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제작국장 이번 대선 공약에서 서울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역 분권 공약이 진일보한 것은 반길 일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법에 지방분권을 담는 게 중요하고, 분권의 핵심은 재정 분권, 자율조직권, 궁극적으로 연방정부에 준한 권한을 지방이 갖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자치입법권 실현을 위해 광역정부에 법률제안권을 주는 방안과 재정자주권을 위해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 2에서 6 : 4로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중앙정부-지방정부 지도자회의 신설, 중앙정부-광역-기초지자체 담당업무 재조정 등을 제시하며 ‘수평적 대화구조와 사법, 자치경찰권 부여를 포함해 명실상부한 지방정부’를 만들 것이라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정분권에 방점을 찍어 이야기한 바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행정자치부 폐지 후 자치지원청 신설, 지역공헌세 신설 등 근본적인 분권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실질적인 분권 의제가 여러 후보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것은 단지 ‘지역의 응석’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권력의 초집중으로 인해 생긴 박근혜-최순실 부패 게이트의 본질적인 문제의 해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 옥천신문 기자로 현재 스위스에 사는 박진희씨는 옥천신문 칼럼에서 ‘스위스가 권력을 쪼개고 통제하는 법’에 대해 썼다. 그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스위스는 권력이 한곳에 치우치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는 나라다. 26개의 칸톤은 세금, 재정, 교육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여기에 국회는 수도인 베른, 사법부는 로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경제는 취리히, 유엔본부 등 국제기구는 제네바로 스위스의 힘, 권력을 생산하는 기관과 기업, 대학이 전국에 퍼져 있다. 스위스의 권력을 분산하는 그래서 권력을 감시하는 가장 큰 힘은 직접민주주의에 있다. 구체적으로 3개월마다 찾아오는 투표용지에 있다. 직접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주민들은 헌법 개정을 요구할 수도, 국회의 결정을 거부할 수도 있다.” 권력의 끊임없는 분산만이 민의 토대에서 권력을 감시 비판할 수 있는 중요한 시스템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몇십년 동안 ‘효율을 위한 초집중 시스템’으로 빨리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중앙집중’을 강하게 추진했다. 그로 인한 부패와 부조리를 지금 실시간 곳곳에서 맞닥뜨리고 있다. 수평 균형이 아닌 수직위계 체제는 곳곳에 뿌리내려 있다. 수도권에 분권을 요구하는 충북도 청주 중심이고 충북에 분권을 요구하는 옥천군도 읍 중심이다. ‘집중 시스템’은 늘 중심과 변방을 가르고 변방을 거느리려는 속성이 있다. 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그 사각에 ‘자치’를 주기보다는 시혜와 복종으로 일관해왔다. 땅값이 중심을 기반으로 요동치는 것은 사실상 정치의 실패다. 천만 도시의 서울은 ‘자랑’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형적인 도시’이다. 스위스처럼 이제 ‘분권’은 효율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낙인’을 거둬내고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실천해야 한다. ‘분권’과 ‘균형’은 이번 대선을 가르는 무엇보다 중요한 열쇳말이라 생각한다.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서 또 관심을 갖는 것은 ‘농업’이다. 분권 공약은 그나마 지방언론에서 보도되지만, 농업·농촌·농민 공약은 찾아보기가 힘들고 보도도 안 된다. 그만큼 표가 안 되고 관심이 적다는 뜻일 수 있다. 도시 중심의 개발정책이 판을 칠 때 우리 농촌, 농업, 농민의 모습은 더 악화될 것이다. 분권과 농업이라는 열쇳말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대선 후보들이 살아온 경험치와 만나왔던 관계들, 들었던 이야기들에서 공약이 뽑아올려져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많은 농촌지자체가 속한 충남의 머슴으로서 분권과 농업이 아닌 ‘선의’로 논란이 되는 것은 안타깝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느냐와 관계없이 ‘분권’과 ‘농업’이란 유의미한 의제를 던졌으면 한다.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강박적으로 고민해야 할 의제; 분권과 농업 / 황민호 |
