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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22 19:16 수정 : 2017.03.22 21:22

황민호
<옥천신문> 제작국장

박근혜씨 검찰 수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즈음에도 지역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건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서울 언론의 구미를 당기지 못해 뉴스는 널리 퍼지지 못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들은 분명히 있다. 뉴스의 서울 종속은 몸은 지역에 있지만 머리는 서울에 있어 이중적인 착취구조에 놓이게 한다. 서울에서 굵직하고 자극적인 뉴스들이 실시간으로 터지고 뉴스 유통망이 고속도로처럼 뚫려 있고 프랜차이즈 편의점처럼 곳곳에 박혀 있으니 지역 뉴스의 자체 플랫폼으로 이슈를 선점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2만가구에 4천부가량의 유료구독으로 20%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옥천에서 압도적인 주류언론인 옥천신문도 때론 그러하다.

이렇게 설을 푼 것은 ‘옥천군의회의 자치농정 농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을 때 많은 국민이 환호했지만, 옥천군의회 군의원 8명이 ‘농업발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인 악의적 조례를 입법예고했을 때 몇몇 농민단체를 제외하고는 문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직접 지역 농정에 참여하고자 오랫동안 투쟁하여 쟁취해낸 자치농정위원회가 바로 ‘옥천군 농업발전위원회’다. 5년 동안 투쟁하여 2006년 11월9일에 만들어진 옥천군 농업발전위원회는 정말 많은 일을 해냈다. 군수가 추천한 위원이 아니라 생산자단체와 농민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군수가 위촉하는 형태로 당연한 민주주의 구조를 만들었고 농민위원 스스로 출무수당을 모아서 견학과 강연을 통해 공부했다. 군수와 의원들을 당연직 의원으로 참여케 하여 협치를 하는 그림을 스스로 짰다. 형식적으로 1년에 두어번 하는 회의를 탈피하고자 분기별로 회의를 열고 분과를 세분화해 더 자주 모이도록 했다. 스스로 빠짐없이 참여하고 많은 의견을 담고자, 과반수 개회 기준을 3분의 2 참석으로 높인 것도 농민들의 안이었다. 지금 입법 논의가 활발한 농업회의소보다 훨씬 앞서서 더 견고하고 단단한 민 주도의 민관협의체가 바로 ‘옥천군 농업발전위원회’다. 만일 직접민주주의가 현실적으로 각 지역에서 분야별로 구현된다면 이런 식이 아닐까 할 정도로 ‘지역 자치’와 ‘지역 농정’의 모범이 되는 사례였다.

이는 짧은 시간 정말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옥천군 친환경 로컬푸드 학교급식이 가능한 것도, 옥천푸드 유통센터가 만들어지고 가공센터를 짓고 있고 직매장을 만들기로 한 것도 다 이 바탕 위에서 가능했다. 학교급식을 넘어 공공급식으로 가자는 지향을 만든 것도 이 위원회였다. 그래서 옥천푸드 지원조례가 만들어졌고 이미 조금씩 실행 중이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견학을 오기도 했다. 이런 농발위에서 준비된 농민들에 비해 자기 존재감을 찾지 못한 의원들은 공연히 딴지를 걸더니 아예 조직적으로 농발위를 무력화시키려고 나선 것이다. 개정된 조례 입법예고안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군수 및 의원의 당연직 참여를 삭제했고, 농업회사법인의 대표 및 임원을 배제해 놓아 특정 법인을 배제하는 불평등 조항도 들어가 있다. 회의 개회 인원도 3분의 2에서 과반수로 약화시키고 출무수당을 없애는 조항도 들어 있다. 15년 넘게 투쟁하여 만들어온 자치농정의 성과를 알량한 조례 개정 입법예고를 통해 한순간에 무력화시키려는 음험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농민단체들은 다시 차분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옥천군 자치농정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옥천신문에도 여러 차례 보도하고 칼럼으로 쓰기도 했지만, 여기 다시 쓰는 이유는 지역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지난한 지역의 역사를 함께 쓰고 있다. 버티고 싸워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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