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관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됐다. 우상호(왼쪽부터)·박영선·박원순 후보가 토 론을 하기 전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한겨레TV’ 토론
더불어민주당 주관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됐다. 우상호(왼쪽부터)·박영선·박원순 후보가 토 론을 하기 전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
17일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하루 앞두고 열린 2차 방송토론에서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과 미흡’을 지적하는 등 한층 날을 세워 공격했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유지해온 박 시장은 두 후보에게 “의정을 이끄는 리더”라고 칭찬하는 등 토론이 과열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책 토론도 진지하게 펼쳐졌다는 평가가 나온 이날 토론은 <한겨레 티브이(TV)>에서 생중계됐다.
■ “박원순, 미세먼지는 남탓, 공공임대주택은 부풀리기” 비판
서울시정을 주제로 한 일대일 토론에서 후발주자인 박 의원과 우 의원은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과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러 차례 박 시장의 말을 중간에 끊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1차 토론에서) 박 시장이 올해 초 150억원을 들인 대중교통 무료이용 정책에 대해 ‘시민 대토론회에 나온 시민들의 요구였다’고 했는데 사실 시민 제안이 아니었다”며 “시민들이 ‘왜 시민의 제안인 듯 시민 탓을 하느냐, 박원순 시장은 남 탓 하는 시장이냐’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제가 평소에 남 탓 하는 사람인가”라며 “시민 3천명이 모여서 여러 의견을 주셨고 그것을 종합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시장이 “미세먼지는 서울시 혼자만으론 안 된다. 중국과도 같이해야 한다”고 말하자, 박 의원은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더 나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우 의원은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놓고 “숫자 부풀리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가 2014년부터 작년까지 8만호 이상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고 했지만 실제 입주를 기준으로 보니 6만호를 공급했고 이 중 3만호는 전세금(9천만원)을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임대주택 공급 계획과 관련해서도 “통계로는 1만2천호를 공급했다고 하지만 실입주는 424호”라며 “7년 동안 424세대가 혜택을 봤다면 청년을 위해서 일했다고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박 시장은 “공급한 것과 입주에는 시간 간격이 있을 수 있다”며 “중앙정부도 건설형 공공임대와 매입형 공공임대, 전세자금 지원 등을 모두 (공급 호수에) 포함해 계산한다”고 답했다.
■ “왜 자꾸 민주당에서 떨어내려 하나”
박 시장의 ‘약한 고리’인 정치적 행적을 둘러싼 공세는 더 날카로웠다. 우 의원은 자유토론에서 박 시장을 향해 “제가 원내대표를 하면서 계파 통합을 이끌었는데 시장님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때 호남민심을 활용하려고 ‘문재인 때리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시장은 “지지도가 안 올라서 그런 발언을 했고, 그때 실수였다고 사과했다”며 “그렇지만 이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우 의원은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해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 또 도전하게 되면 문 대통령을 향해 비슷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재반박했고,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출마해 선거운동하겠다는 사람에게 계속 그렇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우 의원은 거듭 박 시장에게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3선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선에 나가려면) 안식년을 갖고 전국 민심투어를 한 뒤 출마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권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정체성이 약하다’는 박 시장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시민사회 출신인) 박 시장의 프로필에 민주당 관련 경력이 없다”며 “말만 민주당, 간판만 민주당, 필요할 때만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이 당선됐을 때 제가 분골쇄신해서 뛰었지만 감사하다는 말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박 시장은 “민주당에 좀 붙고 싶은데 왜 자꾸 떨어내려고 하시냐”고 답했다.
■ 협공하며 ‘우군’ 과시한 우·박
이날 우 의원과 박 의원은 공동으로 ‘박원순 때리기’에 나선 동시에, 서로를 향해 ‘우군’임을 과시하며 향후 결선투표가 치러질 경우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두 의원의 일대일 토론에서 우 의원이 먼저 “박 시장이 (1차 토론에서) 재임기간에 미세먼지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했으나 별로 안 줄었다”고 말하자, 박 의원은 “박 시장이 잘못 말했거나 서울시정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며 “박 시장이 시정을 안이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시장님을 너무 오래했구나”라고 거들었다.
대신 두 의원은 서로의 공약을 칭찬하며 추어올렸다. 박 의원은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빗물을 활용한 스프링클러를 통해 미세먼지를 잡아야 한다”며 “우 의원의 살수차 이용 공약과 맥이 통한다”고 밝혔다. 아동 공약과 관련해서도 박 의원이 “우상호 의원의 공약 가운데 ‘칠드런 퍼스트’ 공약이 마음에 든다”고 덕담을 건네자, 우 의원은 “박영선 의원의 공약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게 어린이 전문병원 공약”이라고 받았다. 이어 우 의원이 “어린이 재활병원만큼은 꼭 지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박 의원이 미소를 지으며 “장애인 체육관을 우리 지역구에 만들었더니 굉장히 좋아한다. 약자를 위한 정책에 신경써야 한다”고 답했다.
‘대세론’을 이어온 박 시장은 두 후보의 협공에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과시했다. 반려동물 정책과 관련해 우 의원이 “(서울시의
) 반려동물 정책은 제가 최초로 세운 것”이라고 말하자, “제가 그럼 ‘우상호표 복지정책’으로 (명명)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과 박 의원이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에 대해선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저도 좀 그러고 싶다”고 농담을 꺼내기도 했다. 추가 발언 시간이 주어지자 그는 “박영선 의원은 정말 날카롭고 의정활동을 잘하는 ‘삼성 저격수’다. 우상호 의원은 1987년 항쟁의 주역이고 지금은 의정을 이끄는 리더”라고 칭찬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18~20일 권리당원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50%)와 안심번호를 활용한 시민 여론조사(50%) 결과를 합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23~24일)를 진행한다.
엄지원 이승준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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