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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6 18:21 수정 : 2017.04.26 21:22

김석
전 순천시의원

실제 거래가 없으면서 마치 있는 것처럼 신용카드로 허위 결제하고 결제한 금액을 현금화하는 방법을 흔히 카드깡이라고 부른다. 불법이다. 순천시의원 6명이 이런 일에 연루가 되었고, 2016년 10월 순천경찰서는 6명 모두를 불구속으로 입건했다.

순천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후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용하면서 2명의 시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허위로 98만5천원을 결제하고 현금으로 돌려받은 혐의다. 2014년과 2015년까지 수사를 확대한 결과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이었다고 한다. 1991년 순천시의회가 출범한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순천시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순천행의정모니터연대는 시민을 대신하여 연루된 시의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 결과 최근 3월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은 3명은 무혐의, 3명은 기소유예 처분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즉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과 양형 조건을 참작하여 검사의 재량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것이다. ‘이 정도 금액 가지고 시의원들을 전과자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을지 모르지만 유권자의 정서와는 달리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검찰은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시의원 6명에게는 면죄부를 주었고, 업무추진비를 목적 외에 사용해도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잘못은 시의원 6명이 하고 욕은 검찰이 대신 먹고 있다.

시의원은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권한, 조례를 만드는 입법 권한, 시민을 대표하는 역할,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권으로 집행부를 통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권한이 있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직위를 이용하여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로 허위 결제 후 현금화한 것으로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 실시 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권한에 의한 부정부패와 같은 사안으로 금액에 관계없이 엄중한 잣대로 사안을 다뤄야 했다.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집행하는 업무추진비는 항상 선심성과 선거법 위반 등 오해와 논란의 소지가 있어 행정자치부령 제23호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더불어 ‘순천시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으로 매우 상세하고 엄격하게 그 사용 목적과 내용을 통제하고 있다. 격려 차원의 식사는 가능하지만 격려비를 지급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또 ‘순천시의회 의원 행동강령에 관한 조례’ 제5조(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와 의원 상호 간에 금전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제15조(금전거래 등 제한)를 어긴 일이다.

예산 심의 및 의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시의원들이 순천시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무력화한 것으로 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결과로 헌법 117조와 118조에 의거해서 출발한 지방자치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충격적인 일이다. 따라서 검찰은 기소유예가 아니라 기소했어야 했다.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부끄럽지 않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위한 노력의 시작은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문화와 제도개혁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업무추진비 현금화, 뇌물수수, 권한 남용, 인사비리에 대한 기본 형량과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하고, 선출직 공직자의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으로 지정하는 등 제도 개혁이 전방위적으로 필요하다.

왜 항상 부끄러움은 시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순천시의원 6명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기에 지역사회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사기죄 등으로 다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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