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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01 17:46 수정 : 2017.03.01 20:39

김석
전 순천시의원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시끌벅적했던 거리에 사람이 급격하게 줄고, 불야성을 이루던 상가들은 이제 이른 저녁에 마감 준비를 할 정도로 한산하다. 빈 점포와 빈 건물은 늘어나고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매일 보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상실감은 깊다. 인구는 절반 이상 감소했고, 투자와 관심도 줄었다. 구도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도시정책이 사람과 공동체 중심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 중심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부작용이다. 탐욕스러운 자본이 낳은 욕망의 결과다. 이런 문제를 뒤늦게 바로잡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이 전국에서 추진되고 있다. ‘도시재생 선도지역’, ‘도시재생 일반지역’, ‘도시활력 증진지역사업’, ‘새뜰마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자원을 찾고, 지역민을 참여시키고, 행정 내부의 칸막이를 넘나들고, 협동과 협치를 강조하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문화적 역량을 투입하고, 박물관을 만들고, 일자리도 만들고, 마을기업을 만드는 등 다양한 사업과 활동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존의 사업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즉 성장시대의 형식과 내용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민도 행정도 전문가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낯설다. 대체적으로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살고 있는 사람의 문제와 결합한 사례 그리고 앞으로 머물러야 할 사람에게 관심을 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와 결합한 순천시 55번 동네 버스를 소개한다. 구도심 좁은 골목과 중심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는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버스를 타기 위해 멀게는 1㎞ 거리를 걸어야 하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오래전부터 동네 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수익을 낼 수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 지역이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다시 검토되기 시작했고, 지역 주민과 여성 시의원 그리고 순천시청의 도시재생과와 교통과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냈다. 버스회사도 참여시켰고, 노조의 동의도 구했다. 역할 분담을 협의했고 순천시는 버스를 사고, 버스회사는 베테랑 기사 2명을 전담 배치했다. 55번 동네 버스는 도시재생 선도지역과 새 도심을 연결하고 교통약자에게는 이용편의를 제공하고, 시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중요한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게 되었다.

둘째로는 앞으로 머물러야 할 사람에게 관심을 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재)주거복지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LH소셜벤처창업지원’ 전국 공모 사업이다. 일회용 컵 없는 커피숍을 시작으로 지역 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업과 청년들의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꿈꾸는 집 그리고 구도심을 새롭게 해석하는 도심관광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창업이 도시재생과 결합할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재생에서 지역 청년 창업 생태계를 구축할 특별지원사업이 요구된다.

반면에 도시재생 사업은 많은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 사업 기간 종료 후 국비지원 없이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후관리도 걱정이다. 계획 단계에서는 주민참여를 강조해놓고 “그게 되겠어?” 하면서 주민 의사를 무시하는 행정의 독단적인 모습도 걱정이다.

그럼에도 도시재생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도시를 공동체로 인식하고 주민들이 함께 협의하여 결정하는 과정이 있는 상향식 도시정책 사업이기 때문이다. 경쟁이나 선택과 집중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문가나 공무원이 아니라 주민에게 결정권을 넘기고 철저한 분석 후 다음 정부에서 제대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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