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5 17:08
수정 : 2019.08.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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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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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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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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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9월에 플라자 합의가 있었다. 선진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모여 엔과 마르크 환율을 질서 있게 상향 조정키로 한 조치다. 이 합의로 엔이 강세가 되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본이 미국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고 믿고 있다. 사실은 회담이 열리기 전에 일본이 자발적으로 엔화 가치를 10% 이상 절상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우호적이었는데 말이다. 이번 기회에 세계 2위 경제에 맞는 정치적 힘을 얻겠다는 욕심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합의가 난 다음 날 일본 대장성 기록을 봐도 장관이 직원들을 모아 놓고 드디어 우리가 미국을 경제에서 이겼다며 기뻐했다고 나와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이 상황 파악 못 하는 건 똑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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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고위급 회담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3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응수했다. 다시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는데 조치 이후 위안화가 안정되긴 했지만 언제 또 난리가 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위안화 절하는 세계 통화를 두 개로 나눠버렸다. 달러, 엔, 유로화는 강세가 된 반면 신흥국 통화는 약세가 됐다. 신흥국 중에서 경제의 비중이 가장 큰 곳이 중국이다 보니 중국에 맞춰 환율이 조정된 때문이다. 원화도 그 영향을 받아 약세가 됐다. 2016년 이후 처음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었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관해 세 가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환율전쟁이 벌어질 것인가’인데, 가능성이 크지 않다. 플라자 합의로 일본 경제가 어떻게 됐는지 본 중국 입장에서 환율 조정에 응할 리 없다. 반대 경우도 그렇다.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까지 낮아지는 등 자금 이탈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절하를 계속 끌고 갈 수 없다. 두 번째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위에서 오래 머물지에 대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동안 월별로 무역적자가 발생한 횟수가 열 달이 안 된다. 이렇게 장기에 걸쳐 흑자가 난 건 우리 경제의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수출이 10% 이상 감소했지만 흑자 규모가 줄었을 뿐 적자로 바뀌지 않았다. 마지막은 원화 약세로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 팔지 여부다. 가능성이 희박하다. ‘원화 약세=외국인 매도’는 시장의 잘못 알고 있는 관계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느냐 파느냐는 주가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환율이 영향이 크다면 외환위기, 아이티(IT)버블 붕괴, 금융위기처럼 원화가 1500원에 육박했을 때에 대량의 매도가 있어야 하는데 큰 변화가 없었다. 환율 변동은 투자심리를 혼란하게 만드는 효과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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