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세이수미의 부산 작업실에서 200m 걸어오면 광안리 바다가 나온다. 1집 녹음을 마쳤을 때도 멤버들은 여기서 함께 맥주를 마셨다. 밴드의 마스코트이자 귀염둥이 드러머 강세민은 현재 같이 있지 않다. 지난해 여름 사고로 세민은 반혼수상태다. 동갑내기 친구 케이시가 대신 드럼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규(기타), 최수미(보컬), 강세민(드럼), 하재영(베이스). 일렉트릭뮤즈 제공
지난해 반혼수상태에 빠진 드러머 세민을 위한
‘크라우드펀딩’과 공연 이어가는 부산 록밴드 세이수미
록밴드 세이수미의 부산 작업실에서 200m 걸어오면 광안리 바다가 나온다. 1집 녹음을 마쳤을 때도 멤버들은 여기서 함께 맥주를 마셨다. 밴드의 마스코트이자 귀염둥이 드러머 강세민은 현재 같이 있지 않다. 지난해 여름 사고로 세민은 반혼수상태다. 동갑내기 친구 케이시가 대신 드럼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규(기타), 최수미(보컬), 강세민(드럼), 하재영(베이스). 일렉트릭뮤즈 제공
“얼마나 즐겁게 오래 살 수 있을까? 재밌게 살 날이 길지 않을 텐데…. 그렇게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야겠다.”(2015년 10월, 재미공작소 ‘세이수미’ 인터뷰에서)
부산을 무대로 활동하는 인디 록 밴드 ‘세이수미’에서 드럼을 치는 강세민은 지난해 7월 자주 공연하던 부산대 앞 술집에서 쓰러져 반혼수상태에 빠졌다. 해를 넘겼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하루 즐겁게 살자’는 그의 다짐도 부산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형처럼 드럼을 살살 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밴드의 리더 김병규(기타)는 강세민이 ‘재즈 드러머’로 불릴 정도였다고 말한다. 손목을 쓰지 않고 드럼에 채를 살짝 갖다 대는 식으로 연주를 했다. 그런 강세민의 드럼은 세이수미의 음악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염불을 외듯’ 낮게 읊조리는 보컬 수미의 노래와도 잘 어울렸다. 자신의 연주처럼 부드러운 강세민은 밴드의 맏이였지만 멤버들과 관객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한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다.
멤버들은 모두 바다와 여름, 맥주를 좋아한다. 2012년 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바다와 가까운 곳에 월세 20만원짜리 연습실을 얻어 저녁마다 합주를 했다. 지루하면 바다에 나와 맥주를 마시며 놀았다. 60~70년대 ‘서프 락’(Surf Rock)에 뿌리를 둔 ‘부산 서프락’이 그렇게 탄생했다. 세이수미는 정규 1집 <위브 소버리드 업>(2014)과 미니앨범 <빅 서머 나잇>(2015)을 냈다. 미니앨범이 나온 2015년부터는 서울까지 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고속버스를 타고 원정 공연도 다녔다.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 무대도 오르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 ‘온스테이지’ 카메라 앞에도 섰다. 영국의 인디 레이블에서 앨범을 내자는 연락도 받았다. 보름 넘는 영국 투어 일정도 잡혔다. 기타 레슨을 하는 병규를 빼고 모두 직장인인 이들은 회사에 긴 휴가를 내야 할 일이 걱정이었다. 그때 강세민이 쓰러졌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 했거든요. 일어나면 좀 조심히 다니라고 놀리려고 했는데….” 하재영(베이스)은 끝내 말끝을 흐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비는 버거웠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강세민은 따로 들어놓은 의료보험도 없었다. “아 가만히 있어서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김병규)
한겨레TV, 어쩌다 음악, 세이수미편 영상갈무리
세민이 평소 그리던 그림을 모은 일러스트레이션북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크라우드펀딩(www.tumblbug.com/semin)을 시작했다. 첫날 목표액 500만원을 넘어섰다. 1월10일 현재 296명이 참여해 1400만원이 모였다. 도움을 준 이들을 초대해서 2월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3차례 후원 공연을 한다.
2016년 마지막 밤, 그가 넘어졌던 술집에 모여 ‘일어나 강세민’ 공연을 펼쳤다. “영국에 4월 말에 가기로 했으니까 가기 전에 준비도 좀 많이 해야 될 거고, 다녀오면 2집이 나와야겠죠. 그때는 세민이 오빠가 일어나겠죠?” 울지 않겠다며 눈물을 닦고 최수미가 말했다.
부산/글·영상 조소영 <한겨레 티브이>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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