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구미시의원·녹색당 국공립 유치원 원아 수용 비율을 2022년까지 40%로 늘리려는 새 정부 계획이 난항에 직면했다. 예상했지만 사립 유치원 측의 저항이 거세다. 나는 국공립 유치원으로 사립 유치원을 무작정 쓰러뜨리는 데는 반대하지만, 교육 및 보육 공공성의 확립이 1차적으로 국공립 비중 증가에 달려 있다는 것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사립유치원 측은 자발적으로 공공성 확충 및 공공부문 흡수를 위한 절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존 시설을 활용한 국공립 유치원 확충 방식이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병설 유치원이다. “대형 단설 신설 유치원을 자제하고….” 지난 4월11일, 사립 유치원 행사에서 나온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의 발언으로 선거는 떠들썩해졌다. ‘단설’을 ‘관설’로 잘못 들은 이들은 이를 사립에 대한 옹호로 받아들이고 전파했다. 이 직후 안 전 후보는 이런 요지로 해명했다. “국공립 유치원을 줄인다는 해석은 오보다.” “대형 단설은 거리가 멀어 통합의 어려움이 생긴다.” “병설 유치원을 추가로 설치해 공립을 40%로 확대하겠다.” 나는 곧바로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풀뿌리 현장을 경험한 정치인이나 활동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방의원 시절 나를 가장 애먹인 문제 가운데 하나가 ‘부지 선정’이었다. 구미시는 인동동 주민센터를 새로 지으면서 큰 물의를 일으켰고, 이를 막아내지 못한 나도 바늘방석에 앉아 꾸중을 기다려야 했다. 주민센터가 방문하기 힘겨운 고지대로 올라가 버린 것이었다. 이 과정에는 지역 토호들의 생떼 같은 고집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시유지가 넉넉하지 않아 얼른 대안 부지를 내밀기 힘든 사정도 한몫을 했다. 재임 중 추진했던 ‘청소년 문화의 집’ 신설도, 내가 염두에 둔 부지에 다른 시설을 지으려는 또 다른 견해에 부딪혔다. 지역구 내 새로 들어선 문화복지회관 역시 접근성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가운데서도 구미시는 예전 주민센터 부지를 매각해 버렸다. 이러한 태도는 지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동네에는 툭하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내건 부지 매각 안내 현수막이 붙었다. 한 평이 아쉬운 상황에서도 공공재산을 포기하는 현실은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동네를 돌아보면서 단설 유치원을 지을 만한 빈 땅을 찾아보시라. 찾은 분은 거기가 공유지인지 사유지인지 알아보시라. 사유지라면 매매가를 계산해 보시라. 땅을 찾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겪었던 ‘청소년 문화의 집’ 사례처럼 다른 민원과 충돌할 수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을 반대하는 동네 사례도 있지 않은가. 우여곡절 끝에 단설 유치원이 만들어져도 보람은 크지 않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였지만, 이런 식으로 앞으로 얼마나 지을 수 있나. 국정기획위원회 사회분과 소속인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재원 문제에 부딪힌다”며 단설 유치원의 난점을 자인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병설 유치원’을 공립 확대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병설 유치원에는 현재 방학 기간 등 단점이 있지만, 해결 가능성이 있는 문제다. 적어도 단설에 드는 부지와 비용에 비해서는 그렇다. 병설 유치원을 더욱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방법도 있다. 조 교육감과 안 전 후보는 현행 6년인 초등학교 학제를 ‘5년’으로 줄이는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5년 학제로 빈 교실에 병설 유치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학제 전환 시점에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이 중학교에 동시 진학하는 난제는, 조 교육감 정책대로 중학교 학제를 4년으로 늘리게 되면, 5학년은 중1로, 6학년은 중2로, 중1은 중3으로, 중2는 중4로 진학함으로써 풀 수 있다(학령인구 감소는 중학교가 4개 학년을 수용하는 데 좀 더 용이한 환경을 제공한다). 지역에서 땅을 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는 사람들이 충분히 모여 이야기했다면, ‘단설 대거 확충’이라는 어렴풋하고 막연한, 책임질 수 없는 희망을 띄우지 않았을 것이다.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병설유치원이 1차 해법이다 / 김수민 |
