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제작국장 해마다 연말이면 옥천고나 옥천상고(현 충북산업과학고)에는 학교 정문 언저리에 펼침막이 걸린다. 서울대학교 합격을 축하하고 대기업과 제1금융권 취업 소식을 알리는 펼침막이다. 이런 펼침막은 사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2012년과 2015년에 ‘학벌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각 시도 교육감에게 이를 자제토록 지도 감독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거는 행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내면화된 서울 중심의 식민지 근성이 있다. 이를 끊임없이 미디어나 정부가 조장하고 있어서다. 지역 인재를 육성한다면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지역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패배자’ 취급을 한다. 어찌 보면 학생들은 떠밀리듯 나간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젊은층 인구가 빠져나간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서울로 간 학생들에게 특혜는 아무렇지 않게 준다. 서울 소재의 특정 대학 학생들만 갈 수 있는 ‘충북학사’에 옥천군이 충북도와 함께 7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자 하는 것도 이것이 ‘불평등’하고 ‘차별’이란 인식이 아예 없어서다. ‘똘똘한 아이들 지원하면 나중에 옥천 출신이란 꼬리표로 옥천을 빛내겠지’라는 순진하고 막연한 이 정서 뒤에는 지역 유지와 공무원 자녀들이 이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현실도 있다. ?스스로를 배반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차별정책에 스스로의 돈을 쏟아붓는 꼴인데 어찌 해석해야 할까? 3년 전 거창한 대기업 생산직 합격이란 펼침막이 걸린 축하를 뒤로하고 구미 휴대폰 공장에 취업했다가 복귀한 친구가 말했다. “인턴이다 보니까 정규직이 될 때까지 몇 달간은 주말, 휴일도 쉴 틈 없이 맞교대로 계속 일했어요. 괜히 쉬다 보면 눈치 보일까 봐. 정규직이 안 될까 봐. 야근, 특근, 휴일근무까지 하니까 월급은 많이 들어오는데 삶이 없었어요. 사람이 아니라 기계 같았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왔어요.” 그런 속도 모르고 ‘그 좋은 직장 왜 때려치우고 왔니? 걔는 배가 불렀다’는 이웃들의 ‘논공행상’에 그는 한참 오르내렸을 것이고, ‘요즘 뭐 하니?’란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빨리 지역을 떠날 고민을 할 것이다. 실례로 그렇게 그만둔 친구들은 지역에 다시 돌아오지 않고 인근 소도시에서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잇는 경우가 많다. 지역은 어느새 언제고 편하게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닌 가시방석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서울의 대학에 간 친구들은 고향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대부분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로는 공무원을 한다거나 밖에서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선출직’ 한자리를 하기 위해서다. 아니면 다시 올 턱이 별로 없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지자체에서도 ‘지역에 남아 있으라’는 말을 감히 하지도 않을뿐더러 ‘지역’이 ‘농촌’으로 바뀌면 그 차별은 더 심해진다. 아버지가 농민인 한 학생은 한 교사가 ‘너 공부 못하면 농사나 지을 거야’라는 말을 해서 속상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바로 반박은 못했지만, ‘농사를 지으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고 성실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단다. 이렇게 차별의 언어는 일상에서 횡행한다. 변방의 등외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어쭙잖은 피해의식이 아니라 늘 생생하게 재현되는 현실이다. ?사실 농촌은 도시의 식민지이고, 지역은 서울의 식민지다. 그리고 그것은 ‘독립운동’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내화되어 있다. 외려 지금 이 순간에도 확대재생산되고 있다.?언제쯤이면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서 지역 일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릴 때 ‘잘했다’는 박수갈채와 함께 도움을 주는 환경이 만들어질까?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삶터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 지역 인재를 길러낼 고민을 하지 않는 지방정부, 집중과 효율에 목을 매며 분권과 자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국가, 이들을 지역 농촌 바깥으로 탈출시키려는 사람들 모두 공범이다. 그렇게 지역의 아이들은 오늘도 내일도 떠난다.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지역의 아이들은 오늘도 내일도 떠난다 / 황민호 |
