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단디뉴스> 대표 정부가 27일 오후 5시께 언론을 통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호, 6호기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건설 여부를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은 경남 밀양이었다. 밀양에는 영남루보다 더 유명한 ‘밀양 할매’들이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물론 돈과 공권력에 맞서 송전탑 건설을 막겠다고 만사 제치고 12년 동안 싸워온 할매들이다. 머릿수건 대신 복면을 쓰기도 했고, 호미 대신 마이크를 잡았고, 경찰에 질질 끌려가기도 했다. 방송 카메라가 들이닥쳐 왜 싸우느냐고 물어도 부끄러워하지도 떨지도 않게 됐다. ‘밀양 할매’들 덕분에 온 나라 국민들이 알게 됐다. 송전탑 건설 문제는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나라 에너지 문제이고 결국은 탈원전의 문제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밀양 송전탑은 2005년 한전 발표에 따르면 신고리 원자력발전 3·4호기에서 생산할 전기를 765㎸의 초고압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건설될 예정이었다. 당시 한전은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 등 5개 시·군에 191기 송전탑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는데, 191기 중 69개가 밀양의 5개면 부북면, 산외면, 단장면, 청도면, 상동면에 집중됐다. 이번에 공사가 중단된 것은 신고리 5·6호기지만 3·4호기와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정부의 ‘탈원전’ 의지와 향후 에너지정책과도 크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발표에 박수 치고 있을 밀양시 부북면 지실댁, 기정댁 할매… 수년 전에 만난 밀양 할매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2012년 1월16일 이치우 어른 분신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밀양 송전탑 문제가 다시 전면에 떠올랐고 전국 각 지역에서 달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희망버스’를 꾸려 밀양을 찾았다. 그 당시 할매들은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들머리 127번 송전탑 예정지에다 산막을 짓고 굴착기 앞을 막으며 송전탑 공사에 맞서고 있었다. “한전 눔들이 공사하러 처올까 이 늘근것들이 한겨울 밤에 덜덜 떨며 3명씩 번갈아감시 이 산막을 지켰심니더. 송전탑이 믄가 몰랏는데, 그게 전기를 보낼라꼬 그런 거라네. 하모 서울 사람들도 전기는 써야제. 근디 저그 전기 쓸라꼬 우리 동네 배리고 우리 논밭에다 세우몬 우짜라꼬예?” 2012년 당시 지실댁(85) 할매가 마이크를 잡고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거 아입니꺼. 국민한테 피해가 오면 고칠 수 있어야제. 우리도 우리 자식들도 다 나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심니더. 어느 놈들 위하느라고 우리 마을에다 저 괴물 같은 걸 세운다 캅니꺼? 서울 한복판에다 세우라 카이소. 참말 우짤긴데예.” 옆에 있던 기정댁(78) 할매도 한마디 거들었다. 할매들은 허리가 ㄱ자로 굽은 채 지팡이를 잡고 있어도, 무릎이 아파 주저앉아 있어도 산막을 떠나지 않았다. 부당한 공권력과 자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따져보면 송전탑 건설 문제는 밀양만이 아니다. 국도나 지방도를 따라 가다보면 산과 들, 마을로 줄줄이 이어지는 송전탑과 고압전선이 방방곡곡 눈에 보인다. 대부분 주민들이 나라가 하는 일이라, 혹은 얼마의 보상금에 자신의 삶터를 뺏기다시피 내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 외 지역 한적한 시골 마을에 대부분 건설됐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전력 소비는 지역보다 서울이, 개인보다는 산업용·상업용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송전탑은 소비가 낮은 지역에 건설하고 있으니 결국은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지역에다 ‘몸빵’ 시키는 것이다. 그러고도 원자력 말고 다른 대체에너지는 생산단가가 높아 개인 부담 전기세가 엄청 많아질 거라는 불확실한 엄포를 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이노무 송전탑 우짤긴데? / 권영란 |
