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해마다 이맘때면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 필사적이다. 서울로부터 300㎞ 밖 경남 진주이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에 있다는 것만으로 ‘고3’ 학부모는 우리 아이를 서울 어느 대학으로 보내느냐, 또 고등학교 관계자들은 몇 명을 서울 수도권 대학에 보내느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방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출신 지역을 벗어나는 1차 기회는 대학을 서울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다. 등록금을 빼고도 학생 1인당 최소 월 130만원 이상 지원 가능한 부모의 경제력과 성적이 우수한 5% ‘고3’들만 서울 진입에 성공한다. 경남 진주시는 인구 36만명 중 30% 정도가 학생이다. 국립대학인 경상대학교, 경남과학기술대학. 진주교육대학 등을 포함한 7개 대학과 중고 45개교, 초등 45개교가 있다. 1960년대부터 경남서부권 주민들은 진주로 자녀 진학을 시키거나 아예 이전해 왔다. 한때는 서울대학교 입학생 200여명 배출한 고등학교를 등에 업고 ‘교육도시’를 자랑하기도 했다. 서울로 간 지역 출신 학생들이 중앙권력 곳곳에 자리잡아 지역을 음으로 양으로 돌봐준다고도 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주시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내세우는 교육지원시책 중 ‘진주아카데미’란 것도 따져보면 지역 출신 초등학생들을 서울 학생들과 겨룰 만큼 잘 키워 ‘서울행’ 버스를 태우기 위함이다. 지역 예산으로 공들여 키운 인재를 서울에 갖다바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로 가지 못하고 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또 어떠한가. 진주지역 대학생은 3만5천명을 웃돈다. 진주시 인구의 10%에 가깝다. 이들은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서울행에 성공하지 못해 앞으로 ‘밥그릇’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산다. ‘지잡대’(지방 잡다한 대학) 꼬리표를 달고 잔뜩 위축돼 있는 학생들에게 ‘서울행’ 2차 기회는 취업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근근이 ‘서울 입성’을 해도 최저임금에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 해결만으로도 벅찬 서울 시민이 된다. 결국 서울에서 ‘지방충’으로 불리며 어렵게 산다. 지방정부에는 지역 아이들이 기꺼이 지역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잡고 온전히 지역 주민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정책이 없다. 지역 대학과 대학생들을 위한 지방정부의 정책은 대단히 소극적이다. 진주시만이 아니라 경상남도 다른 지역들도 크게 다를 게 없다. 18개 시·군에서 지역 대학들과 적극 연계하거나 지원 정책을 펼치는 사례는 없었다. 지방정부는 지역 출신 학생들을 서울 수도권으로 보낼 생각만 했을 뿐이다. 교육지원정책은 유권자인 학부모를 붙잡을 초·중학생 지원이 대부분이었고 이마저도 치적 쌓기로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여기에다 교육부가 2014년 공포 시행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학 육성법)도 현실적으로 무력하다. 시행 당시 지방대학 육성지원 정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되었다며 대학재정지원사업에 한정되어 있던 기존의 지방대학 지원정책이 지역 내 취업·채용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또 ‘지방대학 육성·지원→정주→지역사회 기여’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분권과 지역발전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교육부 예산 총규모가 커지고 좀 더 다양해진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생겼을 뿐, 지방대학의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지방 학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생활·경제·문화 등에 걸친 식민지 주민으로 살고 있다. 현 정부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채용’을 정착하려면 지방대학 육성법을 서둘러 현실화하고, 지방정부 또한 서울 중앙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 내 대학 지원 정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지방 학생’이 출신 지역을 버리지 않고 ‘지방민’으로 살 수 있는 현 정부와 지방정부의 체계적인 종합정책이 절실하다.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지방 학생’으로 산다는 것 / 권영란 |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해마다 이맘때면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 필사적이다. 서울로부터 300㎞ 밖 경남 진주이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에 있다는 것만으로 ‘고3’ 학부모는 우리 아이를 서울 어느 대학으로 보내느냐, 또 고등학교 관계자들은 몇 명을 서울 수도권 대학에 보내느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방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출신 지역을 벗어나는 1차 기회는 대학을 서울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다. 등록금을 빼고도 학생 1인당 최소 월 130만원 이상 지원 가능한 부모의 경제력과 성적이 우수한 5% ‘고3’들만 서울 진입에 성공한다. 경남 진주시는 인구 36만명 중 30% 정도가 학생이다. 국립대학인 경상대학교, 경남과학기술대학. 진주교육대학 등을 포함한 7개 대학과 중고 45개교, 초등 45개교가 있다. 1960년대부터 경남서부권 주민들은 진주로 자녀 진학을 시키거나 아예 이전해 왔다. 한때는 서울대학교 입학생 200여명 배출한 고등학교를 등에 업고 ‘교육도시’를 자랑하기도 했다. 서울로 간 지역 출신 학생들이 중앙권력 곳곳에 자리잡아 지역을 음으로 양으로 돌봐준다고도 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주시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내세우는 교육지원시책 중 ‘진주아카데미’란 것도 따져보면 지역 출신 초등학생들을 서울 학생들과 겨룰 만큼 잘 키워 ‘서울행’ 버스를 태우기 위함이다. 지역 예산으로 공들여 키운 인재를 서울에 갖다바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로 가지 못하고 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또 어떠한가. 진주지역 대학생은 3만5천명을 웃돈다. 진주시 인구의 10%에 가깝다. 이들은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서울행에 성공하지 못해 앞으로 ‘밥그릇’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산다. ‘지잡대’(지방 잡다한 대학) 꼬리표를 달고 잔뜩 위축돼 있는 학생들에게 ‘서울행’ 2차 기회는 취업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근근이 ‘서울 입성’을 해도 최저임금에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 해결만으로도 벅찬 서울 시민이 된다. 결국 서울에서 ‘지방충’으로 불리며 어렵게 산다. 지방정부에는 지역 아이들이 기꺼이 지역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잡고 온전히 지역 주민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정책이 없다. 지역 대학과 대학생들을 위한 지방정부의 정책은 대단히 소극적이다. 진주시만이 아니라 경상남도 다른 지역들도 크게 다를 게 없다. 18개 시·군에서 지역 대학들과 적극 연계하거나 지원 정책을 펼치는 사례는 없었다. 지방정부는 지역 출신 학생들을 서울 수도권으로 보낼 생각만 했을 뿐이다. 교육지원정책은 유권자인 학부모를 붙잡을 초·중학생 지원이 대부분이었고 이마저도 치적 쌓기로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여기에다 교육부가 2014년 공포 시행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학 육성법)도 현실적으로 무력하다. 시행 당시 지방대학 육성지원 정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되었다며 대학재정지원사업에 한정되어 있던 기존의 지방대학 지원정책이 지역 내 취업·채용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또 ‘지방대학 육성·지원→정주→지역사회 기여’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분권과 지역발전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교육부 예산 총규모가 커지고 좀 더 다양해진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생겼을 뿐, 지방대학의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지방 학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생활·경제·문화 등에 걸친 식민지 주민으로 살고 있다. 현 정부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채용’을 정착하려면 지방대학 육성법을 서둘러 현실화하고, 지방정부 또한 서울 중앙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 내 대학 지원 정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지방 학생’이 출신 지역을 버리지 않고 ‘지방민’으로 살 수 있는 현 정부와 지방정부의 체계적인 종합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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