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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20 18:34 수정 : 2016.08.09 14:26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대표

“문디 코꾸녕에 마늘을 빼무거도 유분수제.” 하도 어이없고 야박한 일을 당하면 경남 진주 사람들은 이리 말한다. 지난해 10월 진주 남강유등축제가 딱 그랬다. 지역 자산인 축제가 단 한 번 만에 축제의 본래 의미를 잃고 외지 관광객을 향한 돈벌이 수단이 돼버렸다.

남강유등축제는 남강을 가운데 두고 주변 둔치와 2개의 다리를 이어 둘레가 약 3킬로미터가 되는 축제장에 3만여개의 등을 밝히는 축제다. 1949년 전국 최초의 지역축제인 ‘개천예술제’로부터 시작됐다. 수십년 동안 입장료라는 게 없는 축제였고, 2014년 진주시 발표에 따르면 한 해 최고 관람객이 280만명을 찍는 축제였다.

그런데 지난해, 진주시는 전격적으로 축제 전면 유료화를 발표하고 1인당 입장료 1만원을 책정했다. 축제가 열리는 남강 좌우에는 판자와 겹겹 천으로 만든 흉물스러운 가림막이 생겼다. 길이 700미터가량 되는 진주교, 천수교 2개의 다리 난간에도 2미터 높이의 비닐막이 쳐졌다. 입장료를 내지 않은 사람은 국가하천인 남강을 바라볼 권리마저 빼앗긴 것이다. 관람객 수는 40만명으로 줄었다.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시민단체는 축제장 앞에서 ‘가림막 치고 돈 받는 축제’ 반대 시위를 했고, 사다리를 놓고 가림막 너머 남강을 내다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시민들은 “불꽃놀이도 못 보게 하늘에다 가림막을 쳐라”고 분노했다. 이창희 진주시장의 이름을 따와 가림막을 ‘창희산성’이라고도 했다.

당시 ‘무릎 꿇은 할머니’ 사진은 전국적인 논란과 비난을 받았다. 한 할머니가 무릎을 꿇어 엎드리고 다른 할머니가 그 위에 올라서서 가림막 너머 남강과 유등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나 축제 주최 쪽과 관변단체는 이 사진이 연출된 것이라 주장하며 에스엔에스(SNS)에 사진을 올린 2명의 진주시의원을 향해 20여 차례의 규탄 집회를 열었다. 가림막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리려는 의도였다. 사실 그 사진은 순간 포착을 못한 시의원이 할머니들에게 다시 한 번 보여달라고 하여 찍은 재연 사진이었다. 본질은 재연이냐 연출이냐가 아니라 왜 가림막을 치느냐, 왜 돈을 받느냐였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국가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축제 일몰제, 축제 총액 한도제, 보통교부세 페널티를 들이대며 ‘전면 유료화하지 않으면 시 예산이 쪼그라든다’, ‘너그가 다 책임질래?’라고 시민들을 윽박지른다. 이 문제로 진주지역 시민사회는 1년 가까이 진주시장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남강에 설치되는 부교 통행료나 진주성 입장료 등 부분 유료화로도 축제 자립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남강 조망을 해치는 가림막을 치지 않고도 유료화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진주시장은 쏟아지는 시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가림막 설치 전면 유료화를 고집하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이 말이다. 누구를 위해 ‘가림막 치고 돈 받는 축제’가 필요한가. 어쩌면 그는 성공 프레임에 갇혀 자신이 밀어붙인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다. 유등축제가 유료화 축제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고, 치적이 되고, 그의 정치 행보에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는지도.

지방자치 21년, 여전히 자치와 분권은 없다. 기초단체장은 차기 행보가 재선 3선이든, 도지사든, 아니면 국회의원이든, 유권자인 시민보다 공천권을 쥔 중앙 권력이 더 중요하다. 내가 이리 잘하고 있으니 제발 날 좀 봐 주세요, 애면글면한다. 중앙정부는 또 여전히 ‘그노무 돈(예산)’으로, 공천권으로 지방을 틀어쥐고 있다. 이러니 지방 행정 권력은 시민이 눈에 뵈지 않는다. 시민이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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