<옥천신문> 제작국장 이번 대선 공약에서 서울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역 분권 공약이 진일보한 것은 반길 일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법에 지방분권을 담는 게 중요하고, 분권의 핵심은 재정 분권, 자율조직권, 궁극적으로 연방정부에 준한 권한을 지방이 갖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자치입법권 실현을 위해 광역정부에 법률제안권을 주는 방안과 재정자주권을 위해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 2에서 6 : 4로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중앙정부-지방정부 지도자회의 신설, 중앙정부-광역-기초지자체 담당업무 재조정 등을 제시하며 ‘수평적 대화구조와 사법, 자치경찰권 부여를 포함해 명실상부한 지방정부’를 만들 것이라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정분권에 방점을 찍어 이야기한 바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행정자치부 폐지 후 자치지원청 신설, 지역공헌세 신설 등 근본적인 분권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실질적인 분권 의제가 여러 후보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것은 단지 ‘지역의 응석’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권력의 초집중으로 인해 생긴 박근혜-최순실 부패 게이트의 본질적인 문제의 해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 옥천신문 기자로 현재 스위스에 사는 박진희씨는 옥천신문 칼럼에서 ‘스위스가 권력을 쪼개고 통제하는 법’에 대해 썼다. 그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스위스는 권력이 한곳에 치우치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는 나라다. 26개의 칸톤은 세금, 재정, 교육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여기에 국회는 수도인 베른, 사법부는 로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경제는 취리히, 유엔본부 등 국제기구는 제네바로 스위스의 힘, 권력을 생산하는 기관과 기업, 대학이 전국에 퍼져 있다. 스위스의 권력을 분산하는 그래서 권력을 감시하는 가장 큰 힘은 직접민주주의에 있다. 구체적으로 3개월마다 찾아오는 투표용지에 있다. 직접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주민들은 헌법 개정을 요구할 수도, 국회의 결정을 거부할 수도 있다.” 권력의 끊임없는 분산만이 민의 토대에서 권력을 감시 비판할 수 있는 중요한 시스템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몇십년 동안 ‘효율을 위한 초집중 시스템’으로 빨리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중앙집중’을 강하게 추진했다. 그로 인한 부패와 부조리를 지금 실시간 곳곳에서 맞닥뜨리고 있다. 수평 균형이 아닌 수직위계 체제는 곳곳에 뿌리내려 있다. 수도권에 분권을 요구하는 충북도 청주 중심이고 충북에 분권을 요구하는 옥천군도 읍 중심이다. ‘집중 시스템’은 늘 중심과 변방을 가르고 변방을 거느리려는 속성이 있다. 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그 사각에 ‘자치’를 주기보다는 시혜와 복종으로 일관해왔다. 땅값이 중심을 기반으로 요동치는 것은 사실상 정치의 실패다. 천만 도시의 서울은 ‘자랑’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형적인 도시’이다. 스위스처럼 이제 ‘분권’은 효율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낙인’을 거둬내고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실천해야 한다. ‘분권’과 ‘균형’은 이번 대선을 가르는 무엇보다 중요한 열쇳말이라 생각한다.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서 또 관심을 갖는 것은 ‘농업’이다. 분권 공약은 그나마 지방언론에서 보도되지만, 농업·농촌·농민 공약은 찾아보기가 힘들고 보도도 안 된다. 그만큼 표가 안 되고 관심이 적다는 뜻일 수 있다. 도시 중심의 개발정책이 판을 칠 때 우리 농촌, 농업, 농민의 모습은 더 악화될 것이다. 분권과 농업이라는 열쇳말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대선 후보들이 살아온 경험치와 만나왔던 관계들, 들었던 이야기들에서 공약이 뽑아올려져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많은 농촌지자체가 속한 충남의 머슴으로서 분권과 농업이 아닌 ‘선의’로 논란이 되는 것은 안타깝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느냐와 관계없이 ‘분권’과 ‘농업’이란 유의미한 의제를 던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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