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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4 17:56 수정 : 2016.08.24 19:23

김수민
전 구미시의원·녹색당

처음 사드 부지 변경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를 먼저 꺼낸 게 박근혜 대통령인지 이완영 국회의원(성주·칠곡)인지 언론은 설왕설래했다. 그러나 양쪽은 부딪히지 않았다. ‘진실게임’? 게임이라면 그 둘의 ‘윈윈 게임’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사드 제3부지’에 한몫했다. 애초부터 눈치 살피는 기색이 역력하던 김항곤 성주군수는 아예 ‘구사대장’(사드를 구출하는 야전부대장)으로 재무장했다. 앞으로 “골프장이 싫다면 성산포대로 유턴한다”는 협박이 등장할 테고, 여전히 많이 남은 반대 주민이 계속 저항한다면 사드는 갈 길을 잃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다소 묻혀 있지만, 그간 가장 꼴불견이었던 정치인은 전 국방부 차관인 백승주 국회의원(구미 갑)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 방침을 확정하고 찬반양론이 뜨거워지자 백 의원은 미국으로 날아가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공화당)을 만난다. “만약 군이 허용한다면 사드를 뒤뜰에 둘 것”, “성주 참외를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와 같은, 트럼프도 하기 어려운 망언을 뱉은 그 의원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를 만드는 ‘레이시온’과 사드 포대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프랭크스 의원의 주요 후원업체다. ‘나랏일’ 뒤에 ‘장삿속’이 있다.

백 의원이 지난 총선을 맞아 구미에 내려오자마자 여러 지방의원들이 줄줄이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이미 점지된 후보인가’ 싶더니 여차저차 새누리당 후보가 되었다. 그 지역구의 최종 후보는 2명뿐. 그러나 백 의원은 ‘험지’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 갑)보다 더 낮은 61.9%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 정당 소속의 상대 후보가 새누리당이나 백 의원이 싫은 표심을 그만큼이나 모아 갔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이럴 때 쓴다.

쉽다는 지역구에 출마해 뜻밖의 낮은 득표로 뽑힌 정치인은 적어도 초창기에는 반대파 지역민을 신경쓰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는 대북용으로 부적절해 미국 내에서도 누차 지적당했고 중국과의 분쟁만 양산하는 사드를 배치하는 선봉에 섰다. 비준안이든 결의안이든 국회에서 의결해야 할 의원으로서 제 책무는 진작에 벗어던졌고, 찬성하는 사람도 자기네 지역에 올까봐 안절부절못하는 사드를 “구미 금오산에 배치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제20대 국회의원은 누구랑 더 오래 임기를 함께하는가? 박 대통령인가, 구미시민인가?

‘능참봉’. 선왕의 무덤을 지키는 벼슬아치다. 말단이지만 향토사회에 위세를 부리기도 해서 인기 직책이던 시절도 있었다. 사드꾼 정객들은 (박 대통령 선조들의 묘가 있는) 성주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를 비롯한 경북 지역을 선왕의 묘역쯤으로 아는 듯하다. 사드 배치만인가. 얼마 전 “애초에 신공항 공약은 틀렸다” 또는 “김해공항 확장이 맞다”가 다수인 지역 여론을 상대로 감히 농락에 나선 것도 현 정부와 그들이 파견한 자들이다. ‘의원’은 물론이고 ‘지역구’조차도 사치스럽다.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며, 우리는 능참봉들을 뽑기 위해 선거를 치른 것이 아니다. 저들을 내려보낸 중앙에 지역이 응전할 때가 다가왔다. 나는 지난 칼럼과 그 전 칼럼에서, 그동안 싸잡혀 ‘수구꼴통’으로 욕먹던 구미시민, 경북도민들을 변호했다가 많은 악플 세례를 받았다. 지역기득권 세력에 ‘빨갱이’로 욕먹던 나로서는 참 진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지역을 농단하는 세력들을 지역민들이 응징하지 않는 것은 그보다 더욱 진기한 일이 될 터이다. 그때는 나도 더 이상 주민들을 변호할 엄두도 못 낼 것이다.

우선 기로에 선 것은 성주와 구미 등 경북 지역의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다. 어용으로 전락한 일부 투쟁위원이나, 새누리당을 탈당한 성주군의원들처럼, 존엄과 당파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 여기에 ‘제3부지’ 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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