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 워싱턴의 국립동물원에 전시된 태즈메니아호랑이. 호주의 ‘시골 동물원’인 호바트 동물원이 이 동물을 전 세계에 보냈다. 위키미디어코먼즈 제공
[미래]퀸즈랜드대 연구팀, 호주에서 공식조사 착수
‘양 잡아먹는다’ 누명 쓰고 멸종된 비운의 동물
최근 목격담 잇따라…“호주 본토에도 존재 가능성”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 워싱턴의 국립동물원에 전시된 태즈메니아호랑이. 호주의 ‘시골 동물원’인 호바트 동물원이 이 동물을 전 세계에 보냈다. 위키미디어코먼즈 제공
주머니가 달린 호주의 멸종 포유류 ‘태즈메니아호랑이'에 대한 학계의 공식 조사 작업이 시작된다. 캥거루처럼 새끼를 넣고 다니는 주머니가 배에 있어서 ‘주머니늑대'라고도 불리는 이 동물은 등에는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있다. 1936년 호주 남쪽 태즈메니아 섬의 호바트 동물원에서 숨진 ‘벤자민'을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퀸즈랜드주의 제임스쿡 대학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태즈메니아호랑이를 찾기 위한 과학적 조사를 호주 북단 케이프 요크 반도에서 4월 안에 착수한다”며 “산드라 아벨 박사가 이끄는 조사팀이 50대의 고성능 무인카메라를 출현 예상 지점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동조사팀의 빌 로렌스 교수가 목격자 조사를 마쳤으며, 조사 지점 등 관련 정보는 비밀리에 진행된다고 제임스쿡 대학은 덧붙였다.
누명을 받고 사라진 호랑이
태즈메니아호랑이는 1만1000년 전 벽화에 나올 정도로 과거 호주 전역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에 인류가 상륙한 건 5만년 전이다. 인구가 많아지고 사냥 압력이 커지면서 포유류도 함께 줄어들었고, 유럽인들이 호주 대륙에 상륙했을 때 태즈메니아호랑이의 서식지는 호주 남단의 섬 태즈메니아에만 국한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이 섬에서 남아있던 이 동물이 멸종 위기에 빠진 것은 1803년 유럽인들이 섬에 건너오면서부터다. 모피사냥꾼들이 캥거루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덫을 설치했는데, 덫에 걸린 캥거루를 태즈메니아호랑이가 낚아채 갔기 때문에 그 또한 사냥감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섬이 개간되면서부터다. 양을 사육하기 위해 야생 숲이 목장으로 바뀌면서, 태즈메니아호랑이의 서식지는 급격히 축소된다. 더불어 목장의 새끼 양을 태즈메니아호랑이가 잡아먹는다는 신고가 잇따랐고, 태즈메니아호랑이는 요즈음의 멧돼지처럼 잡아오면 ‘보상금’을 주는 동물이 됐다. 1886년에서 1909년까지 2000건에 대해 보상금이 지급됐다. 태즈메니아호랑이는 보이지 않게 되었고, 1930년 사냥된 개체를 마지막으로 야생에서 사라졌다.
한편 태즈메니아의 호바트동물원은 이 희귀동물을 북극곰과 코끼리 등과 교환하는 ‘괜찮은 장사'를 벌였다. 베를린동물원 등 최소 68마리가 유럽과 미국 동물원에 이런 방식으로 퍼져나갔지만, 대부분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 마지막 태즈메니아호랑이는 1936년 고향 태즈메니아의 호바트동물원에서 죽은 수컷 ‘벤자민'이었다. (참고: 로타르 프렌츠의 <그래도 그들은 살아있다>
호바트 동물원에 살던 마지막 태즈메니아호랑이 ‘벤자민’. 1936년 숨지면서 태즈메니아는 지금까지 볼 수 없게 되었다. 위키미디어코먼즈 제공
태즈메니아섬 아닌 다른 곳에?
1936년 벤자민이 마지막 목격 기록이지만, 태즈메니아호랑이는 그동안 수많은 목격담이 이어졌다. 미국의 미디어 재벌 테드 터너가 1983년 10만달러 현상금을 걸고, 2005년 호주 언론 <더 불레틴>이 125만달러를 거는 등 전문 탐사대도 몇 번 조직됐으나, 매번 발견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오히려 좁은 태즈메니아 섬보다 호주 대륙 본토의 외진 지역에 남아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번 목격담이 보고된 케이프 요크 반도도 호주 대륙 북단, 호주에서 가장 외진 곳이다.
빌 로렌스 교수는 “태즈메니아호랑이의 목격자 중 한 사람은 퀸즈랜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며 다른 한 사람은 북부 퀸즈랜드에서 캠핑을 자주 한 사람”이라며 “밤에 태즈메니아호랑이를 목격했다고 증언했으며, 그 중 한 번은 약 6미터 앞에서 조명을 비추어 4마리를 본 경우도 있다. 눈빛의 색깔, 몸체와 형체, 행동 등을 봤을 때 퀸즈랜드에서 발견되는 딩고나 들개, 야생돼지 등과 다르다”고 말했다.
산드라 아벨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에서 태즈메니아호랑이를 발견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 지역 포식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 앞으로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태즈메니아호랑이 발견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신화에 나오는 동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제공한 많은 특징들이 있고 매우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만약 직접 보지 못했다면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즈메니아호랑이는 정말 목장의 양을 괴롭히고 잡아먹어 퇴치됐을까? 2011년에서야 이 동물은 ‘누명'을 벗었다.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마리 애타드 교수 연구팀은 런던동물학협회에서 펴내는 <동물학저널>에 “태즈메니아호랑이의 턱뼈는 매우 약해서 사냥감은 작고 민첩한 동물에 국한돼 있었을 것”이라며 “양처럼 큰 동물을 잡아먹었을 거라는 주장은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농업 피해를 특정 동물로 투사한 경우는 이외에도 많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20세기 초반 늑대가 가축을 습격한다며 정부 주도의 '솎아내기' 캠페인이 벌어져 늑대는 멸종위기에 몰렸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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