전 구미시의원·녹색당 국공립 유치원 원아 수용 비율을 2022년까지 40%로 늘리려는 새 정부 계획이 난항에 직면했다. 예상했지만 사립 유치원 측의 저항이 거세다. 나는 국공립 유치원으로 사립 유치원을 무작정 쓰러뜨리는 데는 반대하지만, 교육 및 보육 공공성의 확립이 1차적으로 국공립 비중 증가에 달려 있다는 것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사립유치원 측은 자발적으로 공공성 확충 및 공공부문 흡수를 위한 절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존 시설을 활용한 국공립 유치원 확충 방식이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병설 유치원이다. “대형 단설 신설 유치원을 자제하고….” 지난 4월11일, 사립 유치원 행사에서 나온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의 발언으로 선거는 떠들썩해졌다. ‘단설’을 ‘관설’로 잘못 들은 이들은 이를 사립에 대한 옹호로 받아들이고 전파했다. 이 직후 안 전 후보는 이런 요지로 해명했다. “국공립 유치원을 줄인다는 해석은 오보다.” “대형 단설은 거리가 멀어 통합의 어려움이 생긴다.” “병설 유치원을 추가로 설치해 공립을 40%로 확대하겠다.” 나는 곧바로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풀뿌리 현장을 경험한 정치인이나 활동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방의원 시절 나를 가장 애먹인 문제 가운데 하나가 ‘부지 선정’이었다. 구미시는 인동동 주민센터를 새로 지으면서 큰 물의를 일으켰고, 이를 막아내지 못한 나도 바늘방석에 앉아 꾸중을 기다려야 했다. 주민센터가 방문하기 힘겨운 고지대로 올라가 버린 것이었다. 이 과정에는 지역 토호들의 생떼 같은 고집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시유지가 넉넉하지 않아 얼른 대안 부지를 내밀기 힘든 사정도 한몫을 했다. 재임 중 추진했던 ‘청소년 문화의 집’ 신설도, 내가 염두에 둔 부지에 다른 시설을 지으려는 또 다른 견해에 부딪혔다. 지역구 내 새로 들어선 문화복지회관 역시 접근성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가운데서도 구미시는 예전 주민센터 부지를 매각해 버렸다. 이러한 태도는 지자체에 그치지 않았다. 동네에는 툭하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내건 부지 매각 안내 현수막이 붙었다. 한 평이 아쉬운 상황에서도 공공재산을 포기하는 현실은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동네를 돌아보면서 단설 유치원을 지을 만한 빈 땅을 찾아보시라. 찾은 분은 거기가 공유지인지 사유지인지 알아보시라. 사유지라면 매매가를 계산해 보시라. 땅을 찾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겪었던 ‘청소년 문화의 집’ 사례처럼 다른 민원과 충돌할 수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을 반대하는 동네 사례도 있지 않은가. 우여곡절 끝에 단설 유치원이 만들어져도 보람은 크지 않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였지만, 이런 식으로 앞으로 얼마나 지을 수 있나. 국정기획위원회 사회분과 소속인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재원 문제에 부딪힌다”며 단설 유치원의 난점을 자인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병설 유치원’을 공립 확대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병설 유치원에는 현재 방학 기간 등 단점이 있지만, 해결 가능성이 있는 문제다. 적어도 단설에 드는 부지와 비용에 비해서는 그렇다. 병설 유치원을 더욱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방법도 있다. 조 교육감과 안 전 후보는 현행 6년인 초등학교 학제를 ‘5년’으로 줄이는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5년 학제로 빈 교실에 병설 유치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학제 전환 시점에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이 중학교에 동시 진학하는 난제는, 조 교육감 정책대로 중학교 학제를 4년으로 늘리게 되면, 5학년은 중1로, 6학년은 중2로, 중1은 중3으로, 중2는 중4로 진학함으로써 풀 수 있다(학령인구 감소는 중학교가 4개 학년을 수용하는 데 좀 더 용이한 환경을 제공한다). 지역에서 땅을 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는 사람들이 충분히 모여 이야기했다면, ‘단설 대거 확충’이라는 어렴풋하고 막연한, 책임질 수 없는 희망을 띄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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