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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26 18:03 수정 : 2018.03.26 19:33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서울 손님들이 또 오셨다. 이맘때만 되면 그동안 어디서 뭘 하던 분들인지 명함을 내민다. 수십 년 만에 나타나 지역 정치와 현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이제 고향은 걱정 마라, 내가 지키겠다는 식이다. 바야흐로 다시 ‘고향팔이’ 철이다.

지난 1월부터 서너 명 출마자를 만났다. 이들 중 서울 손님들도 있다. 참 딱하다. 어쩌다 나 같은 촌아지매에게조차 연락해 올까 싶어 미리 피하지만 도리 없이 마주치기도 한다. 서울 손님들은 대개 장황하다. 짐짓 과시하고 짐짓 읍소한다.

“인생에서 정치는 마지막에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 그동안 서울에서 고향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해왔다. 지역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

이게 무슨, 속으로 진주 섭천 소가 웃겠구나 싶었다. 대개 이런 손님들의 삶의 방식은 서울 중심이다. 이들에게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은 여전히 2등 국민이고 계도 대상쯤으로 보이나 싶다.

대개 서울 손님들은 정해진 순서를 밟는다. 길게는 대여섯 달 전부터 지역에 와서는 열심히 지역 행사마다 얼굴도장을 찍고, 말을 건네고 명함을 돌린다. 이름 알리기 출판기념회를 연다.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다. 학벌과 중앙정치 인맥도 과시한다. 이럴 때 동원되는 게 혈연보다는 ‘서울 학연’이다. 젊을 때 지역사회 활동을 하다 나이 들어 점잖게 뒷짐 지고 있던 이들이 서울 손님들과 함께 다시 얼굴을 내민다. 서울에서든 지역에서든 누릴 것 다 누린 이들 사이의 손잡기다.

2012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서울 손님으로 왔다. 당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거론되던 홍 대표는 집권당 당 대표의 도지사 출마는 ‘경남 머슴아’의 자존심 문제라며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홍 대표는 두어 달 뒤 이 말을 뒤엎었다. ‘경남’, ‘고향’을 강조하며 그는 보궐과 재선을 이어 5년 가까이 경남에 있으면서 분열과 갈등만 남겨놓고 갔다. 경남은 그가 서울로, 다시 중앙정치로 돌아가는 ‘정거장’이거나 쉬다 가는 ‘사랑방’이었다.

안상수 창원시장도 갑자기 내려온 서울 손님이었다. 안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2대 통합창원시장이 됐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으로 중앙정치인으로 살던 그도 ‘고향 창원시 발전’ 운운하며 수십 년 만에 지역에 왔다. 이창희 진주시장도 국회사무처에 있으면서 2006년 지방선거 즈음 진주를 기웃댔다. 그 뒤 출마는 하지 않고 경남 정무부지사로 바로 들어왔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주시장으로 들어앉았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지방선거인데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 텃밭이라 일컫는 경남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 기대를 모은다. 지난 대선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37.24%, 문재인 대통령 36.73%를 얻었다. 0.51%포인트 차였다. 지난 13일 끝난 경남 자유한국당 공천 신청률을 살펴보면 2014년보다 다소 낮았다. ‘한국당 공천=당선’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과 함께 사실상 경남 선거 결과가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와 평가의 기준치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별 서울 손님들의 ‘지역쯤이야’는 여전하다. 2012년 홍준표 대표가 “70세쯤 되면 내 고향 창녕에서 군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 있다. 마치 기초자치단체장 자리쯤은 자신의 노후 연금보험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다. 지금도 여야 인사를 막론하고 중앙정치 이력을 내세우며 지역정치를 하겠다고 말한다. 지역정치쯤이야, 지방선거쯤이야로 여기는 것이다. 또 이들은 6·13 선거가 끝나면 서둘러 서울로 돌아갈 게 뻔하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명함을 건네는 서울 손님 등 뒤에서 지역민들은 말한다. 죄다 홍준표 같으니라고!

그러니 서울 손님들아, 부디 이곳에 올 때는 중앙정치 타령은 접고 오셔요. 다음에는 지역 정치인 노릇 하기보다는 지역 주민으로 살러 오셔요. 지역에서 좀 더 오래오래 발 딛고 살며 부디 지역의 미래를 보여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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