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집이 망원동인데 7천만원 보증금에 월세 50만원에 살고 있습니다.” 30대 서울 토박이 청년이다. 평소 통근시간은 편도 1시간여. 회사 업무 때문에 두어 달 동안 경남 진주에 살면서 그는 혼란에 휩싸인 듯했다. 당장 서울과 진주의 주거비용 차이를 실감한 것이다. 그 돈이면 월세를 은행 대출로 돌려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고 그도 아니면 진주 시내 외곽에 땅을 사서 작은 집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거기에 통근, 모임, 쇼핑을 위한 이동은 편도 20분이면 충분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가게 임대료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70만원입니다. 몇 년 하고 있으니 그 동네 상권이 살아나 건물주가 임대료를 자꾸 올려요. 우리에겐 뭐가 돌아오는가 싶지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40대 후반이다. 그는 ‘탈서울’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는 건물주만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됐고, 이대로는 아니다 싶어 본격적인 ‘지방살이’를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을 설득할 근거가 필요하다며 진주 산청 광양 등 남쪽 여러 도시를 돌아보고 있었다. 현재로선 자신들의 자금과 인력으로 ‘탈서울’ 한다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나는 한 번도 서울·경기에서 살지 못했고, 인구 36만명의 진주에서 평생을 살아 이들의 ‘서울살이’가 그저 놀랍고 고민이 안타까울 뿐 체감하지는 못한다. 내겐 서울·경기는 출장 아니면 여행, 강연 교육 등으로 가는 곳이었다. 이런 나를 서울 친구들은 가볍게 ‘촌사람’이라고 하더라(아, 이 친구들 대부분이 진주가 고향이다). 현재 서울·경기 인구는 2300만명에 이른다. 서울 인구만 해도 1천만명 안팎. 전국 인구 5200만명 중 44%가 서울·경기 지역에 살고 있다. 몇 해 전 미국 컨설팅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200여개 도시 중에서 가장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 가운데 서울이 여덟번째로 꼽혔다. 당장 주거비만 따져도 금방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략 비교해 보자면, 서울의 원룸이 보증금 2, 3천만원에 월세 50만원 이상이라면 진주에서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5만원이 평균치다. 서울에서는 1억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하기도 힘들지만, 다소 차이는 있어도 진주에서는 16~20평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 자영업자는 작은 가게 임대도 가능하다. 서울사람들은 주거비용을 줄이려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주를 한다지만 대신 시간비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가장 길다. 오이시디가 201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회원국의 하루 평균 편도 통근시간이 28분인 데 비해 한국은 58분이다. 출퇴근으로 하루 24시간 중 2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서울·경기 바깥의 사람들은 인정하지 못한다. 당장 진주 사람들은 “엇, 내 통근시간은 20분인데. 그래 가꼬 우찌 사노?”라고 혀를 찬다. 결국은 삶의 질이다. 나는 지방살이가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여기저기서 고된 서울살이를 듣다 보니 참 난민이 따로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에서 사는 나는 유명 백화점 대신 동네 시장을 가고, 출퇴근 이동 1~2시간 대신 잠을 더 자거나 아침밥을 챙겨 먹는다. 밤늦게 친구들과 번개모임도 가능하다. 20~30분만 남으로 달려가면 남해바다가 있고, 서북으로 20~30분만 달려가면 지리산이 있다. 지방살이는 요샛말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지난 60여년 정부는 지방을 방치했다. 서울 집중화는 지방을 식민지로 만들었지만 지금 서울사람의 삶의 질은 지방보다 더 나아 보이지도 않는다. ‘탈서울’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이 그 증거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정책으로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내세우고 있는 이때, ‘탈서울’ 고심자들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참 다행히도, 지방은 그동안 정부가 돌보지 않은 덕분에 오히려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땅이 되었다. 서울사람들아, 지방에는 살기 좋은 곳이 많으니 적극 ‘탈서울’ 하시라.