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6 17:41
수정 : 2019.10.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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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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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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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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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주식시장 중 어느 쪽이 정치적 파고를 더 잘 견뎌낼까?
2000년에 미국에서 대선이 있었다.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앨 고어가 맞붙었는데 두 달 가까이 누가 승자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여러 번의 법원 판결을 통해 부시가 당선자로 정해졌는데 처음에 반응을 보이지 않던 주식시장이 한 달 정도 지나자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국 선거 시스템이 엉망인 걸 보면 경제 시스템도 비슷할 거란 논리였다.
2016년 10월에 우리나라에서 국정농단 사건이 있었다. 6개월 만에 현직 대통령이 물러났지만 코스피는 기간 내내 2000 부근을 벗어나지 않았다.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이 너무 많아 정치적인 부분만 따로 떼어 얘기하는 게 한계가 있지만 결과만 보면 우리 시장이 미국보다 정치 변동을 견디는 힘이 세다. 우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치적 변동을 많이 겪었고 남북문제라는 특수 요인까지 있어 단련이 됐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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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가 지난달 24일 시작됐다. 사안 자체가 의외여서인지 당일 미국 시장이 1% 넘게 떨어졌고 우리 시장도 그 영향으로 13일 연속 상승을 마감했다. 미국 의회 의석 분포상 탄핵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도 주가가 반응한 건 탄핵보다 이를 둘러싸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시도가 있었다. 1973년 10월 하원에서 닉슨 대통령의 탄핵 검토가 시작되고 이듬해 8월 사임 때까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30% 넘게 하락했다. 반면 1998년 11월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조사한 때부터 상원에서 부결될 때까지 4개월 동안에는 주가가 10% 가까이 올랐다. 처해 있던 경제 상황이 1973년에는 석유 파동, 1998년은 신경제로 서로 달랐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미-중 무역협상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로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일 것이다. 아직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규모 합의라도 내어 성과를 빨리 보여주는 전략을 펼 경우 탄핵조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탄핵조사에 어설픈 협상 결과가 더해지면 더 곤란해질 수 있다고 보고 모든 사안을 한꺼번에 타결하자고 나설 경우 합의가 더 힘들어진다. 시장 전망이 엇갈리긴 하지만 ‘빅딜’ 쪽이 좀 더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문제보다 국내 문제를 위에 놓고 결정한다는 사실은 2월 북-미 하노이 회담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미-중 무역분쟁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시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올해 내내 미국 주식시장이 정점에서 내려오는 원인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라는 엉뚱한 상황 때문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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