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구미시의원·녹색당 이번 ‘송민순 회고록’ 사태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북한의 종복”이라고 비난한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행정자치부 장관이었으며 2006년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때 박 후보를 지지한 도민들은, 자신이 표를 준 인물이 장차 새누리당 의원이 되어 노무현 정부 인사에게 색깔론이나 퍼부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극명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지역 거대 야당에 준 표는 번번이 새누리당으로 굴러떨어지고는 한다. 예컨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미시의회 의원은 김태환 후보를 지지하는 열띤 활동을 벌였다. 세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태환 후보는 비록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친박 중의 친박’이다. 새누리당 후보와 김 후보의 1대1 대결에서 나온 구미 을 선거구 무효표는 무려 5천여표. 두 후보의 표차보다 크다. 새누리당의 후보와 기존 국회의원을 모두 거부한 유권자들의 반란! 그러나 이 와중에도 민주당 소속 구미시의원은 ‘진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김태환이 무슨 야권단일후보인가?” 코웃음이 나왔다. 사실 지역 정가를 아는 사람에게는 별일도 아니다. 가령 박정희 기념사업 문제에서 구미 지역 민주당의 태도를 지켜봐도 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 나온 한 민주당 후보는 공보물에 박정희 사진을 큼지막이 싣기도 했다. 더러 “구미에도 민주당 시의원이 있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초대형 박정희 기념사업 같은 것이 지역 제도정치권 내에서 제동 걸리지 않으니 없다고 믿어온 것이다. 2006년 기초의원선거 정당공천제 도입 이후에 구미에는 늘 민주당 계열 소속 시의원이 있었고, 현재 민주당 소속 구미시의원은 2석이다. 하지만 이들은 박정희 기념사업을 무사통과시켜주었다. 쪽수 핑계는 사절이다. 필자가 의원 시절 경험했지만 2명 정도면 저항은 해볼 순 있고, 일부 사업은 막아내는 분위기도 만들 수 있다. 지역 국민의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니, 더 심할지도 모른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구미와 경북 지역에서 정당득표율 제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당에는 풀뿌리가 없다. 시간이 꽤 지나서야 구미 지역 위원장 인선이 끝났는데, 새누리당 계열에서 줄곧 활동하며 기초의원도 지냈던 인사가 들어가 있었다. 이미지라도 개혁적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골수 새누리당 성향이다. 그의 인터뷰 기사를 봐도 ‘국민의당 성향이 자신과 어떻게 맞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새누리당에서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니 국민의당으로 우회해 재기하려는 심산만 뻔히 보였다. 내용적으로는 차별화되지 않은 채 알량한 간판 장사로 야권 표심을 낚아채려는 조직에는 퇴행적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만약, 선거에서 후보가 한 유권자에게 50만원을 건넸고, 적발된 후 그것을 “격려금”이라고 둘러대면 많은 이들이 비웃고 비난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말이다. 그러나 선거는 그대로 진행됐고 금품을 제공한 후보는 당선되었다. 돈 봉투를 거절한 당원의 신고를 받고도 민주당은 경고만 던지고 이를 매듭지으려 했고, 사건이 선관위를 거쳐 검찰로 넘어가자 비로소 위원장 인선을 보류했다. 보통 ‘중앙 대 지역’이라고 하면 중앙이 지역을 밟고 희생시키는 그림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렇게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를 배반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에스엔에스, 팟캐스트에 익숙한 ‘중앙정치 고관여층’이라도 다수는 지방정치에선 저관여층이다. 구미, 나아가 경북 지역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뭘 하든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고 새누리당 반대표는 어쨌거나 자신들에게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오만함에 가득 차 있다.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라고 거대 야당에 준 표가, 지역에서 ‘또 다른 새누리당들’에게 포획되고 있다.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지역 야당 인사가 ‘친박’을 지지? / 김수민 |
전 구미시의원·녹색당 이번 ‘송민순 회고록’ 사태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북한의 종복”이라고 비난한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행정자치부 장관이었으며 2006년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때 박 후보를 지지한 도민들은, 자신이 표를 준 인물이 장차 새누리당 의원이 되어 노무현 정부 인사에게 색깔론이나 퍼부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극명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지역 거대 야당에 준 표는 번번이 새누리당으로 굴러떨어지고는 한다. 예컨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미시의회 의원은 김태환 후보를 지지하는 열띤 활동을 벌였다. 세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태환 후보는 비록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친박 중의 친박’이다. 새누리당 후보와 김 후보의 1대1 대결에서 나온 구미 을 선거구 무효표는 무려 5천여표. 두 후보의 표차보다 크다. 새누리당의 후보와 기존 국회의원을 모두 거부한 유권자들의 반란! 그러나 이 와중에도 민주당 소속 구미시의원은 ‘진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김태환이 무슨 야권단일후보인가?” 코웃음이 나왔다. 사실 지역 정가를 아는 사람에게는 별일도 아니다. 가령 박정희 기념사업 문제에서 구미 지역 민주당의 태도를 지켜봐도 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 나온 한 민주당 후보는 공보물에 박정희 사진을 큼지막이 싣기도 했다. 더러 “구미에도 민주당 시의원이 있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초대형 박정희 기념사업 같은 것이 지역 제도정치권 내에서 제동 걸리지 않으니 없다고 믿어온 것이다. 2006년 기초의원선거 정당공천제 도입 이후에 구미에는 늘 민주당 계열 소속 시의원이 있었고, 현재 민주당 소속 구미시의원은 2석이다. 하지만 이들은 박정희 기념사업을 무사통과시켜주었다. 쪽수 핑계는 사절이다. 필자가 의원 시절 경험했지만 2명 정도면 저항은 해볼 순 있고, 일부 사업은 막아내는 분위기도 만들 수 있다. 지역 국민의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니, 더 심할지도 모른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구미와 경북 지역에서 정당득표율 제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당에는 풀뿌리가 없다. 시간이 꽤 지나서야 구미 지역 위원장 인선이 끝났는데, 새누리당 계열에서 줄곧 활동하며 기초의원도 지냈던 인사가 들어가 있었다. 이미지라도 개혁적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골수 새누리당 성향이다. 그의 인터뷰 기사를 봐도 ‘국민의당 성향이 자신과 어떻게 맞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새누리당에서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니 국민의당으로 우회해 재기하려는 심산만 뻔히 보였다. 내용적으로는 차별화되지 않은 채 알량한 간판 장사로 야권 표심을 낚아채려는 조직에는 퇴행적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만약, 선거에서 후보가 한 유권자에게 50만원을 건넸고, 적발된 후 그것을 “격려금”이라고 둘러대면 많은 이들이 비웃고 비난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말이다. 그러나 선거는 그대로 진행됐고 금품을 제공한 후보는 당선되었다. 돈 봉투를 거절한 당원의 신고를 받고도 민주당은 경고만 던지고 이를 매듭지으려 했고, 사건이 선관위를 거쳐 검찰로 넘어가자 비로소 위원장 인선을 보류했다. 보통 ‘중앙 대 지역’이라고 하면 중앙이 지역을 밟고 희생시키는 그림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렇게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를 배반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에스엔에스, 팟캐스트에 익숙한 ‘중앙정치 고관여층’이라도 다수는 지방정치에선 저관여층이다. 구미, 나아가 경북 지역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뭘 하든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고 새누리당 반대표는 어쨌거나 자신들에게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오만함에 가득 차 있다.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라고 거대 야당에 준 표가, 지역에서 ‘또 다른 새누리당들’에게 포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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