룸 천연채굴도 동이 난다. 반면 도시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2100년이면 인류가 버리는 폐자원의 양이 지금의 3배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폐자원재활용업체 도와에코시스템의 바바 겐지 이사는 지구의 총자원량은 일정해 2100년이면 지하자원이 거의 사라지는 반면 나머지 부분을 도시 안에 산재하는 지상자원이 채울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유럽·일본 등은 이미 폐자원에서 광맥 찾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1980년 일본 도호쿠대 선광제련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는 이 도시 폐자원을 ‘도시광산’이라 불렀다. 우리처럼 천연자원이 빈약했던 일본은 더는 자원빈국이 아니다. 일본 물질재료연구소의 추정으로, 일본에는 40조엔(416조원) 규모의 도시광산 자원이 매장돼 있다. 금은 세계 매장량의 16.4%, 은은 22.4%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에만 금 143㎏, 은 1566㎏, 구리 700㎏을 도시광산에서 캤다.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폐자원에서 추출한 금속으로 메달을 만들어 자원의 재활용을 강조했다. 일본도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을 도시광산에서 캔 금속들로 만들 계획이다.
도시광산으로 성공한 세계적 기업으로는 일본의 도와홀딩스와 벨기에의 유미코어가 꼽힌다. 도와홀딩스는 도와에코시스템, 도와메탈마인, 도와일렉트로닉메탈 등 자회사들로 원료 수집에서부터 금속 회수, 정련, 금속 가공, 부품소재 생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연계해 성공한 경우다. 게르마늄(Ge), 루테늄(Ru), 갈륨(Ga), 셀레늄(Se)을 포함해 모두 22개 금속 회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금속 회수가 주력인 메탈마인의 경우 영업이익이 2011년 42억엔에서 지난해 133억엔으로 증가했다. 5년 만에 세 배다. 세계 최대의 재활용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는 유미코어는 매출(14.3조원)의 28%가 도시광산에서 나온다. 도시광산의 영업이익 비중은 더 높아 42%에 이른다. 수십 가지의 금속을 추출하고 이를 원료로 다양한 소재 생산까지 한다. 특히 독자적인 희소금속 회수기술을 보유해 휴대전화를 60% 정도만 분해해 용광로에 넣고 돌려 다른 기업들이 회수하지 못하는 희소금속까지 ‘채굴’해낸다.
우리나라 놔두고 외국에서 캐는 현실
한국은 세계적 금속소비국임에도 천연광석의 9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희소금속의 무역역조 규모는 35억달러(4조1300억원)나 된다. 정부는 현재 수요가 있거나 앞으로 수요가 예측되는 35종, 56개 금속원소를 희소금속으로 정해놓았다. 우리가 재자원화 기술을 확보한 건 23종으로, 이 가운데 20종은 실제 폐자원에서 금속을 회수해서 사용하고 있다. 철이나 구리·납 등 비철금속, 금·은 등 귀금속을 포함하면 회수 금속은 27종에 이른다. 2014년 국내에서 쓰인 금속자원은 89.5조원, 이 가운데 수입한 천연자원이 69.9조원이고 나머지 19.6조원은 도시광산에서 생산한 자원으로 채워졌다. 전체 금속자원 수요의 22%에 이른다. 하지만 철(48%), 비철금속(28%), 귀금속(14%)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희귀금속은 10%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도시광산 업체가 917개에 이르는데도 절반 이상이 매출액 100억원 이하의 소규모 기업이다. 10인 이하 소기업이 58%나 된다. 금속 회수 기술력도 앞선 나라들에 비해 70~80% 수준에 불과하다. 김령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정책실 연구원은 “첨단정밀제품에 활용되는 원료는 99.9999%, 곧 6단위 이상의 순도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4단위의 99.99% 순도 수준의 기술력만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도시광산 업체로는 성일하이텍, 엘에스-니코(LS-Nikko) 정도가 꼽힌다. 성일하이텍은 이차전지 부산물을 재활용해 코발트, 니켈, 망간, 리튬 등을 회수하고, 습식제련기술로 금·은·백금 등을 빼낸다. 배터리 회수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 중국 등 3개국밖에 없다.
