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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0 18:32 수정 : 2017.09.20 19:44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중앙정부가 ‘예산 줄여!’라니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함께 즐기던 축제가 본전 뽑기에 급급해졌다. 거기에다 전국 축제끼리 경쟁을 붙여 최우수니 대표축제니 선정을 하고 축제 예산을 지원한다니 지방정부는 ‘돈 되는 장사’를 어찌할지 행정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방권력은 축제를 자신의 인지도와 치적 쌓기에 기대주 상품으로 포장했다.

2014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축제 경비를 얼마나 절감했느냐를 교부세 산정에 반영, 그 비율을 현재 50%에서 10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전국 234개 지방정부에서 열리는 축제는 1만4천여건으로 소요예산은 1조원에 이르렀다. 중앙정부는 축제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다 대부분 ‘선심성·낭비성 이벤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통교부세 페널티까지 들이대며 축제 구조조정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당장 지방정부는 축제 경비를 줄여야 했다. 정부 지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까닥하다가는 행정자치부의 보통교부세 페널티를 받을 수 있었다. 지방정부의 셈법은 단순했다. 축제 경비를 줄이려면 관람객 돈을 받아 충당해야겠다는, 좀 더 나아가 잘만 하면 축제 재정자립 성과가 돋보여 대표적인 축제가 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을 것이다. 충북 청주시 ‘청원생명축제’,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축제’, 전남 함평군 ‘나비축제’ 등 지역축제들이 앞다퉈 유료가 됐다. 경남에서는 함안 해바라기축제가 유료화됐고, 창원시는 지난해 ‘가고파축제’를 유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다시 2018년까지 보류하겠다고 했다.

가관은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남강유등축제다. 2015년 진주시는 관람객 입장 제한을 위해 진주성과 남강 둘레 4㎞를 파란 천이나 합판으로 가리고 막았다. 입장료 수입으로 축제 재정자립을 하겠다는 것이다. 2016년에는 남강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다리를 ‘꼬마전구 가림막’(앵두터널등)으로 포장했다. 꼬마전구 가림막은 축제 기간 여기저기 깨진 채 빗물에 노출돼 혹 감전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올해로 남강유등축제 유료화가 세번째다. 축제장 둘레는 꼬마전구나 창작등으로 터널을 만들어 세웠지만 주민들에게는 그저 ‘수억원짜리 가림막’일 뿐이다. 올해는 ‘꼬마전구 가림막’에 수십개의 폐회로텔레비전(CCTV)까지 설치했다. 돈 좀 벌겠다고 계속 돈을 더 바르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닌 가림막에만.

지역민들은 처음부터 ‘돈 받는 축제 반댈세’였다. 축제장 입구에서 유료화·가림막 반대운동을 벌였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진주시가 2016년 두번째 유료 축제를 준비하면서 시민대토론회를 여는 등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시늉을 하는가 싶었지만 유료화 입장은 변함없었고 가림막 설치도 강행했다. 진주시는 ‘유료화 성공’을 위해 이·통장을 동원해서 1만원짜리 소망등을 팔게 하고 공무원들을 총동원해 티켓 판매 할당까지 했다는 의혹과 비난에 휩싸였다. 지금도 ‘돈 받겠다’는 진주시와 ‘돈 받으면 안 된다’는 지역민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시작부터 중앙정부가 잘못했다. 축제는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누리며 지역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분별한 지역축제 자정을 위해 더 나은 방안을 고민했어야 했다. 슬금슬금 ‘돈줄’을 끊고 지역끼리 경쟁을 붙여놓으면 적당히 흥망성쇠가 가려지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지방정부를 향해 보통교부세를 들먹이며 돈주머니를 흔들어대거나 대표축제니 글로벌축제니 등급을 매기는 짓 따윈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되레 주인인 지역민을 축제장 밖으로 몰아냈다.

당장 축제가 코앞인데 설렘이나 기대가 없다. 진주 남강유등축제는 유료화와 가림막으로 축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깊은 불신과 소외만 남겼다. 시민들과 함께했던 오랜 축제는 이미 사라졌고 지방권력의 독선과 장삿속만 오롯이 남았다. 어쩔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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