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3 17:37
수정 : 2019.10.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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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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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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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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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경기 때문에 난리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얘기다.
미국의 9월 구매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경기 둔화 기준선 50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8월에 고점을 기록한 이후 13개월째 후퇴하고 있는 건데 해당 지표만 보면 경기 둔화가 시작됐다고 얘기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유로존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5.6으로 예상치 47.2보다 낮았다. 독일이 특히 심해 해당 지수가 41.4로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동안 제조업 경기 둔화는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밖에 되지 않아 제조업이 둔화하더라도 다른 부분이 영향을 상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의 관심은 제조업 경기가 어떻게 되느냐보다 금리를 인하할 거냐 말 거냐에 모여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 둔화의 힘이 강해 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리느냐는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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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건 경기가 바닥에 있거나 최소한 크게 둔화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서 있을 때만이다. 그렇지 않고 경기가 빠르게 나빠질 때는 경기에 압도돼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2000년 이후 두 번의 금리 인하 모두가 그 경우에 해당했다. 2001년과 2007년에 연준이 각각 1.0%포인트와 0.5%포인트 내리면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정도로 강하게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 현재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7월에 이어 9월에도 연준이 금리를 내렸지만 미국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 10월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90%로 점쳐지고 있지만 시장에 힘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제조업 경기 둔화는 제조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다른 부문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은 제조업 경기가 둔화하고 3분기가 지나면 비제조업 부문도 둔화했었다. 그리고 이 단계가 되면 임금 상승률이 낮아져 소비에까지 영향을 줬다. 선진국 제조업 경기 둔화가 심해질 경우 우리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지난 몇 달간 국내 경제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 소비와 투자가 개선돼 약하지만 경기 회복에 대해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그런 데에도 시장에서 경기 회복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선진국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둔화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가까운 독일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이는 모두 국내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한계를 받아들이면 앞으로 국내경제의 모습은 하락 이후 바닥에서 옆으로 깔리는 L자형이 될 것이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모습이다. 그만큼 주가 회복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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