진주 <단디뉴스> 대표 정부가 27일 오후 5시께 언론을 통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호, 6호기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건설 여부를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은 경남 밀양이었다. 밀양에는 영남루보다 더 유명한 ‘밀양 할매’들이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물론 돈과 공권력에 맞서 송전탑 건설을 막겠다고 만사 제치고 12년 동안 싸워온 할매들이다. 머릿수건 대신 복면을 쓰기도 했고, 호미 대신 마이크를 잡았고, 경찰에 질질 끌려가기도 했다. 방송 카메라가 들이닥쳐 왜 싸우느냐고 물어도 부끄러워하지도 떨지도 않게 됐다. ‘밀양 할매’들 덕분에 온 나라 국민들이 알게 됐다. 송전탑 건설 문제는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나라 에너지 문제이고 결국은 탈원전의 문제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밀양 송전탑은 2005년 한전 발표에 따르면 신고리 원자력발전 3·4호기에서 생산할 전기를 765㎸의 초고압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건설될 예정이었다. 당시 한전은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 등 5개 시·군에 191기 송전탑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는데, 191기 중 69개가 밀양의 5개면 부북면, 산외면, 단장면, 청도면, 상동면에 집중됐다. 이번에 공사가 중단된 것은 신고리 5·6호기지만 3·4호기와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정부의 ‘탈원전’ 의지와 향후 에너지정책과도 크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발표에 박수 치고 있을 밀양시 부북면 지실댁, 기정댁 할매… 수년 전에 만난 밀양 할매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2012년 1월16일 이치우 어른 분신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밀양 송전탑 문제가 다시 전면에 떠올랐고 전국 각 지역에서 달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희망버스’를 꾸려 밀양을 찾았다. 그 당시 할매들은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들머리 127번 송전탑 예정지에다 산막을 짓고 굴착기 앞을 막으며 송전탑 공사에 맞서고 있었다. “한전 눔들이 공사하러 처올까 이 늘근것들이 한겨울 밤에 덜덜 떨며 3명씩 번갈아감시 이 산막을 지켰심니더. 송전탑이 믄가 몰랏는데, 그게 전기를 보낼라꼬 그런 거라네. 하모 서울 사람들도 전기는 써야제. 근디 저그 전기 쓸라꼬 우리 동네 배리고 우리 논밭에다 세우몬 우짜라꼬예?” 2012년 당시 지실댁(85) 할매가 마이크를 잡고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거 아입니꺼. 국민한테 피해가 오면 고칠 수 있어야제. 우리도 우리 자식들도 다 나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심니더. 어느 놈들 위하느라고 우리 마을에다 저 괴물 같은 걸 세운다 캅니꺼? 서울 한복판에다 세우라 카이소. 참말 우짤긴데예.” 옆에 있던 기정댁(78) 할매도 한마디 거들었다. 할매들은 허리가 ㄱ자로 굽은 채 지팡이를 잡고 있어도, 무릎이 아파 주저앉아 있어도 산막을 떠나지 않았다. 부당한 공권력과 자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따져보면 송전탑 건설 문제는 밀양만이 아니다. 국도나 지방도를 따라 가다보면 산과 들, 마을로 줄줄이 이어지는 송전탑과 고압전선이 방방곡곡 눈에 보인다. 대부분 주민들이 나라가 하는 일이라, 혹은 얼마의 보상금에 자신의 삶터를 뺏기다시피 내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 외 지역 한적한 시골 마을에 대부분 건설됐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전력 소비는 지역보다 서울이, 개인보다는 산업용·상업용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송전탑은 소비가 낮은 지역에 건설하고 있으니 결국은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지역에다 ‘몸빵’ 시키는 것이다. 그러고도 원자력 말고 다른 대체에너지는 생산단가가 높아 개인 부담 전기세가 엄청 많아질 거라는 불확실한 엄포를 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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