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제작국장 마을이나 권역 공모사업은 어찌 보면 ‘삶터' 자체도 경쟁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는 사실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마을을 양산시켜 마을 간의 불화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럴싸한 서류로 포장한 공모사업계획서는 갑자기 많은 돈을 불러들여 마을 안에 분란의 씨앗을 잉태하기도 한다. 공모사업은 예산 투입 대비 홍보의 가성비가 좋고, 구조의 문제를 마을 자체의 노력 유무로 치환시킨다. 그래서 공모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부분 마을을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으뜸마을, 버금마을 또는 최우수 마을, 우수마을로 딱지가 붙여진 마을들은 삶터를 규정짓는다. 마치 1등 국민, 2등 국민의 표딱지가 붙여진 것처럼 말이다. 돈은 한번 지원된 곳으로 쏠리는 관성을 갖고 있다. 고루고루 나눠지기보다는 이미 검증됐다고 판단한 ‘안전빵' 지원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된 마을이 연거푸 사업 지원을 받는 것은 뭐 별 특별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모사업 3관왕, 4관왕까지 하면서 몇백억원에 달하는 ‘과한' 지원을 받는 것조차 성과로 평가된다. 능력도 없고 가난한 마을은 늘 가난하고 계획서도 척척 써내는 마을은 돈이 쏟아진다. 커다란 건물이 생기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돈이 벌리는 것 같은 마을이 이웃 마을에 주는 위화감은 상당하다. 이웃 마을뿐이 아니다. 마을 안에서도 일을 벌이는 사람과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과의 갈등은 거의 필연적이다. 소통과 공유가 되지 않고 추진되는 모든 사업들이 뜨거운 갈등을 잉태한다. 고생하는 사람은 고생대로 하면서 욕을 먹고, 지켜보는 사람은 소외된 채 차별을 동시에 느낀다. 의지가 있는 마을에 공모사업 등을 통해 지원할 수는 있다. 공모사업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치 이것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참여와 공모가 마치 ‘전가의 보도인 것처럼' 휘둘러댄다면 이건 아니올시다. 공모사업을 평가하고, 성과를 다른 마을에 어떻게 확산·적용시킬지 구조의 문제를 정부나 지자체가 주민과 함께 충분히 고민할 일이다. 공모사업 자체가 종결어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더 기초 지자체 군 단위는 대부분 읍면 생활권에 기인하는데, 면이 아니라 특정 마을에, 특정 권역에 과도한 예산을 퍼붓는 것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는 앞서 말했던 공모에 선정되지 않은 마을과 권역에 과도한 위화감을 조성해 공동체 의식을 파괴하는 전범이 된다. 이웃 마을도 자극해 경쟁의 대열에 들어서게 한다는 의미로 하는 것일 텐데, ‘협동'과 ‘연대'를 오히려 깨뜨린다. 살아보면 알 텐데,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농촌에 읍면에 살아보지 않았으니 여간해서 잘 모른다. 충북 옥천의 안남면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라는 권역사업을 그래서 공모하기 전부터 안남면 전체로 고민했고, 권역사업으로 선정됐지만, 권역에 포함되지 않은 마을도 참여시켜 면 전체 사업으로 진행했다. 엉터리 제도가 빠뜨린 것을 주민들이 슬기롭게 메워 놓은 사례다. 주민을 대상화하고 동원하는 사업들은 수두룩 빽빽하다. 위에서 거창하고 고상한 말들로 포장된 사업들이 아래에서 집행되는 것을 보면 정부 공무원들은 다 짐 싸서 집에 돌아가야 한다. 그래 놓고 농촌, 농민, 농업을 탓하기 일쑤다. 농촌에 돈이 그렇게 투자됐는데 다 어디 갔냐며 ‘밑 빠진 독'이라는 이미지를 퍼뜨린다. 그 주범은 사업을 잘못 설계한 공직자들과 사업을 대부분 수행하는 농어촌공사와 수많은 컨설팅 회사이다. 예산 낭비 요소가 드러나고 조금 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농촌으로 투입되는 예산 자체에 온 국민이 거부감을 가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돈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아직 농민, 농업, 농촌에 그 돈이 제대로 닿은 적이 없다. 관련 공무원들, 정책 입안자들, 통렬하게 각성하시라.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농촌 공모사업에 대한 고찰 / 황민호 |
