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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3 17:48 수정 : 2016.08.09 14:26

김석
순천 마을만들기 활동가

우리 지방자치 역사는 아프다. 해방 후 초대 헌법에 지방자치를 명분화했으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당했고, 5·16 군사쿠데타 세력은 지방의회를 강제 해산시켰고 효력을 정지시켜버렸다. 이후 권위적인 중앙집권과 관치 시대가 30년 이상 지속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 깨져버렸다. 목숨을 건 시민들의 저항이 있었고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대통령 직선제가 포함된 87년 헌법에서야 군사정권이 중지시켰던 지방자치를 비로소 부활할 수 있게 되었다. 1991년 선거를 통해 지방의회를 구성하였지만 나쁜 권력들은 시민의 열망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연기해 버렸다. 또다시 저항과 투쟁이 있었고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는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군사정권과 나쁜 권력에 저항한 시민들이 민주화 투쟁으로 쟁취했고 헌법 제8장에 명문화되어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것이 작년에 20년, 올해로 21년이 되었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즉 분권 실현이나 갈수록 악화되는 지방 재정 그리고 중앙정치로부터 자율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아픈 역사에 비해 지방자치가 진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를 등한시했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기 어렵다. 지방 재정은 갈수록 국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간섭이 강해지고, 상향식 정책 생산보다는 지침이 하달되는 관행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태도와 정치권의 개입 등 지방자치를 둘러싼 권력의 역학 구조로 보면 위태롭고 불안하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2015년 정부가 조사한 지방자치 인식 조사에서 시민의 80%는 지방자치의 필요성에 손을 들어주었다. 지방자치가 보완해야 할 점이 있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행정이 일원화되고, 지방은 중앙권력을 대리하고, 부나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어 경쟁을 강요하고, 계층간·세대간 갈등이 심화되어 퇴로가 없어 보이는 중앙보다 골목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이웃과 공동체가 여전히 있고 경쟁보다는 상생과 나눔이, 갈등보다는 평화와 협동이 있는 지역이 대안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은 중앙보다 대안적이다. 열악한 지방자치 환경 속에서도 시민들은 골목과 동네를 특성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동사무소가 대표적이다. 과거 20년 전 주민등록등본이나 떼러 가던 동사무소는 주민센터로 바뀌면서 일반행정 서비스 외에 스포츠댄스, 서예, 건강, 생활영어, 과학, 작은 도서관, 어린이 공부방, 농악단 등 문화 여가 프로그램들이 동네 여건에 맞게 조정되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민간 동장이 발탁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주민센터 활동은 골목과 동네로 확산되어 좀도리 쌀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 동네 복지를 정착시키기도 하고, 으슥하고 더러운 곳들은 벽화가 그려지거나 한평 정원이 조성되기도 하고, 홍매화를 자원 삼아, 철도 관사를 자원 삼아 특색 있는 마을 만들기가 추진되는 곳도 늘어나고, 동네를 일터 삼아 마을 기업이 생겨나기도 한다. 수험생의 안전한 귀가를 위한 엄마 마실단이 생겨나고, 음식 솜씨 좋은 아짐들이 동네 부엌을 열고, 아파트에 나눔 장터가 열리고, 어려운 이웃에게 반찬과 사랑빵을 나누는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각박한 세상살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그리고 지역은 이 악물고 아픈 지방자치 역사를 대안적으로 바꾸려고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이런 시민을 믿고 인정과 도리를 베풀어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응답해주길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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