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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1 17:35 수정 : 2019.03.11 22:01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46일째, 파업은 중단됐다. 11일부터 버스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갔다. 아니 돌아가야 했다. 노동자 자주기업 삼성교통 버스 노동자들은 진주시를 상대로 표준운송원가 현실화, 최저임금 보장을 내걸었고, 2017년 버스 노선 개편 당시 진주시가 약속했던 표준운송원가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다며 현실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삼성교통 버스 노동자들이 월급을 못 가져간 지도 몇개월째.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견디기 힘들기도 했고 회사도 더 이상의 경영난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삼성교통은 “진주시에 요구한 것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노동자 2명은 아직도 철탑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진주시를 상대로 계속 싸워나갈 것”을 밝혔다.

진주시는 지난 1월21일 삼성교통이 파업에 들어가자 전세버스 100대를 즉각 투입했고 버스 앞에 ‘월급 제일 많이 받는 삼성교통에서 적자를 이유로 파업하고 있습니다’라는 왜곡된 펼침막을 내걸고 운행하도록 했다. 이는 근무일수와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이 아니었다. 관변단체를 동원해서 사실관계가 틀린 유인물을 뿌리기도 했다. ‘삼성교통 죽이기’였다. 거기에다 한달 넘게 시청 출입구를 봉쇄하고 한번만 만나달라고 청사로 들어가는 버스 노동자들을 경찰과 공무원들을 동원해 막았다.

이상하다. 이 같은 일은 전임 이창희 진주시장 재임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인데 똑같다. 당시 이창희 진주시장은 유등축제 입장료 받겠다고 5㎞나 되는 남강 둘레에 가림막을 치고 시의회에서 막말로 일관하며 시민들이야 뭐라 하든 권력을 휘두르던 단체장이었고, 지금은 취임 전부터 ‘나는 이창희와 다르다’며 시민 소통과 열린 시정을 내세워온 조규일 진주시장이지 않은가. 삼성교통이 파업을 하고 시청 앞 농성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언론 보도에는 조규일 진주시장이 ‘시민과의 데이트’라며 이런저런 단체와 시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조규일 진주시장은 삼성교통 파업 46일 동안 시청 앞 농성 천막에 얼굴 한번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한명도 내려오는 직원이 없고…. 교통과 직원 한번 만난 적도 없고 전화 통화 한번 한 적 없고, 현장에 한번 온 사람도 없고…. 단식에다 고공농성에다 몇백명이 싸우고 다치는데도 누구 한 사람 나와 가지고 정리하는 사람이 없어요. 나와서 해결을 해야지, 나와서…. 내버려 두라고 했답니다. 저그들끼리 하라고….”

띄엄띄엄 말을 잇는 버스 노동자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분한 것보다 설움이 북받치는 듯했다.

시내버스 파업이 46일째 계속됐고, 2명은 단식농성 중이었고, 지금도 버스 노동자 2명은 45m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 중인데 시민 안전과 교통행정을 책임지는 조규일 진주시장은 왜 적극 나서지 않는 걸까? 큰아버지가 사주로 있는 특정 업체의 시내버스 독점체제를 떠안겨주려는 속셈이라는 시민들의 말을 인정하는 것일까. 삼성교통 파업은 중단됐지만 진주시 시내버스 정상화, 최저임금 반영 운송원가, 노선 개혁, 준공영제 도입 등의 난제는 여전히 방치돼 있다.

지난 7일 삼성교통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도심 한가운데서 조규일 진주시장이 나서서 ‘실종된 교통행정’을 책임지고 해결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진주시가 특정 업체의 부당수익금을 환수하고 버스 노동자 근무조건 개선과 최저임금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또 시민에게는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하정우 진주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시민의 이동권과 시내버스 공공성 확보는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버스 노동자의 최저임금과 근무 조건이 개선되면 그만큼 시민 안전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자주기업 삼성교통은 다시 ‘시민의 발’로 돌아갔지만 버스 노동자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철탑 위 두 노동자도 내려오지 않았다. 먼저 파업을 풀면 대화에 임하겠다던 조규일 진주시장은 11일 현재, 여전히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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