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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6 16:54 수정 : 2018.06.26 20:47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공사장 굉음·흙먼지·대형 덤프트럭 불법유턴…
학습권·건강권 넘어 생존권 위협 받는 은평초

보건실 찾는 아이들 1년새 두배나 늘었지만
“조합과 시공사서 합리적 대책 세우라”는 구청

이런 학교가 있습니다. 탕! 탕! 탕! 공사장 굉음 소리가 쉬지 않고 머리통을 때립니다. 공사장에서 날아 온 먼지가 학교 건물을 뒤덮고, 대형 덤프트럭들이 교문 앞에서 불법 유턴을 밥 먹듯 합니다. 학습권뿐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초등학교 이야기’입니다.

2015년부터 시작한 녹번 1-1구역과 1-2구역 재개발 공사장 사이에 낀 이 학교는 3년째 공사 중입니다. 올해 초부터는 정문 앞에 있는 응암 1·2구역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학교 주변에 4곳이 재개발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학교가 ‘재개발 숲’에 갇혀 있는 형국입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사장 흙먼지에 밥을 비벼먹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집에서 편하게 발 뻗고 쉴 수 있겠냐”며 대책 마련을 호소합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취재팀이 은평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1. 삼성, 현대가 학교를 에워싸고

“정문 쪽으로는 응암 1·2구역이 후문 쪽으로는 녹번 1-1구역, 1-2구역이 전체적으로 다 공사를 하고 있어요. 삼성·현대가 한 면을 다 싸가지고. 그동안 터 파기며 뭐며, 먼지가 다 저희 학교 쪽으로 많이 날라 왔어요.”(이효정 은평초 학부모)

“큰 아이는 지금 5학년인데 작년에 전학을 왔어요. 교실 창문에 보니까 먼지가 뽀얗게 쌓여가지고 ‘엄마, 창문을 안 닦아’ 이러는 거예요.”(이유진 은평초 학부모)

서울 은평구 은평초등학교 주변을 드론으로 촬영한 장면.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2. 우리 교실 공기청정기는 계속 노란불

“‘엄마, 우리는 체육을 안 해’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분명히 시간표에는 체육이 일주일에 두 번 있어요. ‘체육 시간인데 왜 안 해?’ 그랬더니 선생님이 해도 교실에서 해야 한다고 먼지 때문에.”

“둘째 아이가 하는 말이 ‘우리 교실 공기청정기는 계속 노란색이야’ 이러더라고요. 큰 애 교실은 그나마 간간이 초록색으로 변한대요. 그러면서 두 아이 대화가 그거에요. ‘아니야 우리는 계속 노란색이야. 노란색이 정상이야’ 둘째가 그래요.”(이유진 은평초 학부모)

은평초등학교 창틀에서 나온 먼지.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은평초등학교 5학년 한 교실의 공기청정기 모습.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3. 초록불 깜빡… 깜빡… 좌회전 덤프트럭에 가슴 철렁

“응암 2구역 공사 현장 입구가 거의 대부분 덤프트럭들이 좌회전을 해서 나오세요. 근데 덤프트럭이 나오면서 신호등이 거의 다 꺼지지도 않는 상태에서 좌회전하고 있는 차량에 2학년, 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갑자기 뛰어 들었어요. 초록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가슴이 철렁했던 때가 있었어요.”(이효정 은평초 학부모)

“덤프트럭이 좀 더 올라가서 점선에서 유턴을 해야 하는데 학교 앞 공터가 넓으니까 한번에 돌리려고 덤프트럭 기사들이 학교 앞에서 도는 거예요. 아이들 등교시간에도….”(이재란 은평초 학부모)

은평초등학교 정문에서 공사장 덤프트럭이 신호를 무시한채 초록불에서 좌회전을 하고 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4. 보건실 찾는 아이들이 두 배로 늘어, 건강권 위험 수준

“호흡기 이비인후과 문제로 보건실을 방문한 학생들을 조사를 했어요. 공사가 시작된 게 2014년 12월입니다. 2014년도에는 약 8.5%에 학생들이 보건실을 찾았어요. 그런데 2015학도에 보면, (학생들의) 15%가 보건실을 찾은 것으로 나타나요. 이걸 보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데….”(문명근 은평초 교장)

“3월1일 자로 부임 받았는데 첫 인상은 마치 폐교당한, 이런 학교가 있나. 공사 소리하고 먼지·소음 때문에 아이들 학습권이 매일매일 침해를 받고, 학습권뿐만 아니라 건강권까지 아이들은 매일매일 침해를 받고 있어요.”(김성섭 은평초 교감)

은평초등학교 아이들이 공사장 먼지로 결막염, 목 통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5.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구청

“발생원에 대한 대책은 행정적인 것은 우리가 할 수 있지만 피해지점 학부모님들이 주장하시는 학생들의 학교에서의 학습권이라든지, 오염이 있으니까 그거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조합하고 시공사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당사자들 간에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가지고….”(은평구청 관계자)

은평구청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6. 엄마들의 절규

“여러분들이 지역발전을 위해서 이렇게 힘들여서 공사하시는 거 막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을 병들게 하시는 건 안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3년 동안 공사하시면서 우리 학교에 날려 보내셨던 먼지, 그것 좀 치워달라고 엄마들이 여기 나와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공사장 흙먼지에 밥을 비벼먹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집에서 편하게 발 뻗고 쉴 수 있고 어떤 아빠가 회사에 나가서 열심히 일할 수 있겠습니까! 삼성·현대 관계자 여러분들, 당신들의 자식들이 흙먼지에 밥을 비벼 먹고 있다고 생각을 해보세요.”(항의 시위 마이크를 잡은 한 학부모)

기획·연출 정주용 j2yong@hani.co.kr
촬영 박성영 · CG 곽다인
⊙ 시사다큐 원:피스 더보기 ☞ https://goo.gl/jBPKem

은평초등학교 학부모들이 6월 19일 공사장 피해 대책을 호소하며 녹번 1-1구역 공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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