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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4 18:36 수정 : 2017.06.14 20:47

황민호
<옥천신문> 제작국장

‘서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진다.’ 드라마 <송곳>에 나온 대사다.

예서 서는 곳은 ‘사는 곳’과 ‘일하는 곳’도 적용된다. ‘풍경’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진다. 그것은 사고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그곳의 문화에 젖게 만든다. 경험치를 벗어난 말들은 듣거나 상상에 의존해 하는 것일진대 제대로 듣지 않으면, 엉뚱하게 상상의 나래를 펴면 왜곡될 개연성이 크다.?지역 농촌에 살지 않으면 대부분 지역의 상황을, 농촌의 현실을 매체에 의존하거나 얼추 듣는 것 이상으로 보기 힘들다. 그렇게 쉬이 대상화된다. 왜곡된다.?우리나라가 서울, 도시 중심,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데는 언론의 공도 크다. 언론인들이 사는 곳의 분포도를 보면 어떻게 말과 글이 나오는지 대강 알 수 있다. 일하는 곳과 출입처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기사가 나오는지 대강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전국 방방곡곡을 갈 수 있으니 색다른 현장을 취재할 수도 있지만, 주마간산에 그쳐 왜곡되기 십상이다.

<옥천신문>은 충북 옥천군에 기반하지만, 아무래도 옥천읍 중심의 정보로 채워지기 일쑤다. 기자 대부분이 읍에 살고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읍에 거주하니 그렇기도 하다.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3년 남짓 옥천읍에서 가장 먼 청산면에 부러 살아본 적이 있다. 차로 30분 넘게 출퇴근하니 정말 풍경이 달리 보이더라. 읍과 다른 면의 생활이 보이고 시야가 달라진다.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니 다른 뉴스가 생산된다. 읍에서만 살았더라면 보지 못했고 깊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 만나진다.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옥천신문을 잠시 그만두고 옥천살림 협동조합에서 급식 배달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 냉장 탑차를 몰고 학교급식과 노인·장애인 밑반찬 배달, 차상위계층 영양플러스 꾸러미 배달을 했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옥천 구석구석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정말 고샅고샅 모르는 것 천지였다. 옥탑방, 지하 단칸방, 산 중턱, 방 안까지 일상적으로 들여다본 그 삶들은 지금까지 본 삶들과는 또 확연하게 달랐다. 취재로 잠깐잠깐 만나는 것과 일상으로 매주 만나는 삶들은 또 달랐다. 다시 기자 생활을 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 5만명이 사는 옥천이지만, 아직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 가지 못하는 현장이 여전히 빼곡하고 많다.

누군가는 입버릇처럼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조그만 지역에서 기삿거리 될 만한 게 있어?’ ‘동네 미담이나 쓰는 것 아녀’, 우스갯소리로 농처럼 건네는 그 말을 경계한다.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대상화하는 ‘제국주의적 시각’들이 음험하게 숨어 있음을 안다. 서울에서 도시에서 지역 농촌을 바라볼 때 하나의 유명한 관광지로, 티브이(TV)에 나왔던 유명한 식당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그 지역을 도맷금으로 보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런 시각들은 쉬이 전이되고 내면화된다. 옥천을 정지용 시인의 고장으로, 또한 포도의 고장으로, 올갱이국밥과 생선국수의 고장으로 포장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정말 부분일 뿐이다. 그런 선입견으로 옥천 전체를 포장하고 규정짓는 것이 얼마나 큰 폭력인지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지역에 대한 기사를 간간이 본다. 여전히 삶이 축적되고 겹쳐지는 지역 농촌의 삶을 간단히 농축해 기사로 풀어내기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예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언론도 이제 ‘탈서울’ 하자는 것이다. 몸은 거기 있는데 머리로만 하는 주장은 늘 한계를 동반한다. 분권과 자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면 말로만 하지 말고 결행했으면 한다. 언론사 본사를 가장 약하고 소외된 곳으로 옮겨라. 그것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기자들이 사는 곳이 바뀌고 일하는 곳이 달라진다면 쏟아내는 기사도 달라질 것이다. 가장 아프고 힘든 곳이 중심이어야 한다. 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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