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촌사람’은 서울사람이 걱정스럽다 / 권영란 |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집이 망원동인데 7천만원 보증금에 월세 50만원에 살고 있습니다.” 30대 서울 토박이 청년이다. 평소 통근시간은 편도 1시간여. 회사 업무 때문에 두어 달 동안 경남 진주에 살면서 그는 혼란에 휩싸인 듯했다. 당장 서울과 진주의 주거비용 차이를 실감한 것이다. 그 돈이면 월세를 은행 대출로 돌려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고 그도 아니면 진주 시내 외곽에 땅을 사서 작은 집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거기에 통근, 모임, 쇼핑을 위한 이동은 편도 20분이면 충분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가게 임대료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70만원입니다. 몇 년 하고 있으니 그 동네 상권이 살아나 건물주가 임대료를 자꾸 올려요. 우리에겐 뭐가 돌아오는가 싶지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40대 후반이다. 그는 ‘탈서울’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는 건물주만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됐고, 이대로는 아니다 싶어 본격적인 ‘지방살이’를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을 설득할 근거가 필요하다며 진주 산청 광양 등 남쪽 여러 도시를 돌아보고 있었다. 현재로선 자신들의 자금과 인력으로 ‘탈서울’ 한다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나는 한 번도 서울·경기에서 살지 못했고, 인구 36만명의 진주에서 평생을 살아 이들의 ‘서울살이’가 그저 놀랍고 고민이 안타까울 뿐 체감하지는 못한다. 내겐 서울·경기는 출장 아니면 여행, 강연 교육 등으로 가는 곳이었다. 이런 나를 서울 친구들은 가볍게 ‘촌사람’이라고 하더라(아, 이 친구들 대부분이 진주가 고향이다). 현재 서울·경기 인구는 2300만명에 이른다. 서울 인구만 해도 1천만명 안팎. 전국 인구 5200만명 중 44%가 서울·경기 지역에 살고 있다. 몇 해 전 미국 컨설팅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200여개 도시 중에서 가장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 가운데 서울이 여덟번째로 꼽혔다. 당장 주거비만 따져도 금방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략 비교해 보자면, 서울의 원룸이 보증금 2, 3천만원에 월세 50만원 이상이라면 진주에서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5만원이 평균치다. 서울에서는 1억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하기도 힘들지만, 다소 차이는 있어도 진주에서는 16~20평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 자영업자는 작은 가게 임대도 가능하다. 서울사람들은 주거비용을 줄이려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주를 한다지만 대신 시간비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가장 길다. 오이시디가 201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회원국의 하루 평균 편도 통근시간이 28분인 데 비해 한국은 58분이다. 출퇴근으로 하루 24시간 중 2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서울·경기 바깥의 사람들은 인정하지 못한다. 당장 진주 사람들은 “엇, 내 통근시간은 20분인데. 그래 가꼬 우찌 사노?”라고 혀를 찬다. 결국은 삶의 질이다. 나는 지방살이가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여기저기서 고된 서울살이를 듣다 보니 참 난민이 따로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에서 사는 나는 유명 백화점 대신 동네 시장을 가고, 출퇴근 이동 1~2시간 대신 잠을 더 자거나 아침밥을 챙겨 먹는다. 밤늦게 친구들과 번개모임도 가능하다. 20~30분만 남으로 달려가면 남해바다가 있고, 서북으로 20~30분만 달려가면 지리산이 있다. 지방살이는 요샛말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지난 60여년 정부는 지방을 방치했다. 서울 집중화는 지방을 식민지로 만들었지만 지금 서울사람의 삶의 질은 지방보다 더 나아 보이지도 않는다. ‘탈서울’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이 그 증거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정책으로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내세우고 있는 이때, ‘탈서울’ 고심자들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참 다행히도, 지방은 그동안 정부가 돌보지 않은 덕분에 오히려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땅이 되었다. 서울사람들아, 지방에는 살기 좋은 곳이 많으니 적극 ‘탈서울’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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