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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19 18:39 수정 : 2017.04.19 21:28

황민호
<옥천신문> 제작국장

대선이 한창 달아오를 무렵, 이후를 생각한다. 지역 농촌 주민으로 더 큰 관심은 분권과 자치, 농업과 농촌이다. 부러 말하자면 진열된 상품에서 무엇 하나를 고르는 선거보다 뿌리로부터의 공론장이 다져지는 정치를 원한다. 생활 정치가 지하수처럼 콸콸 솟구치고 이 물을 고루 나누는 데 제도 정치가 활용되길 바란다. 행정리동을 넘어서 몸으로, 정서적으로 인식하는 생활권 안에서 자치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한 번 잘못 뽑았다고 5년, 10년을 핍박받는 것은 너무 가혹한 형벌이다. 그것은 그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모아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권력이 분산되어 소소한 주민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기를 원한다. 지역에서 살아보면 시군 자치가 너무 큰 옷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옥천으로 말하면 9개 읍면이 모여 옥천군이 된다. 읍면 단위는 자체 기획 기능조차 없고 군 단위 행정 업무를 수반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면 단위 사업은 특정 관광지나 산업단지, 특화 품목 중심으로 사업 예산이 쏠리고 기본생활 예산은 아예 편성하지도 않는다. 시군의 중심인 읍으로 모든 사업 예산이 몰리면서 가령 수영장, 문화예술회관, 공설운동장, 체육센터 등의 편의시설이 다 읍에 존재한다. 옥천군 인구 5만명 중 절반이 넘는 3만 가까운 인구가 읍에 산다. 면은 한없이 쪼그라들고 읍으로 인구 이동을 하고, 읍 주민들은 또 인근 대전으로 이동하는 것이 거의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다. 귀농 귀촌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탈농의 엑소더스 행렬은 진행 중이다. 약국은커녕 보육시설 없는 면이 수두룩하다. 도서관은 언감생심 욕심도 못 낸다.

‘면’은 도시의 ‘동’과 달라서 면적이 상당히 넓다. 그래서 면 소재지 중심으로 예로부터 생활이 이뤄졌다. 5일장이 읍면마다 발달한 것은 그 연원이라 하겠다. 읍면은 자치와 자급의 최초 기본단위였다. 그래서 해방 이후 읍면자치제를 시행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박정희 쿠데타 이후 자치제가 아예 폐지됐고 1995년 다시 시행됐을 때는 좀더 크게 시군자치제로 바뀌었다. 지금은 시군 중심의 자치제가 어느새 굳어졌고 이도 비효율이라며 통합을 거론하는 등 분권과 자치에 대한 감수성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4개 기초지자체를 폐지하고서 ‘특별’이란 말을 불였던 제주특별자치도가 자치에 정말 한 걸음 다가섰는가? 마산창원진해를 퉁쳐 창원으로 만든 창원시의 살림살이는 통합 이후 과연 나아졌는가? 지근거리 안에서 스치듯이 만날 수 있는 정치인이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생활 정치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행정구역 통합 관련해서 서귀포시와 진해시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한결같은 말은 그것이었다. 예전에는 시장이 못났든 잘났든 무슨 일이 생기면 청사 앞에 가서 농성을 하든 대화를 하든 했는데 행정구역 통합이 되고 나서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이야기하면 권한이 없다고 도나 시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한단다. 거리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다소 먼 그곳에 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씨알도 먹혀들지 않을뿐더러 여러 민원 중의 하나로 하찮게 취급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다시 더 낮은 생활권 안에서의 자치를 이야기한다. 더 많은 권한을 아래로 내려주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제도가 보장됐으면 한다. 내 삶이 나로 연결된 우리의 힘으로 제어되지 못할 때 그것은 공포다. 2003년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을 이뤄내며 헌법 제1조를 ‘프랑스는 지방분권국가이다’라고 명시한 프랑스처럼 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광역은 더 묶어내고 생활권 자치는 더 아래로 내려가는 연방제와 읍면동자치제가 시행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국민으로 기능하기보다 주인 된 주민으로 한 사람의 인민으로 살고 싶다. 대통령 선거가 부디 더 이상 내 삶을 좌지우지하는 선거가 아니라 내가, 우리가 스스로 우리 구역 안의 삶을 설계하고 가꾸는 삶을 희망한다. 우리는 주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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