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9.02 17:36 수정 : 2019.09.03 13:22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얼추 14장. 지난 한주 동안 내가 사용한 일회용 비닐봉지다. 개별 포장재 비닐까지 포함하면 비닐 총 사용량은 수십장이다. 마트 장보기를 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은 날, 택배가 오는 날은 비닐봉지는 물론 ‘비닐 뽁뽁이’와 포장재까지 더해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은 1년에 414장 정도다. 어림잡아도 한달 30~40장, 하루에 한두어장을 쓴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이 쓰는 건 아니라고? 천만의 말씀. 비닐봉지가 아니라 1인당 비닐 총 사용량을 따져보면 이 수치가 무색하다. 우리가 가볍게 구입하는 라면 등 식품류에서 과자까지 대부분은 이미 제조업체가 비닐 소재 개별 포장으로 내놓고 있어 별도로 필요치 않은 것일 뿐이다. 1인당 비닐 총 사용량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에 대비해 ‘전통시장 비닐봉지 사용 줄이기’ 기사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다들 전통시장은 비닐 사용 규제의 사각지대라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마치 전통시장이 비닐 대란의 주범으로 들린다. 자원순환사회연대 조사에서도 전통시장이 대형슈퍼보다 비닐봉지를 3배 정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1회 소비 시 전통시장은 1.98장이고 대형슈퍼는 0.62장 정도다. 단순히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만 따져보면 이런 통계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통시장 상인들 입장에선 좀 억울하겠다 싶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비닐 총 배출량을 따져볼까. 잠깐 단순 비교를 해보더라도 대형마트 등에 진열된 식품류는 대부분 스티로폼과 비닐랩 등으로 단단하게 개별 소포장되어 있다. 가공류 포장재는 두말할 것 없다. 포장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싶다. 딱히 일회용 비닐봉지가 필요치 않다. 전통시장은 대부분 포장이 되어 있지 않다. 그 자리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을 담아준다. 이때 비닐봉지를 사용한다. 시금치, 무 등 채소류는 말할 것 없고 생선류도 비닐봉지가 필요하다. 포장을 해놓지 않은 상태여서 손쉽게 담을 수 있는 것이 일회용 비닐봉지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엄청 많은 쓰레기가 나와요. 전통시장이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체나 유통업체가 문제지요. 대부분 개별 포장이 돼 있고 또 필요 이상의 과대 포장이 너무 많거든요.”

경남 진주에 사는 미야씨는 대형마트보다는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 지역 내 전통시장이 좀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에서 장보기가 비닐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장보기는 이미 포장된 것들이라 비닐 사용이나 쓰레기를 줄이려는 소비자의 의지가 개입될 수 없지만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소비자 의지대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비닐 없는 생활’을 위해, 미야씨의 전통시장 장보기에는 나름 요령이 있다. 장을 보러 갈 때는 장바구니에 여러번 사용했지만 재사용 가능한 비닐봉지와 시장 전용 플라스틱 통 두세개를 넣어 간다. 물기 많은 생선을 살 때는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통을 내민다. 한모 씩 잘라 파는 손두부도 미리 준비한 통에다 담아 달라고 한다. 선지국이나 추어탕 등을 살 때 미리 냄비나 통을 준비하는 건 기본이다. 빨간 대야에 담긴 시금치나 파프리카 등은 장바구니에다 그대로 꾹꾹 담는다. 굳이 따로 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고 더럽혀진 장바구니는 한번 더 씻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세르주 라투슈는 <낭비 사회를 넘어서>에서 성장에 중독된 우리 사회의 생산 시스템이 소비 욕망을 무한정으로 부추기고 무한 구매는 무한 생산으로 다시 이어지고 종내 우리 각자가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정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와 이익을 잠식당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는 건 무한 쓰레기뿐이다.

다행히도 이제 나의 가방에는 휴대용 물티슈 대신 손수건이 들어 있다. 재사용 비닐이 몇장 들어 있고, 작은 빈 통 한둘은 들어 있다. 이러다 보니 나의 가방은 늘 불룩하다.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비닐 없는’ 소비 습관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당신에게도 비닐 없는 일주일을 권한다. 요즘 식으로 먼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해시태그를 해보자. #비닐 없는 일주일.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지역에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