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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3 11:16 수정 : 2018.07.14 11:57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택배 노동 2부, 12년차 원영부씨의 하루 동행 취재

택배 노동자들이 결성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을 요구하며 씨제이(CJ)대한통운과 싸우고 있습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은 작업장에서 만난 택배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관련 영상: “까데기 7시간” CJ 택배기사들 힘겨운 일상을 풀어놓다)한 데 이어 12년째 택배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원영부(49)씨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아침 7시, 일상이 되버린 ‘7시간 공짜 노동’

새벽 5시 30분, 거리에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12년차 택배 노동자 원영부씨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처음에 택배를 아예 몰랐을 때(일에 익숙치 않았을 때)는요. 새벽 5시에 출근하고, 물량을 다 못 치면(배달을 다 못 하면) 새벽 2시에도 나가고 그랬거든요. 그럼, 저는 아기 때문에 배웅도 못해주고….” 원씨의 아내 서정인씨는 일찍 집을 나서는 남편이 소리도 없이 출근을 하고, 밥을 챙겨먹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12년차 택배 노동자 원영부씨의 출근하는 길. 보통 새벽 5시30분에 집을 나선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원씨가 새벽부터 출근을 재촉하는 것은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분류작업 때문입니다. 택배 노동자들 사이에 ‘까데기’라고 불리는 작업입니다. 배송이 주 업무인 택배 노동자이지만, 물품을 분류하는 일 또한 그들의 몫입니다. 꼬리를 물고 끝없이 쏟아지는 택배들을 분류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잠시도 분류 라인을 멈출 수 없습니다. 10톤 화물 트럭이 하루에 8대, 많게는 12대가 분류 라인에 물건을 내려놓습니다. 한 트럭에 많을 때는 3천 개가 넘는 물품이 실려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보통 오후 2시까지, 그럼 꼬박 7시간이네요. 가끔 차가 안 오면 1시간 이상씩 기다려요. 그럼 7시간이 넘을 수도 있고요.”

‘공짜’ 분류작업중인 원영부씨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문제는 길면 7시간 넘게 걸리는 분류 작업이 택배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돈 한 푼 받지 못하는 ‘공짜 노동’라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공짜죠. (돈) 받는 게 하나도 없을뿐더러 분류작업을 오래 한다고 월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저희는 일단 어떻게든 나가서 배송을 해서 건당 (배송료를) 먹으니깐 분류 작업이 길어져봤자 힘들기만 하죠.”

택배 노동자들은 주업무인 집배송을 빼고 하루 4.2시간을 추가로 일한다고 합니다.(한국교통연구원 2017년 조사) 추가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류작업 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시간도 덩달아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주간 평균 근무시간은 76.88시간(‘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찾기모임’ 조사)에 이릅니다.

“분류작업은 길어지고 퇴근 시간은 늦어지고, 악순환이에요. 사람답게 살 수가 없죠. 그냥 일하고, 자고, 일하고, 자고.”

원영부씨는 본업이 아닌 분류작업이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오후 1시, 본업은 배송 노동…몸보다 소중한 배송 물량

오늘은 평소보다 분류작업이 일찍 끝났습니다. 오후 1시, 원씨는 돈을 벌어주는 본업인 배송에 나섭니다. 아직 점심 전입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껴야 합니다. 왼손은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주먹밥을 우겨넣습니다. 김밥은 하도 먹어서 질렸고, 그나마 주먹밥이 요즘 먹을 만하다는데, 주먹밥도 언제 질릴지 모릅니다. 진통제와 파스는 상비약처럼 늘 차안에 놓고 다닙니다. 오늘도 아파트 계단을 급하게 오르내리다가 넘어져서 허리를 삐끗했습니다. 급한 대로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털어 넣습니다.

원영부씨가 차 안에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니는 진통제와 근육이완제.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물품을 하나라도 더 배달하려고 ‘배달의 기수’는 몸을 아끼지 않으며 일합니다. 몸은 아끼지 않아도 배송할 물품은 소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파손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택배 노동자의 몫입니다.

“저희 터미널에서 한 달에 배송하는 기사들의 물량이 25만개 정도 돼요. 그 가운데 10% 이상은 무조건 부서집니다. 정말, 제 실수로 해서 물어주는 건 10%도 안돼요. (물건을 받기 전에) 오다가 거의 파손되는 거예요. 그런데도 기사들이 물어야 해요. 100%.”

이렇게 파손된 물품 탓에 한 달에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넘게 물어낸다고 하니, 원씨가 억울할 만도 합니다.

배송중인 원영부씨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10시, 300개 배송 17시간 노동이 끝났다

배송을 마치고 퇴근하는 원영부씨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밤 9시 고된 원씨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새벽 5시부터 17시간이 넘었습니다. 오늘 원씨는 택배 300여개를 배송했습니다. 지친 원씨에게 가족은 큰 힘입니다. 네 살배기 아들 준서가 현관문까지 와서 반겨줍니다.

“일찍 안 재우면 이렇게 보는 거고요. 재워서 못 보면 주말에나 보는 거죠. 토요일이 가장 빨리 들어오는 날이고요. 평소에는 10시, 11시 명절 때는 새벽 1시까지 일하고 그랬어요.” 아내 서씨는 아이와 공놀이하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입니다.

원영부씨 부부가 퇴근 뒤 아들의 재롱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오랜만에 보내는 아들과의 시간, 언제쯤 원씨는 이런 평범한 일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원씨에게 주 52시간, 워라벨 이런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아, 굉장히 침울하죠. 침울하고, 굉장히 소외된 것 같아요. 먼 나라 이야기 같고…. 제 배달 구역이 다 (52시간 근무하는 회사예요.) 그리고 휴가도 엄청 많아요. 배송을 가면 휴가 갔다는 고객님들이 굉장히 많아요. 우리는 언제 나라에서 말하는 52시간을 준수하며 일할 수 있나요?”

퇴근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원영부씨. <원:피스>화면 갈무리. 한겨레TV

기획·연출: 조성욱 피디 chopd@hani.co.kr 드론 촬영: 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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