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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7 17:31 수정 : 2019.01.08 12:47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아무리 생각해도 청년들이 밑지는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침체된 전통시장과 원도심을 살리는 일에 왜 청년들을 앞장세우고 있는 걸까.

동네에 또 청년몰이 들어섰다. 응원에 앞서 걱정스럽다. 괜찮을까. 한국판 신조어가 된 청년몰은 지역에 사는 청년 상인들이 다양한 업종으로 한데 모인 쇼핑센터나 특정 공간을 말한다. 청년몰은 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창업지원 사업으로 청년 일자리와 원도심·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제법 그럴싸한 취지가 딱 맞아떨어져 지역마다 청년 지원사업 중 하나가 됐다.

경남 진주에는 2017년 원도심에 두 개의 청년몰이 개장됐다.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진주중앙시장 2층 ‘청춘다락’과 30년 된 진주중앙지하도상가 ‘황금상점’이다.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진주시는 침체된 전통시장과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20대 30대 상인들을 모집했고 개장 당시 청년 상인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원도심으로 젊은 소비자를 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원도심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거라고도 언급했다.

1년6개월여가 지난 지금 청년몰은 어떻게 됐을까? 중앙시장 2층 ‘청춘다락’은 ‘진주시내맛집푸드존’을 내걸고 개장 초기 13~14개 다양한 가게가 밀집했던 곳이었지만 현재 장사를 하는 가게가 거의 없고 아예 중앙 통로 출입문은 닫혀 있다. 폐장 수준이다. 대부분 첫 창업의 설렘과 열정으로 가득했을 청년 상인들은 1년6개월여 만에 왜 이곳을 떠났을까. 밥벌이가 되지 않았을까. 그동안 ‘개고생’만 하고 치를 떨며 문을 닫은 걸까. 개장 초기 지역 언론과 행정이 과할 정도로 홍보했던 것과는 달리 이토록 짧은 기간에 ‘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작 밝힌 바가 없다.

진주중앙지하도상가 청년몰 ‘황금상점’은 그래도 고군분투 중이다. 황금상점은 도심 한가운데 수년 동안 방치됐던 지하상가가 재개장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청년몰 조성사업에 선정돼 2017년 6월 황금처럼 빛나는 쇼핑·문화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개장했다. 청년 상인 20명이 입점했고 현재 두세 가게를 제외하고 영업 중이다. ‘2018 청년몰 활성화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장사가 잘되냐고 물으면 절레절레한다. 월 최저임금이라도 건지는 청년 상인이 몇이나 될까 싶다.

지역 현실이 이러한데 또 새로운 청년몰 ‘비단길’이 조성된 것이다. 진주중앙시장 2층 문 닫힌 ‘청춘다락’ 바로 그 옆이다. 앞선 청년몰보다 더 나은 시설과 공유 공간을 확보하고 주변 환경도 개선하고 올 한해 보증금과 임대료가 지원된다고 한다. 다행이다. 하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이곳 청년몰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당장에 ‘망한 곳’과 ‘시작하는 곳’의 대비를 목격하게 된다. 청년 상인들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건데, 전통시장 활성화를 내건 건데 올 한해 지원으로 과연 자립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지 못하면 결국 지방정부의 일회적 성과 사업으로 끝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년 주가’는 예년보다 급상승이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청년이 지역 혁신의 주체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주자라고 추켜세운다. 온 나라가 청년 정책 조례를 정한다, 앞으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둥 열을 올리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청년정책 추진을 위해 청년의 삶과 관련된 전반의 문제에 대해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발굴·제안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남 청년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여전히 원도심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 명분에다 창업 지원주머니를 흔들며 지역 청년들을 줄 세우고 있다. 침체된 곳을 살리겠다고 청년의 노동과 미래를 싼값으로 이용하려 드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에게 ‘지역 회춘’이라는 과제를 짊어지우고 말이다. 이러다간 ‘청년몰’이 청년몰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역 청년정책의 출발은 지역 청년들에게 말을 건네는 게 먼저이다. 뭐가 힘드니, 놀 곳은 있니, 재미는 있니, 밥벌이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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