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자연재해, 강력사건, 관광지. 지역이 서울 언론의 중심에 등장할 때 열쇳말은 대체로 이 세가지다.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안타까운 곳이거나 끔찍한 범죄가 발생한 곳, 그나마 긍정적으로 비친다면 잠시 들러 놀다 오기 좋은 관광지로 그려질 때다. 유명 맛집의 소재지로 등장할 때가 그런 경우다. 어느 쪽이든 지역은 우리의 삶터가 아니라 대상화된 ‘어느 먼 곳’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네이버가 지역을 삭제했다. 최근 네이버가 공개한 모바일용 베타 버전을 보면, 첫 화면에 선택할 수 있는 언론사 44곳에 지역 언론사는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뉴스 이용자의 70% 이상이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모바일용 첫 화면에서 지역 언론에는 바로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사실상 뉴스 유통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네이버가 지역을 외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포털로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굳어질수록 지역 언론이 설 자리는 급격하게 좁아졌다. 지역 뉴스에 대한 관심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그만큼 지역의 고른 발전 가능성도 멀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관련 법안 두개가 발의된 상태다. 포털이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지역 신문과 방송의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싣도록 하고, 누리집 첫 화면에 지역 언론 기사 노출을 의무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법안들이다. 두 법안 모두 ‘지역 언론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전제가 깔렸다. 지역 언론의 발전을 위해 포털에서 지역 언론사에 대한 접근권을 일정 부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지역 언론’은 ‘지역의 주류 언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처럼 법에 떠밀려 포털이 몇몇 지역 언론사를 대접하면 지역 언론 발전에 도움이 될까? 현재 뉴스 유통 구조를 보면 포털에서 지역 언론의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한 위기로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예산과 토착기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역 언론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지역 언론을 제대로 살리고 싶다면, 몇몇 주류 언론이 아니라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전국 곳곳의 대안 언론들에 힘을 싣는 일이 더 필요하다. “포털이 지역 기득권 언론의 기사를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곧 지역 언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나눠 주는 광고에 목매지 않고 독자들만 보고 가는 대안 언론이 곳곳에 있다. 이런 건강한 언론이 제 역할을 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진정한 지역 언론 발전이라고 본다.” 14년째 대구에서 인터넷신문 <평화뉴스>를 꾸려가는 유지웅 편집장의 생각에 동의한다. 서울 언론의 축소판이라는 비판을 받는 지역의 주류 언론을 넘어 대안 언론의 성장이 지역 발전에 훨씬 더 유익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구에도 대안 언론으로 분류되는 인터넷신문들이 있다. 기자 서너명을 둔 소규모 신문사지만, 지역을 훑으며 주류 언론은 관심 두지 않는 사안들을 촘촘하게 취재해서 알린다. 보도자료 받아쓰기로 일회성 속보 경쟁을 하는 대신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시간을 들여 꾸준히 보도한다. 무엇보다 기득권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지역 권력과 자본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한다. 서울과 지역의 주류 언론에서 쏟아내는 엇비슷한 기사에서는 볼 수 없는 지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준다. 덕분에 깨어 있는 지역의 독자들은 건강한 지역 소식을 편하게 받아보는 호사를 누린다. 일부 독자들이 매달 1만~2만원씩 내는 후원으로는 기자들의 급여조차 챙기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주는 대안 언론들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지역 언론의 활약과 함께 지역의 성장을 바란다면 건강한 습관 하나를 추천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대안 언론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포털 뉴스를 검색하기 전 한번씩 방문해보시길. 제대로 된 지역 뉴스를 보면서 지역의 주인으로 이웃과 더불어 해야 할 일도 덤으로 챙겨볼 수 있다. 지역 언론 살리기는 네이버가 아니라 깨어 있는 독자들의 관심에서 시작된다.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지역 대안 언론’ 즐겨찾기 / 박주희 |
‘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자연재해, 강력사건, 관광지. 지역이 서울 언론의 중심에 등장할 때 열쇳말은 대체로 이 세가지다.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안타까운 곳이거나 끔찍한 범죄가 발생한 곳, 그나마 긍정적으로 비친다면 잠시 들러 놀다 오기 좋은 관광지로 그려질 때다. 유명 맛집의 소재지로 등장할 때가 그런 경우다. 어느 쪽이든 지역은 우리의 삶터가 아니라 대상화된 ‘어느 먼 곳’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네이버가 지역을 삭제했다. 최근 네이버가 공개한 모바일용 베타 버전을 보면, 첫 화면에 선택할 수 있는 언론사 44곳에 지역 언론사는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뉴스 이용자의 70% 이상이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모바일용 첫 화면에서 지역 언론에는 바로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사실상 뉴스 유통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네이버가 지역을 외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포털로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굳어질수록 지역 언론이 설 자리는 급격하게 좁아졌다. 지역 뉴스에 대한 관심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그만큼 지역의 고른 발전 가능성도 멀어진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관련 법안 두개가 발의된 상태다. 포털이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지역 신문과 방송의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싣도록 하고, 누리집 첫 화면에 지역 언론 기사 노출을 의무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법안들이다. 두 법안 모두 ‘지역 언론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전제가 깔렸다. 지역 언론의 발전을 위해 포털에서 지역 언론사에 대한 접근권을 일정 부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지역 언론’은 ‘지역의 주류 언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처럼 법에 떠밀려 포털이 몇몇 지역 언론사를 대접하면 지역 언론 발전에 도움이 될까? 현재 뉴스 유통 구조를 보면 포털에서 지역 언론의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한 위기로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예산과 토착기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역 언론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지역 언론을 제대로 살리고 싶다면, 몇몇 주류 언론이 아니라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전국 곳곳의 대안 언론들에 힘을 싣는 일이 더 필요하다. “포털이 지역 기득권 언론의 기사를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곧 지역 언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나눠 주는 광고에 목매지 않고 독자들만 보고 가는 대안 언론이 곳곳에 있다. 이런 건강한 언론이 제 역할을 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진정한 지역 언론 발전이라고 본다.” 14년째 대구에서 인터넷신문 <평화뉴스>를 꾸려가는 유지웅 편집장의 생각에 동의한다. 서울 언론의 축소판이라는 비판을 받는 지역의 주류 언론을 넘어 대안 언론의 성장이 지역 발전에 훨씬 더 유익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구에도 대안 언론으로 분류되는 인터넷신문들이 있다. 기자 서너명을 둔 소규모 신문사지만, 지역을 훑으며 주류 언론은 관심 두지 않는 사안들을 촘촘하게 취재해서 알린다. 보도자료 받아쓰기로 일회성 속보 경쟁을 하는 대신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시간을 들여 꾸준히 보도한다. 무엇보다 기득권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지역 권력과 자본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한다. 서울과 지역의 주류 언론에서 쏟아내는 엇비슷한 기사에서는 볼 수 없는 지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준다. 덕분에 깨어 있는 지역의 독자들은 건강한 지역 소식을 편하게 받아보는 호사를 누린다. 일부 독자들이 매달 1만~2만원씩 내는 후원으로는 기자들의 급여조차 챙기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주는 대안 언론들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지역 언론의 활약과 함께 지역의 성장을 바란다면 건강한 습관 하나를 추천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대안 언론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포털 뉴스를 검색하기 전 한번씩 방문해보시길. 제대로 된 지역 뉴스를 보면서 지역의 주인으로 이웃과 더불어 해야 할 일도 덤으로 챙겨볼 수 있다. 지역 언론 살리기는 네이버가 아니라 깨어 있는 독자들의 관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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