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대중문화 비평 | ‘잉여싸롱2’ 4회
교차하는 시간 속에 펼쳐지는 차가운 생존 드라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군의 대규모 철수 작전을 다룬 실화 영화입니다. 전쟁 영화를 표방했지만, 오직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뿐인 인간들의 차가운 생존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적군인 독일군은 아예 등장하지 않고, 전쟁 영화에서 흔해 빠진 대규모 전투 장면도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심장은 쫄깃쫄깃 타들어 가면서 덩케르크 해변의 살풍경 속으로 빨려들어 갑니다.
전작인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처럼 놀란 감독은 시간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며 마법을 부립니다. 이 영화에서는 세 개의 시간이 교차해 하나의 시간으로 흘러갑니다. 적에게 포위된 채 보이지 않는 적의 총알을 피해 필사적인 탈출을 벌이는 ‘해변 군인들의 1주일’,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덩케르크로 가는 민간 선박의 ‘바다에서의 1일’, 적의 전투기와 싸우는 조종사의 ‘하늘에서의 1시간’이 서로 교차하면서 106분을 꽉 채웁니다. 관객들 눈에는 서로 다른 시간이 같은 시간으로 합쳐서 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착각을 느끼게 합니다. 이번주 잉여싸롱은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연출/ 박종찬 기자, 정주용 피디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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