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6.18 18:15 수정 : 2018.06.19 14:24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남해안 블루벨트’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은 ‘붉은 섬’이 되었다. 6·13 지방선거 이후 경남 정치 지형이 딱 그렇다.

‘디비졌다’고 환호했다.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경남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선거 당일, 경남 도민들은 밤늦도록 개표 상황을 보며 마음 졸였다. 마치 지난해 3월 박근혜 탄핵 판결을 지켜보기 위해 티브이 앞을 지켰듯 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실시간으로 개표장 상황, 지역별 선거사무소 모습 등이 올라왔다. 개표 시작 4시간이 지난 밤 11시12분께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앞질렀다. 그토록 원하던 일당 독점 체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룻밤 사이 지방권력이 바뀌었다.

경남 주민의 지방자치 열망은 높았다. 투표율만 해도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4번째로 높다. 6·13 지방선거 전국 평균 투표율은 60.2%, 경남지역 최종 투표율은 65.8%. 2014년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 59.8%보다 6%포인트 높았다. 경남은 도지사만이 아니라 18개 시·군 중 고성군을 포함한 일곱 지역 단체장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를 두고 한 명의 뛰어난 장수(문재인 대통령)가 전국 1천명 병사 목숨을 살린다고도 했고, 집권여당 위세라고도 했다.

하지만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경남 전체 유권자 276만5485명의 정치적 자각이 밑바닥 동력이 된 것이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또 새 대통령을 만든 경험으로 이미 유권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큰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 힘이 파란 열풍의 실체다. 전국 광역시·도단체장, 시·군·구단체장 당선자 전국 지도는 더불어민주당만의 것이 아니다. 경남에서는 양산, 김해, 창원, 거제, 통영, 고성, 남해를 잇는 이른바 ‘남해안 블루벨트’가 형성됐다. ‘남해안 청정벨트’라고도 말했다.

여기까지도 좋았다. 선거 이후 당장 경남은 동부와 서부로 금이 그어졌다. 언론들은 앞다퉈 ‘디빈 데’와 ‘디비지 못한 데’로 나눴다. 경남 서부 지역은 ‘붉은 섬’이 되었다. 경남 안에서도 참 어쩔 수 없는 ‘꼴통’이라는 눈총이었다. ‘꼴통 경남’이 동부만 쏙 빠진 채 ‘꼴통 경남 서부’로 입에 올랐다. 지역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수구·보수 대 민주·진보’를 기준으로 시장·군수를 ‘디비지 못했다’는 이유로 진주를 비롯한 산청·함양·거창·합천·의령 주민들은 싸잡아 보수가 됐다. 지역공동체 전체가 위축됐고 서로 책임 지우기에 급급해졌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단체장은 지역별로 1명만 뽑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 시·군 단위로 변화가 없는 게 아니다. 진주만 해도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독점을 뒤엎진 못했지만 전체 투표율은 67.7%로 전국 평균보다 7.5%, 경남 평균보다 1.9%포인트 높았다. 1995년 민선 1기 선거 이후 최고 수치다. 그만큼 지방권력과 지역정치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의식이 높아진 것이다.

도지사 선거에서 김경수 당선자의 진주 득표율은 51.18%로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44.54%보다 6.64%포인트나 높았다. 4년 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김 당선자는 진주에서 31.03% 득표에 그쳤다. 정당득표율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39.99%, 자유한국당은 42.93%, 바른미래당은 5.97%, 정의당은 8.49%, 민중당은 2.59%였다.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총득표율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합계보다 3.8%포인트가 더 높았다. 경남도의원 4명 중 2명이 민주당이고, 기초의원도 전체 21명 중 민주당 9명, 민중당 1명, 무소속 1명 그리고 자유한국당 10명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경남은 환호했다. 하지만 그 환호가 ‘디비지 못한’ 경남 서부 지역을 ‘붉은 섬’으로 만들었다. 경남은 디비졌지만 지역 내 간극은 더 벌어졌다. 작은 지역들의 더딘 변화가 성에 차지 않겠지만 손가락질보다는 응원하라. 경남 서부 지역을 위해 박수 쳐라.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지역에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