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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21 18:27 수정 : 2016.12.21 19:19

김수민
전 구미시의원·녹색당

지난 9월께부터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대선도전설이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현재 3선으로 더 이상 연임이 불가능한 김 지사 스스로는 이를 남은 정치인생에서 자연스레 맞이할 수순으로 여겼겠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일단 전국적인 인지도가 낮다.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가 상위권이라고는 하지만, 경북의 높은 새누리당 지지세를 고려하면 특출날 것도 없었고, 변변한 대항마가 있었다면 상당히 허물어졌을 지지율이기도 하다.

김관용 대선도전설에 깔린 배경과 목적에 관해 이리저리 탐문해봤다. 내가 가진 관측과 대체로 비슷했다. 첫째, 대통령이 아니라 실세 총리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반기문 대통령-김관용 총리’ 같은 조합. 두 사람 모두 고령이며 굳이 경북 지역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넣을 필요가 없어 보이니 이 경우는 ‘희망사항’에 불과하겠다. 둘째, 갈수록 새누리당에서 이탈하는 민심이 커지고 있는 대구·경북을 다 잡으려는 카드. 그러나 김 지사는 겉으로 드러난 지지율과는 달리 연임 도전 때마다 물갈이 여론을 자극했고, 올해 사드 정국에서도 ‘제3부지’라는 곡예를 부리며 주민들을 골탕 먹였다. 오히려 대구·경북 새누리당 지지도 하락의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으로 보인다. 물론 ‘자가발전’의 기색이 강하긴 하지만 이런 김 지사의 이름이 대선을 맞아 많이 언급되는 것은 새누리당의 명백한 퇴행 징후였다.

석 달쯤이 지났다. 새누리당 추락세는 대구·경북을 비켜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사이 김관용 지사의 여당 내 위상은 거꾸로 높아졌다. 얼마 안 돼 해산했지만 친박 계파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서 충청 출신 이인제씨, 울산 출신 정갑윤씨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정당에는 치명적인 “저렇게 인물이 없나”라는 지적이 방방곡곡에서 새어나온다. 그러나 친박 계열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 지사를 황교안 총리와 함께 대선후보감으로 거론하고 있다.

‘농성전’이다. 남은 꼼수다. 비박이 허겁지겁 박근혜-최순실의 그림자로부터 도망치는 동안, 친박은 대구·경북에 성을 쌓고 버티겠다는 심산이다. 그들은 지난 총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당시 여러 관측가들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예상했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정권 심판 여론이 두텁고 단단하게 구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 자신이 총선 승리를 포기했다. 그들은 지역사회를 ‘진박쇼’로 물들이며 철저히 제 계파의 이익만 챙겼고, 이제 대구·경북에 틀어앉아 버티기에 들어간다. ‘김관용’은 그 상징이다. 큰 변동이 없는 한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3년 반이 남았다. 조만간 흐름이 역전되리라는 망상에 빠진 박사모도 있으니, 친박 의원들이 남은 임기 동안 정세가 연신 출렁이며 예전 지지세를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도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감히 누가 나를 어찌하겠는가?”라며 객기를 부릴 자도 속출할 터이다.

그들 없이 사는 나날을 바라며 마냥 구조를 기다릴 수 없다. 성내(城內)에서 뒤집어야 한다. 선거만 벼르면 안 된다. 비박에 속지 말고, 야당이라고 무작정 믿지 말라. 수많은 ‘지역판 박근혜-최순실’이 있다. 국헌 문란 주동자들의 손때가 지역사회 여기저기에 묻어 있을 수도 있다. 샅샅이 뒤져 가차없이 청산해야 한다. 적당히 하고 물러서면 언젠가 반드시 우린 제자리로 돌아온다. 관용은 없다.

그래도 2016년 지역사회에는 좋은 소식들이 있었다. 성주, 김천 주민들은 사드 배치에 맞서 견결하게 싸우고 있다. 삶터를 파괴하는 영양댐은 백지화되었고, 영덕 신규 핵발전소는 지역 내 추진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1979년 10월항쟁을 이어가려는 듯 학생, 교수, 시민운동가들의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고 이내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우리 지역에서 끝장내겠다”는 함성이 울려퍼졌다. 내년은, 올해보다 조금만 더 나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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