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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07 19:43 수정 : 2017.06.07 21:05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대표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6월1일 옛 진주의료원 노동자·정당·시민단체·경남도 관계자가 ‘진주의료원 다시 문 열자’며 한자리에 앉았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후 4년 만의 일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고 주도한 이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이다. 홍 전 지사는 2012년 12월19일 보궐선거로 당선된 후 이듬해 2013년 초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고 같은 해 5월29일 폐업신고를 했다. 경남서부 도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공청회 한 번 개최한 적 없었다. 홍 전 지사가 내세운 이유는 ‘돈’이었다. 진주의료원 적자를 왜 경남도가 감당해야 하느냐며 모든 것은 진주의료원 귀족 강성노조 탓이라고 선전했다. 그에게는 애초부터 ‘공공의료’ 개념이 없었다. 경남서부 도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낸 진주의료원은 달랑 5개월 만에 그렇게 사라졌다. 103년의 역사가 무색했다.

폐업 절차가 진행되던 당시 진주의료원 노동자와 경남지역 정당·시민사회단체는 공공병원 역할을 주장하며 끝까지 반대했고, 폐업 후에도 줄곧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해왔다. 그동안 경남도는 모르쇠로 일관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대통령 선거 때 공공의료 체계 개선과 공공병원 확대 정책 시행, 전국 25개 의료 취약지에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을 약속했다. 이에 경남 도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자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들고나왔고, 경남도도 이번에는 도민과 지역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응했다.

진주의료원. 1910년 진주자혜의원으로 출발, 1925년 4월에 경상남도립 진주의료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990년대까지도 도민들은 ‘도립병원’이랬다. 2008년 이전하기 전까지는 진주시 원도심 중앙에 위치했다. 산청, 함양, 사천 등 인근 도민들이 드나들기 쉬운 길목인데다 시외버스 주차장이 가까워 이용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1970년대 제법 큰 민간 병원이 하나둘 생겼고 전문병원도 생겼지만 당시 일반 서민들에게 병원의 기준은 큰 병원과 작은 병원, 비싼 병원과 싼 병원이었다. 경남서부 도민들에게 진주의료원은 ‘크고 싼’ 병원이었다. 그게 ‘제일 좋은 병원’인 셈이다. 장날이면 진주의료원도 발 디딜 틈이 없던 시절이었다.

“나라에서 허니까 우리 겉헌 사람들도 갈 수 있었다아이가.”

‘도립병원’은 1950년대 초반 진주에서 자취를 하던 중학생, 내 아버지 목숨을 살렸고,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죽을 뻔한 내 어린 목숨을 살렸다. 어느 동네에선가 온 가족이 연탄가스를 마시고 실신한 채 업혀왔고, 인근 지역으로 가던 완행버스가 뒤집혀져 사상자 수십 명이 실려 오기도 했다. 내가 듣고 본 것만 해도 열두어 가지 이야기다. 경남서부지역에 사는 사람치고 가족사에 ‘도립병원’에 얽힌 얘기 없는 집이 있을까 싶다. 도민들에게 든든한 병원, 진주의료원은 그런 역사를 지닌 병원이었다. 지금도 50대 이상 경남서부 도민들이 여전히 ‘도립병원’으로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말로 지역 거점 공공병원이었다.

현재 전국 공공의료기관(2016년 12월말 기준 현황)을 살펴보면 219개소이다. 이 중 경남은 20개소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마산의료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인전문병원이거나 요양원이다. 사실상 경남서부 도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 거점 공공병원이라 할 만한 곳이 없다. 경남서부지역 도민은 돈보다 생명·안전, 의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원하고 있다. 온 나라 국민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공공의료 강화와 공공병원 설립은 문재인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이다. 더 나아가 경남지역민으로서 나 또한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그 첫 번째 실천 과제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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