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지난주 기사 두건이 나란히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5평살이 둘러싼 서글픈 논쟁’이라는 제목의 <한겨레> 기사다. 5평짜리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논쟁을 소개하면서 청년층의 주거빈곤을 다뤘다. 다른 하나는 ‘임대사업자 상위 30명이 임대주택 1만1천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임대주택을 보유한 40대 남성은 무려 594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앞선 기사에서 ‘지금 5평에 잠깐 살다 30평 간다는 희망이 있으면 버티겠지만 평생 5평에 머물게 될 것 같아 불안하다’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아프게 와닿았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 절대 부족은 해결됐다고 하지만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니 주거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청년층에서는 심각하다. 2017년 한 취업포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년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를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에게 얹혀산다는 고백이다. 주거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 세대의 짐이 되고 노후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주거불안은 청년들에게서 희망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삶의 질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요즘 대구에서 청년들의 주거공유 실험이 진행 중이다. 지역의 청년단체 ‘청춘꿈공작소’가 살 집을 장만해 같이 살 청년들을 모았다. 남녀 세명씩 석달 동안 함께 살기로 했는데, 먼저 8월부터 남성들이 같이 살고 있다. 방 2칸짜리 13평 남짓 빌라에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취준생이 한집에 살면서 가전제품, 가구와 생필품을 공유한다. 집이 비좁으니 되도록 침대와 옷장 같은 큰 가구는 두지 않고, 최대한 공간을 넓게 쓰려고 애쓴다. 입주자 한명이 낡은 자동차지만 같이 쓰자고 제안해 자동차 공유도 해볼 수 있게 됐다. 임대료는 없고, 공과금은 나눠 내는데 지난달에는 1만4천원씩 냈다. 이들은 일상을 함께하며 주거공유가 청년 주거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탐색 중이다. 5평 원룸에서 혼자 살 것인지, 15평 빌라에서 같이 살 것인지, 실제로 주거공유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를 몸으로 살아내며 알아본다. 단지 주거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뤄가고, 공유하는 삶도 익히고 즐긴다. 50일 가까이 주거공유를 경험한 입주자들은 “월세 부담이 없어 좋고, 생활 패턴이 서로 달라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청소 분담 등 규칙만 지키면 같이 사는 장점이 더 크다”고 한다. 현재 여성 입주자 세명이 함께 살 공간도 살림을 장만하고 있다. 새 물건을 사는 대신 이웃들이 쓰던 가전제품과 가구로 집 안을 꾸며보려 한다. 주거공유 공간을 공유 물품으로 채워보려는 것이다. 이번 실험은 대구시의 ‘공유 대구’ 사업 지원을 받아 시작했고, 지역의 청소년지원단체 ‘풀꽃’이 무료로 공간을 빌려준 덕분에 가능했다. 청년 주거공유가 실험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려면 우선 안정적으로 살 집을 확보해야 한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 방안으로 도시의 빈집 활용이 떠오르고 있다. 2017년 통계를 보면, 대구에만 4만4천채 넘는 빈집이 있다. 지난해 기준 대구 엘에이치 임대아파트 가운데 빈집이 680채에 이른다. 그러나 공공임대도 청년층에게 공급되는 비율은 3%에 그친다. 그마저도 1천만~2천만원에 이르는 보증금은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빚을 지게 된다. 문턱을 더 낮춰야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광주광역시는 비어 있는 노후 영구임대주택 12곳을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청년들에게 임대하고 있다. 입주하는 청년에게 리모델링 비용, 임대보증금, 필수 가전제품 등을 지원한다. 청년 현실에 맞게 입주자 규정을 고치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대구 청년들의 주거공유 실험 과정과 함께 광주의 사례를 꼼꼼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몇몇이 사람 사는 집 수백채씩을 독과점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건 어렵다. 돈을 넘어 사람 사이의 관계로 살아보는 주거공유 실험이 일회성 시도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의미 있는 결실을 맺어 청년 주거의 대안으로 한몫했으면 한다. 덕분에 청년들이 집 걱정 좀 덜면 좋겠다.