<옥천신문> 제작국장 해마다 연말이면 옥천고나 옥천상고(현 충북산업과학고)에는 학교 정문 언저리에 펼침막이 걸린다. 서울대학교 합격을 축하하고 대기업과 제1금융권 취업 소식을 알리는 펼침막이다. 이런 펼침막은 사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2012년과 2015년에 ‘학벌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각 시도 교육감에게 이를 자제토록 지도 감독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거는 행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내면화된 서울 중심의 식민지 근성이 있다. 이를 끊임없이 미디어나 정부가 조장하고 있어서다. 지역 인재를 육성한다면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지역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패배자’ 취급을 한다. 어찌 보면 학생들은 떠밀리듯 나간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젊은층 인구가 빠져나간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서울로 간 학생들에게 특혜는 아무렇지 않게 준다. 서울 소재의 특정 대학 학생들만 갈 수 있는 ‘충북학사’에 옥천군이 충북도와 함께 7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자 하는 것도 이것이 ‘불평등’하고 ‘차별’이란 인식이 아예 없어서다. ‘똘똘한 아이들 지원하면 나중에 옥천 출신이란 꼬리표로 옥천을 빛내겠지’라는 순진하고 막연한 이 정서 뒤에는 지역 유지와 공무원 자녀들이 이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현실도 있다. ?스스로를 배반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차별정책에 스스로의 돈을 쏟아붓는 꼴인데 어찌 해석해야 할까? 3년 전 거창한 대기업 생산직 합격이란 펼침막이 걸린 축하를 뒤로하고 구미 휴대폰 공장에 취업했다가 복귀한 친구가 말했다. “인턴이다 보니까 정규직이 될 때까지 몇 달간은 주말, 휴일도 쉴 틈 없이 맞교대로 계속 일했어요. 괜히 쉬다 보면 눈치 보일까 봐. 정규직이 안 될까 봐. 야근, 특근, 휴일근무까지 하니까 월급은 많이 들어오는데 삶이 없었어요. 사람이 아니라 기계 같았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왔어요.” 그런 속도 모르고 ‘그 좋은 직장 왜 때려치우고 왔니? 걔는 배가 불렀다’는 이웃들의 ‘논공행상’에 그는 한참 오르내렸을 것이고, ‘요즘 뭐 하니?’란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빨리 지역을 떠날 고민을 할 것이다. 실례로 그렇게 그만둔 친구들은 지역에 다시 돌아오지 않고 인근 소도시에서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잇는 경우가 많다. 지역은 어느새 언제고 편하게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닌 가시방석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서울의 대학에 간 친구들은 고향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대부분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로는 공무원을 한다거나 밖에서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선출직’ 한자리를 하기 위해서다. 아니면 다시 올 턱이 별로 없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지자체에서도 ‘지역에 남아 있으라’는 말을 감히 하지도 않을뿐더러 ‘지역’이 ‘농촌’으로 바뀌면 그 차별은 더 심해진다. 아버지가 농민인 한 학생은 한 교사가 ‘너 공부 못하면 농사나 지을 거야’라는 말을 해서 속상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바로 반박은 못했지만, ‘농사를 지으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고 성실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단다. 이렇게 차별의 언어는 일상에서 횡행한다. 변방의 등외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어쭙잖은 피해의식이 아니라 늘 생생하게 재현되는 현실이다. ?사실 농촌은 도시의 식민지이고, 지역은 서울의 식민지다. 그리고 그것은 ‘독립운동’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내화되어 있다. 외려 지금 이 순간에도 확대재생산되고 있다.?언제쯤이면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서 지역 일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릴 때 ‘잘했다’는 박수갈채와 함께 도움을 주는 환경이 만들어질까?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삶터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 지역 인재를 길러낼 고민을 하지 않는 지방정부, 집중과 효율에 목을 매며 분권과 자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국가, 이들을 지역 농촌 바깥으로 탈출시키려는 사람들 모두 공범이다. 그렇게 지역의 아이들은 오늘도 내일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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