<옥천신문> 제작국장 마을이나 권역 공모사업은 어찌 보면 ‘삶터' 자체도 경쟁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는 사실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마을을 양산시켜 마을 간의 불화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럴싸한 서류로 포장한 공모사업계획서는 갑자기 많은 돈을 불러들여 마을 안에 분란의 씨앗을 잉태하기도 한다. 공모사업은 예산 투입 대비 홍보의 가성비가 좋고, 구조의 문제를 마을 자체의 노력 유무로 치환시킨다. 그래서 공모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부분 마을을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으뜸마을, 버금마을 또는 최우수 마을, 우수마을로 딱지가 붙여진 마을들은 삶터를 규정짓는다. 마치 1등 국민, 2등 국민의 표딱지가 붙여진 것처럼 말이다. 돈은 한번 지원된 곳으로 쏠리는 관성을 갖고 있다. 고루고루 나눠지기보다는 이미 검증됐다고 판단한 ‘안전빵' 지원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된 마을이 연거푸 사업 지원을 받는 것은 뭐 별 특별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모사업 3관왕, 4관왕까지 하면서 몇백억원에 달하는 ‘과한' 지원을 받는 것조차 성과로 평가된다. 능력도 없고 가난한 마을은 늘 가난하고 계획서도 척척 써내는 마을은 돈이 쏟아진다. 커다란 건물이 생기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돈이 벌리는 것 같은 마을이 이웃 마을에 주는 위화감은 상당하다. 이웃 마을뿐이 아니다. 마을 안에서도 일을 벌이는 사람과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과의 갈등은 거의 필연적이다. 소통과 공유가 되지 않고 추진되는 모든 사업들이 뜨거운 갈등을 잉태한다. 고생하는 사람은 고생대로 하면서 욕을 먹고, 지켜보는 사람은 소외된 채 차별을 동시에 느낀다. 의지가 있는 마을에 공모사업 등을 통해 지원할 수는 있다. 공모사업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치 이것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참여와 공모가 마치 ‘전가의 보도인 것처럼' 휘둘러댄다면 이건 아니올시다. 공모사업을 평가하고, 성과를 다른 마을에 어떻게 확산·적용시킬지 구조의 문제를 정부나 지자체가 주민과 함께 충분히 고민할 일이다. 공모사업 자체가 종결어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더 기초 지자체 군 단위는 대부분 읍면 생활권에 기인하는데, 면이 아니라 특정 마을에, 특정 권역에 과도한 예산을 퍼붓는 것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는 앞서 말했던 공모에 선정되지 않은 마을과 권역에 과도한 위화감을 조성해 공동체 의식을 파괴하는 전범이 된다. 이웃 마을도 자극해 경쟁의 대열에 들어서게 한다는 의미로 하는 것일 텐데, ‘협동'과 ‘연대'를 오히려 깨뜨린다. 살아보면 알 텐데,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농촌에 읍면에 살아보지 않았으니 여간해서 잘 모른다. 충북 옥천의 안남면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라는 권역사업을 그래서 공모하기 전부터 안남면 전체로 고민했고, 권역사업으로 선정됐지만, 권역에 포함되지 않은 마을도 참여시켜 면 전체 사업으로 진행했다. 엉터리 제도가 빠뜨린 것을 주민들이 슬기롭게 메워 놓은 사례다. 주민을 대상화하고 동원하는 사업들은 수두룩 빽빽하다. 위에서 거창하고 고상한 말들로 포장된 사업들이 아래에서 집행되는 것을 보면 정부 공무원들은 다 짐 싸서 집에 돌아가야 한다. 그래 놓고 농촌, 농민, 농업을 탓하기 일쑤다. 농촌에 돈이 그렇게 투자됐는데 다 어디 갔냐며 ‘밑 빠진 독'이라는 이미지를 퍼뜨린다. 그 주범은 사업을 잘못 설계한 공직자들과 사업을 대부분 수행하는 농어촌공사와 수많은 컨설팅 회사이다. 예산 낭비 요소가 드러나고 조금 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농촌으로 투입되는 예산 자체에 온 국민이 거부감을 가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돈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아직 농민, 농업, 농촌에 그 돈이 제대로 닿은 적이 없다. 관련 공무원들, 정책 입안자들, 통렬하게 각성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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