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1 17:59
수정 : 2018.06.2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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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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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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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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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시장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꼭 해야 할 것과 절대 하면 안 되는 걸 정했다.
꼭 해야 하는 건 금융완화다. 오랜 시간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이어진 걸 고려하면 비교적 잘 지켜진 것 같다. 그 덕분에 미국이 여섯 번 금리를 올리는 동안에도 국내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인상 가능성이 처음 거론될 때 약간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하는 형태였다.
6월에 일곱 번째 인상이 있은 뒤 상황이 급변했다. 닷새 동안 주가가 5% 넘게 하락했는데, 동일한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반응이 약해지던 과거 주가 흐름과 맞지 않는다. 금리에 대한 반응이 갑자기 강해진 건 투자자들이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고 봤기 때문이다. 꼭 해야 하는 걸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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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건 보호무역이었다. 금융위기 해결 방안에 보호무역이 들어간 건 대공황 때 경험 때문이다. 당시 많은 나라가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욕심에 보호무역을 강화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보호무역이 수요 둔화를 가져와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보호무역을 사전에 차단했지만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그 합의가 깨졌다. 절대 하면 안 되는 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금리인상과 무역마찰을 일상적인 일로 보면 안 된다. 시스템이 바뀌는 과정일 수 있는데, 10년간 유지돼 온 틀이 바뀌는 만큼 시장에 부담을 주는 게 당연하다.
주가가 235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선은 의미 있는 지수대다. 지난해 주가가 6년 동안 넘지 못했던 박스권을 뚫고 나왔지만 기대만큼 오르지 못했다. 저항선을 뚫으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상승 폭도 커지던 과거 패턴과 달리 박스권을 한 단계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 새로운 박스권의 바닥이 2350이다. 따라서 주가가 이 선을 빨리 회복하지 못할 경우 상승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심받게 된다.
주가가 무역마찰을 계기로 떨어진 만큼 반등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과거에 무역마찰이 주식시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됐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무역분쟁이 우리 경제와 기업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도 분명하지 않다. 악영향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과정도 너무 길다. 문제는 무역분쟁이 아니다. 이 재료가 통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진짜 문제다. 지금 시장은 이런 악재가 먹힐 정도로 체력이 약하다. 따라서 이번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때마다 재료가 바뀔 텐데 시장이 이를 견디지 못하면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의했던 두 개의 합의가 깨진 후유증이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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