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지난 2017년 12월7일치 칼럼(‘표준어는 ‘서울권력’이다―나는 왜 ‘텃말’을 버려야 했을까’)에서 나는 내가 사는 터에서 나와 이웃들이 사용하는 ‘텃말’, ‘토박이말’을 도로 찾겠다는 인식과 이에 따른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삶과 정치를 담아내는 텃말이 살아 있는 바탕 위에 지역 정체성과 지역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에다 더 보태어, 나는 지역공동체를 실현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지역출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분권과 주민자치를 위한 더디지만 확실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시작됐다. 5년 동안 해마다 10조 예산을 투입, 지역성장 동력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과 함께 도시를 재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지역 살리기’다. 하지만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시행 과정에 주거정비사업 등 경관사업으로 치달은 선례를 되돌아본다면 해당 지역을 탐구하고 주민 참여를 여는 작업이 먼저여야 한다. 좀 거칠게 말하면 역사, 문화 등 인문사회학적 지역 특성과 지역공동체를 담지 않으면 ‘지역 살리기’는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지역분권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지역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앙집권화 현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출판산업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분권과 여전히 머나멀다. 전국에 등록 출판사만 6만1346개. 서울과 경기에 약 80%가 분포하고 있다. 이들이 출판 흐름을 주도하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지역출판계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출판사들이 모여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줄여서 한지연)를 결성했고, ‘2017년 제주지역도서전’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제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역출판진흥조례를 추진 중이다. 예상대로라면 내년 상반기면 조례 제정과 함께 제주 출판문화산업에 큰 동력이 생기는 셈이다. 지역 출판사와 작가들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탐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 출판 유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일이다. 한지연에 따르면 지역출판이란 지역에 위치한 출판사가 지역작가와 함께 지역 역사·문화 등을 콘텐츠로 책을 출간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각자의 지역성과 공동체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동체란 ‘특정한 사회적 공간에서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공통의 가치와 정체성’은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 경험을 구성원이 공유하는 데서 나온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역출판이다. 이웃 일본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북인돗토리’는 1987년 일본에서 제일 작은 돗토리현에서 시작한 책 축제이다. 일본 전 지역에서 출간된 책을 전시하고 지역출판문화공로상도 수여한다. 지난해 한지연이 주최한 제주지역도서전을 방문한 고다니 히로시 북인돗토리 위원장은 “지역출판사는 주로 지역 역사·문화, 사회를 다룬 책을 출간한다. 돗토리현 주민들은 지난 30년 동안 독서운동을 통해 지역콘텐츠를 발굴해 책으로 만드는 지역출판인들과 함께했다. 지역을 살리는 축제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 또한 대부분의 출판물이 중앙에서 발행돼 중앙과 지역의 격차가 심했다. 돗토리현은 주민과 도서관, 서점의 협력으로 도서관 만들기와 독서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책과 지역출판을 매개로 지역공동체가 형성됐고 지역 살리기로 이어졌다. 지역은 낡은 것, 옛것, 낙후된 것만이 아니다. ‘촌스럽고도 참 아름다운’ 지역을 먼저 탐구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기록해야 한다. 2018년은 세계화가 아니라 지역 속으로, 더욱 지역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역주민의 삶 속에서 텃말도 살리고 공동체를 키워내는 정책적인 모색이 먼저여야 한다. 지역은 우리 동네에 있다. 주민들의 삶에 있다. 지역출판에 그 해답이 있다.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지역출판에서 ‘지역’을 찾다 / 권영란 |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지난 2017년 12월7일치 칼럼(‘표준어는 ‘서울권력’이다―나는 왜 ‘텃말’을 버려야 했을까’)에서 나는 내가 사는 터에서 나와 이웃들이 사용하는 ‘텃말’, ‘토박이말’을 도로 찾겠다는 인식과 이에 따른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삶과 정치를 담아내는 텃말이 살아 있는 바탕 위에 지역 정체성과 지역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에다 더 보태어, 나는 지역공동체를 실현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지역출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분권과 주민자치를 위한 더디지만 확실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시작됐다. 5년 동안 해마다 10조 예산을 투입, 지역성장 동력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과 함께 도시를 재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지역 살리기’다. 하지만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시행 과정에 주거정비사업 등 경관사업으로 치달은 선례를 되돌아본다면 해당 지역을 탐구하고 주민 참여를 여는 작업이 먼저여야 한다. 좀 거칠게 말하면 역사, 문화 등 인문사회학적 지역 특성과 지역공동체를 담지 않으면 ‘지역 살리기’는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지역분권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지역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앙집권화 현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출판산업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분권과 여전히 머나멀다. 전국에 등록 출판사만 6만1346개. 서울과 경기에 약 80%가 분포하고 있다. 이들이 출판 흐름을 주도하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지역출판계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출판사들이 모여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줄여서 한지연)를 결성했고, ‘2017년 제주지역도서전’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제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역출판진흥조례를 추진 중이다. 예상대로라면 내년 상반기면 조례 제정과 함께 제주 출판문화산업에 큰 동력이 생기는 셈이다. 지역 출판사와 작가들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탐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 출판 유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일이다. 한지연에 따르면 지역출판이란 지역에 위치한 출판사가 지역작가와 함께 지역 역사·문화 등을 콘텐츠로 책을 출간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각자의 지역성과 공동체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동체란 ‘특정한 사회적 공간에서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공통의 가치와 정체성’은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 경험을 구성원이 공유하는 데서 나온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역출판이다. 이웃 일본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북인돗토리’는 1987년 일본에서 제일 작은 돗토리현에서 시작한 책 축제이다. 일본 전 지역에서 출간된 책을 전시하고 지역출판문화공로상도 수여한다. 지난해 한지연이 주최한 제주지역도서전을 방문한 고다니 히로시 북인돗토리 위원장은 “지역출판사는 주로 지역 역사·문화, 사회를 다룬 책을 출간한다. 돗토리현 주민들은 지난 30년 동안 독서운동을 통해 지역콘텐츠를 발굴해 책으로 만드는 지역출판인들과 함께했다. 지역을 살리는 축제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 또한 대부분의 출판물이 중앙에서 발행돼 중앙과 지역의 격차가 심했다. 돗토리현은 주민과 도서관, 서점의 협력으로 도서관 만들기와 독서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책과 지역출판을 매개로 지역공동체가 형성됐고 지역 살리기로 이어졌다. 지역은 낡은 것, 옛것, 낙후된 것만이 아니다. ‘촌스럽고도 참 아름다운’ 지역을 먼저 탐구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기록해야 한다. 2018년은 세계화가 아니라 지역 속으로, 더욱 지역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역주민의 삶 속에서 텃말도 살리고 공동체를 키워내는 정책적인 모색이 먼저여야 한다. 지역은 우리 동네에 있다. 주민들의 삶에 있다. 지역출판에 그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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