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순전히 중앙정부의 축제 지원 정책 탓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대한민국 지역 축제 수는 2016년 693개, 2017년 733개, 2018년 886개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 지원과 자치단체, 지역주민이 주최·주관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축제 수다. 1일 축제 등 마을 축제까지 합하면 2~3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지역 축제는 늘어나는데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지역문화는 변질되고 지역공동체는 붕괴되고 지역주민은 즐겁지가 않다. 심지어는 지방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대립과 충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의 지역 축제는 100여개였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점차 늘어났고, 2000년 중앙정부의 축제 지원 정책이 발표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중앙정부는 지역 축제에다 대표, 최우수, 우수 등 점수를 매겨 축제 예산을 지원했다. 거기에다 ‘축제 자립’을 내세워 가산점 운운했다. 그러자 지역 축제는 지방정부와 자치단체장의 성과품으로 맞춤해졌다. 내가 살고 있는 경남 진주에는 논개제, 진주국제탈춤한마당, 개천예술제, 진주남강유등축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축제가 예닐곱개 있다. 이 중 1949년 시작한 개천예술제는 올해로 68회를 맞는다. 시작 당시 설창수 선생을 비롯한 지역 예술인들이 정부 수립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개천예술제에서 누구나 기다리는 행사는 유등놀이였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하늘에선 불꽃이 펑펑 터지고 남강에 띄워놓은 수십, 수백개의 유등에 불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환호했고, 밤늦도록 남강변을 떠나지 못했다. 이건 개천예술제에서 남강유등놀이가 따로 떨어져나가기 전 이야기다. 특성화된 유등놀이는 관광 상품 축제가 됐다. 여기서부터 잘못됐을 것이다. 개천예술제 유등놀이는 2002년부터 ‘진주남강유등축제’로 대규모 독립 축제가 됐다. 중앙정부의 지역 축제 지원으로 특성화 축제로 선정된 것이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2003년 문화관광축제 예비축제, 2004년 육성축제, 2005년 우수축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최우수축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중앙정부로부터 크게 인정을 받자, 자치단체장의 욕심은 한층 커졌다. 2013년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등축제를 계속하자 지방정부는 ‘유등축제는 진주 것’이라 고집하며 서울시와 마찰을 빚었다. 또 2015년 당시 진주시장은 축제 유료화를 선포하고 진주성과 남강을 낀 축제장 전역에다 가림막을 쳤다. 1만원짜리 입장권을 받기 위해 강폭 500m, 강둘레 4㎞가 넘는 축제장을 싸구려 천막으로 친친 둘러쌌다. 돈 내지 않은 사람은 유등을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대다수 지역 주민은 부끄러웠다. 분노했고 반발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독재는 계속됐다. 중앙정부가 내세운 ‘자립축제’ 인정을 받아야 했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2017년 남강유등축제 유료화는 계속됐다. 지방정부는 2017년 축제 예산 대비 수익 계산법을 들고 가까스로 축제 자립을 달성했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관람객 수는 대폭 줄었고 지역경기는 침체했고 지역주민들은 축제를 외면했다. 지역 공동의 자산인 남강유등축제는 그렇게 망가졌다. 올해 자치단체장이 바뀌고 축제는 3년 만에 ‘도로 무료화’가 됐다. 하지만 이미 축제 본래의 의미는 실종됐다. 지역공동체의 기대도 사라졌다. 거기에 수십년 지역공동체가 일궈온, 지역역사와 문화를 담은 개천예술제는 진주남강유등축제의 부분 행사처럼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에서 축제가 사라져간다. 축제에 담을 지역성과 지역문화를 고민하지 않는다. 지역주민들은 더 이상 축제에 환호하지 않는다. 지난 20여년 중앙정부가 돈줄을 쥐고, 우열을 가려 줄을 세우고, ‘자립축제’를 내세워 쥐락펴락한 탓이다. 지역마다 잃어버린 ‘우리의 축제’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중앙정부는 답하라.