스마트폰 배터리에서 코발트 등을 빼내는 방법은 복잡하다. 우선 폭발을 막기 위해 폐전지를 방전시켜야 한다. 다음엔 전기를 통하게 하는 전해액을 빼낸다.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은 배터리 안 극판에 들어 있다. 케이스와 양극 극판 등을 물리적으로 파쇄·분쇄해 분말로 만든 뒤 자석을 이용한 자력선별 공정으로 필요없는 물질들을 일차 걸러낸다. 나머지 물질들을 용액에 녹여 금속이온 상태로 만든 뒤 비중 선별 작업으로 원하는 금속들을 분류해 정제한다. 성일하이텍은 이렇게 추출한 물질들을 국내 배터리 양극 활물질 제조업체에 전량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재활용에 필요한 폐휴대전화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 등으로 사람들이 쓰지 않는 휴대전화를 잘 버리지 않는데다 중고시장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수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이차전지 재활용 공장을 세웠다. 이곳에서는 파쇄·분쇄 등 전처리까지만 하고, 금속 회수 작업은 국내에서 이뤄진다. 이기웅 성일하이텍 연구소장은 “배터리는 화재 위험 등으로 국가간 이송을 제한하는 바젤협약 규제를 받는다. 현지에서 휴대전화를 수집해 해체한 뒤 금속 분말 상태로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공장을 세웠다”고 말했다.
재활용품 수집의 부진도 도시광산 활성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지만, 회수한 금속을 활용하는 소재산업이 저조한 것도 걸림돌이다. 발전소나 비행기 터빈 블레이드(날개)에 들어 있는 초합금에는 레늄(Re)이라는 원소가 5% 정도 들어 있는데, 전체 가격을 초과할 정도로 비싼 금속이다. 이재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도시광산연구실 책임연구원은 “발전소 건설업체에 폐블레이드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연구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지만 성사가 안 됐다. 레늄을 뽑아내도 레늄으로 초합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국내 업체가 없어 소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금속 회수 기술이 있어도 뽑아낸 금속으로 필요한 재료를 만들어내는 소재기술이 없으면 원료를 수출하는 1차산업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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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21억6천만명에 이른다. 사용 주기가 2년 남짓에 불과한 스마트폰에는 20여가지의 금속이 들어 있어 재활용 가치가 크다. 하지만 폐휴대전화 회수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천연자원 고갈 시기가 다가오면서 폐자원에서 금속을 채굴하는 도시광산이 제4차 산업혁명을 견지할 주춧돌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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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빙서류 기다리다 다른 나라에 빼앗겨
법체계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도시광산에 쓰일 재활용 자원들이 모두 폐기물로 분류돼 있어 수출하기는 쉬워도 외국에서 들여오기는 까다롭다. 배터리의 경우 도시광산이 발달한 일본이지만 전량처리가 안 돼 우리나라에서 일부 수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후 배터리가 지정폐기물로 분류돼 있는 반면 수출국가에서는 재활용 자원으로 분류돼 있어 증빙서류를 마련하는 데 3~6개월씩 지연되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빼앗기기도 한다. 올해 5월29일 그동안 국회의원들과 정부가 발의해 논의되던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등을 토대로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됐지만 도시광산을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강홍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지원센터장은 “개별법으로 추진하다 기본법으로 승격해 선진적인 듯하지만 내용상으로는 개별법 특성이 강하다. 순환자원 개념이 여전히 폐기물에서 출발하고 있다. 폐기물과 별개로 존재하는 순환자원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광산에서 충분히 재활용 처리를 할 수 있는 폐자원임에도 순환자원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폐기물로 분류되면 이송할 때 특수차량을 사용해야 해 비용이 1.7배 증가하고, 보관도 30일밖에 할 수 없는 등 제한 조건이 많아진다. 일본의 경우 모든 쓰레기를 폐기물과 순환자원으로 구분해 순환자원의 경우 허가 등 규제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독일도 자원화 가능 폐기물과 처분 대상 폐기물로 구분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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