칼럼 |
[지역에서] 주거공유 실험을 넘어 / 박주희 |
‘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지난주 기사 두건이 나란히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5평살이 둘러싼 서글픈 논쟁’이라는 제목의 <한겨레> 기사다. 5평짜리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논쟁을 소개하면서 청년층의 주거빈곤을 다뤘다. 다른 하나는 ‘임대사업자 상위 30명이 임대주택 1만1천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임대주택을 보유한 40대 남성은 무려 594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앞선 기사에서 ‘지금 5평에 잠깐 살다 30평 간다는 희망이 있으면 버티겠지만 평생 5평에 머물게 될 것 같아 불안하다’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아프게 와닿았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 절대 부족은 해결됐다고 하지만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니 주거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청년층에서는 심각하다. 2017년 한 취업포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년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를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에게 얹혀산다는 고백이다. 주거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 세대의 짐이 되고 노후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주거불안은 청년들에게서 희망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삶의 질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요즘 대구에서 청년들의 주거공유 실험이 진행 중이다. 지역의 청년단체 ‘청춘꿈공작소’가 살 집을 장만해 같이 살 청년들을 모았다. 남녀 세명씩 석달 동안 함께 살기로 했는데, 먼저 8월부터 남성들이 같이 살고 있다. 방 2칸짜리 13평 남짓 빌라에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취준생이 한집에 살면서 가전제품, 가구와 생필품을 공유한다. 집이 비좁으니 되도록 침대와 옷장 같은 큰 가구는 두지 않고, 최대한 공간을 넓게 쓰려고 애쓴다. 입주자 한명이 낡은 자동차지만 같이 쓰자고 제안해 자동차 공유도 해볼 수 있게 됐다. 임대료는 없고, 공과금은 나눠 내는데 지난달에는 1만4천원씩 냈다. 이들은 일상을 함께하며 주거공유가 청년 주거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탐색 중이다. 5평 원룸에서 혼자 살 것인지, 15평 빌라에서 같이 살 것인지, 실제로 주거공유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를 몸으로 살아내며 알아본다. 단지 주거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뤄가고, 공유하는 삶도 익히고 즐긴다. 50일 가까이 주거공유를 경험한 입주자들은 “월세 부담이 없어 좋고, 생활 패턴이 서로 달라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청소 분담 등 규칙만 지키면 같이 사는 장점이 더 크다”고 한다. 현재 여성 입주자 세명이 함께 살 공간도 살림을 장만하고 있다. 새 물건을 사는 대신 이웃들이 쓰던 가전제품과 가구로 집 안을 꾸며보려 한다. 주거공유 공간을 공유 물품으로 채워보려는 것이다. 이번 실험은 대구시의 ‘공유 대구’ 사업 지원을 받아 시작했고, 지역의 청소년지원단체 ‘풀꽃’이 무료로 공간을 빌려준 덕분에 가능했다. 청년 주거공유가 실험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려면 우선 안정적으로 살 집을 확보해야 한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 방안으로 도시의 빈집 활용이 떠오르고 있다. 2017년 통계를 보면, 대구에만 4만4천채 넘는 빈집이 있다. 지난해 기준 대구 엘에이치 임대아파트 가운데 빈집이 680채에 이른다. 그러나 공공임대도 청년층에게 공급되는 비율은 3%에 그친다. 그마저도 1천만~2천만원에 이르는 보증금은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빚을 지게 된다. 문턱을 더 낮춰야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광주광역시는 비어 있는 노후 영구임대주택 12곳을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청년들에게 임대하고 있다. 입주하는 청년에게 리모델링 비용, 임대보증금, 필수 가전제품 등을 지원한다. 청년 현실에 맞게 입주자 규정을 고치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대구 청년들의 주거공유 실험 과정과 함께 광주의 사례를 꼼꼼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몇몇이 사람 사는 집 수백채씩을 독과점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건 어렵다. 돈을 넘어 사람 사이의 관계로 살아보는 주거공유 실험이 일회성 시도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의미 있는 결실을 맺어 청년 주거의 대안으로 한몫했으면 한다. 덕분에 청년들이 집 걱정 좀 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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