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중앙정부 탓이다! / 권영란 |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순전히 중앙정부의 축제 지원 정책 탓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대한민국 지역 축제 수는 2016년 693개, 2017년 733개, 2018년 886개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 지원과 자치단체, 지역주민이 주최·주관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축제 수다. 1일 축제 등 마을 축제까지 합하면 2~3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지역 축제는 늘어나는데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지역문화는 변질되고 지역공동체는 붕괴되고 지역주민은 즐겁지가 않다. 심지어는 지방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대립과 충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의 지역 축제는 100여개였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점차 늘어났고, 2000년 중앙정부의 축제 지원 정책이 발표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중앙정부는 지역 축제에다 대표, 최우수, 우수 등 점수를 매겨 축제 예산을 지원했다. 거기에다 ‘축제 자립’을 내세워 가산점 운운했다. 그러자 지역 축제는 지방정부와 자치단체장의 성과품으로 맞춤해졌다. 내가 살고 있는 경남 진주에는 논개제, 진주국제탈춤한마당, 개천예술제, 진주남강유등축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축제가 예닐곱개 있다. 이 중 1949년 시작한 개천예술제는 올해로 68회를 맞는다. 시작 당시 설창수 선생을 비롯한 지역 예술인들이 정부 수립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개천예술제에서 누구나 기다리는 행사는 유등놀이였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하늘에선 불꽃이 펑펑 터지고 남강에 띄워놓은 수십, 수백개의 유등에 불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환호했고, 밤늦도록 남강변을 떠나지 못했다. 이건 개천예술제에서 남강유등놀이가 따로 떨어져나가기 전 이야기다. 특성화된 유등놀이는 관광 상품 축제가 됐다. 여기서부터 잘못됐을 것이다. 개천예술제 유등놀이는 2002년부터 ‘진주남강유등축제’로 대규모 독립 축제가 됐다. 중앙정부의 지역 축제 지원으로 특성화 축제로 선정된 것이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2003년 문화관광축제 예비축제, 2004년 육성축제, 2005년 우수축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최우수축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중앙정부로부터 크게 인정을 받자, 자치단체장의 욕심은 한층 커졌다. 2013년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등축제를 계속하자 지방정부는 ‘유등축제는 진주 것’이라 고집하며 서울시와 마찰을 빚었다. 또 2015년 당시 진주시장은 축제 유료화를 선포하고 진주성과 남강을 낀 축제장 전역에다 가림막을 쳤다. 1만원짜리 입장권을 받기 위해 강폭 500m, 강둘레 4㎞가 넘는 축제장을 싸구려 천막으로 친친 둘러쌌다. 돈 내지 않은 사람은 유등을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대다수 지역 주민은 부끄러웠다. 분노했고 반발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독재는 계속됐다. 중앙정부가 내세운 ‘자립축제’ 인정을 받아야 했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2017년 남강유등축제 유료화는 계속됐다. 지방정부는 2017년 축제 예산 대비 수익 계산법을 들고 가까스로 축제 자립을 달성했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관람객 수는 대폭 줄었고 지역경기는 침체했고 지역주민들은 축제를 외면했다. 지역 공동의 자산인 남강유등축제는 그렇게 망가졌다. 올해 자치단체장이 바뀌고 축제는 3년 만에 ‘도로 무료화’가 됐다. 하지만 이미 축제 본래의 의미는 실종됐다. 지역공동체의 기대도 사라졌다. 거기에 수십년 지역공동체가 일궈온, 지역역사와 문화를 담은 개천예술제는 진주남강유등축제의 부분 행사처럼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에서 축제가 사라져간다. 축제에 담을 지역성과 지역문화를 고민하지 않는다. 지역주민들은 더 이상 축제에 환호하지 않는다. 지난 20여년 중앙정부가 돈줄을 쥐고, 우열을 가려 줄을 세우고, ‘자립축제’를 내세워 쥐락펴락한 탓이다. 지역마다 잃어버린 ‘우리의 축제’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중앙정부는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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