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7.27 10:53 수정 : 2018.08.02 11:17

<한겨레TV> 세상의 한조각 ‘원:피스’ 12회
5년마다 ‘법대로’ 쫓겨나는 자영업자의 눈물 <2부>

“상가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주’보호법이더라구요”
“건물주는 돈 문제지만 저희는 죽고 사는 문제입니다”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상가임대차보호법’은 5년 동안 임차인의 영업 기간을 보장하는 것이 뼈대입니다. 그러나 이법에 따라 자영업자들은 5년이 지나면 ‘법대로’ 상가를 비워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홍대 앞 작은 용산’으로 불리며 상가 세입자 투쟁의 상징이 된 두리반, 최근 강제 집행 과정에서 저항하던 세입자가 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서촌 궁중 족발, 그리고 23년 공기업 생활을 마감하고 2008년부터 자영업에 뛰어든 ‘신촌 닭집’. 각각 영세 자영업자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이들은 상가임대차보호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악연이 있습니다. 또 비슷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막무가내로 나가라는 건물주, 권리금 한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억울함,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용역들의 폭력, 건설사와 건물주 그리고 법 앞에 무릎을 꿇어야 영세 상인들의 처지 따위가 그렇습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은 두리반, 궁중 족발, 신촌 닭집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상가 세입자들이 겪은 아픔과 현재의 고통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인터뷰는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국수집 두리반에서 했습니다. 먼저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영상으로 소개합니다.

5년마다 ‘법대로’ 쫓겨나는 자영업자들의 눈물 1부 다시 보기

등장 인물: 두리반 사장 유채림씨(이하 ‘두리반‘), 궁중 족발 사장 윤경자씨(이하 ’궁중 족발’), 신촌 닭집 사장 박종운씨(이하 ‘신촌 닭집’)

사연은 제각각, “가진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음식 장사라서...”

궁중 족발 : (장사는 언제 시작하셨나요?) 97년부터. 작은 아이 100일 때 들어갔거든요. 1층에 화장품 가게하고, 지하에서는 화장품 대리점하고. 97년 지나고 IMF 왔잖아요. 외상 대금을 못 받았어요. 대리점 사업을 접고, 가진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음식점 밖에 없더라고요. 분식점 2년 하고, 실내 포장마차 7년 해서 모은 돈에 대출 받아서 2009년에 지금의 궁중 족발 자리에 가게를 다시 시작했죠.

신촌 닭집 : 23년 동안 공기업에 있었어요. 굉장히 편하게 잘나가는 곳에 있다가 명예퇴직 할 때 나왔던 돈이 있었어요. ‘아! 자영업을 하면 괜찮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퇴직금 받아서 왕창 다 들어간 거예요.

두리반 : 사촌 형이 지은 찜질방에서 우리 부부가 2년 반 동안 매달려서 했는데, 8천만원 넘게 모았어요. 24시간 매달려서 하니까 돈 쓸 일이 없어서 더 악착같이 모았던 모양이에요. 대출 2천 500만원, 큰집 형한테 2천만원 빌리고 이런 식으로 해서 두리반을 열었죠. 오픈해서 영업을 하다가 2년 10개월 만에 구에서 계획한 재개발 사업으로 쫓겨나게 됐죠. 10년이 넘었죠.

신촌 닭집: 우리 자영업하는 사람한테는 두리반이 전설이에요. 내가 이런 싸움을 해야겠다고 느꼈던 것도 두리반을 보고 결정했거든요.

상가 세입자 인터뷰. 왼쪽부터 두리반 유채림씨, 궁중 족발 사장 윤경자씨, 신촌 닭집 사장 박종운씨. ‘원:피스’ 화면 갈무리. 정주용 피디
궁중족발 사장 윤경자씨가 식당을 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정주용 피디
두리반 : (이주 비용은?) 건설사에서 보낸 직원이 와서 ‘건물주가 팔아 넘겼으니까 떠나라’고 이야기를 해서 ‘떠날 수 없다’ 그랬죠. 두리반이 가게가 컸어요. 너네는 이사비용 300만 원, (옆 가게는) 작으니까 150만 원 준다고 하더라고요.

신촌 닭집 : 우리는 300만원

궁중 족발 : 한 푼도 못 준다고 그랬어요.

강제 철거, ‘용역, 형광 조끼, 덩치 큰 사람들’에 트라우마…“벌벌 떨었어요”

두리반 : (철거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2009년 12월 24일. 인부 15명, 용역 15명 해서 30여 명이 두리반 앞에 5톤 트럭 두 개 갖다놓고 들어왔어요. 제가 남편인 줄 알았는지 두 놈이 멱살잡고 계산대 옆에 처박는데, 보니까 아내가 먼저 처박혀 있어요. 모든 집기 다 트럭에다 실어놓고 우리 부부가 안 나가려고 버티니까 길바닥에다 패대기를 쳤죠. 그리고 가게 앞을 펜스까지 치더라고요. 우리가 보고 있는데.

궁중 족발 : 크고 작게 강제집행이 12차례 나왔거든요. 첫번째 나왔을 때 한 100명. 두번째가 2017년 11월 9일이었는데, 오후 4시 넘어서 한참 장사할 시간에 사설 용역 20여 명이 먼저 들어왔어요. 사설 용역이라는 표시가 하나도 없이 일반 사람처럼 가장하고 들어왔거든요. 애 아빠가 맨 나중까지 저항하고 있는데, 주방에 조리대가 있어요. 거기가 톱니처럼 날카로워요. 손가락 들어 간 상태에서 (용역) 6명이 잡아 당겼어요.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왼쪽 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 됐어요.

신촌에서 닭집을 운영하는 박종운씨가 용역과의 첫만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정주용 피디
신촌 닭집 : 용역 만나는 것이 무섭다고 그러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변호사한테 내용증명 받았을 때 더 무서웠어요. ‘나가라’는 내용증명 엄청 무서웠어요. 두 번째는 법원에서 소송장 날아오잖아요. 떨렸어요. 법원에서 오라고 그러잖아요. 떨려요. 그 단계가 계속 되다가 나중에 용역 들어오잖아요. 용역이 얼마나 무서운지 벌벌 떨었어요.

궁중 족발 : 저희는 100명 넘게 왔다니까요. 군부대 투입하듯이 왔어요. 지금도 청소하시는 분들 형광조끼만 봐도 놀래요. 그리고 모자 눌러쓰고 후드티 입고, 검정색 옷 입고, 덩치 큰 애들 보면 다 용역으로 보여요.

신촌 닭집 : 우리도 지나가다가 조끼 입고 가잖아요. 벌벌 떨어요. 진짜 무서워요.

궁중 족발 : 그게 트라우마가 생겨요.

한 여름 전기 끊고, 화장실 폐쇄, 사업자등록 말소, 통장 압류까지

“소송 끝나면 중장비 들고 들어오겠죠? 어떻게 막아내야 할까요?”

두리반 : 농성 시작한지 7개월 쯤 지났을 때 아침에 불이 안 켜져서 이상해서 ‘전기가 나갔나?’ 그러고 두리반 밖으로 나가서 봤더니 상가, 가로등은 불이 밝혀져 있는 거예요. 그래서 계량기 있는데 가서 봤더니 거기를 끊어 놨더라고요. 그때가 7월 이니까 무지무지 찌기 시작할 때였어요. 선풍기도 못 돌리고 ‘이제 어떻게 견디나’, 그런 생각하니까 농성을 계속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두리반 농성 7개월 째인 어느 무더운 여름, 유채림씨가 전기가 끊겨 선풍기 하나 없이 농성을 이어갔던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정주용 피디
궁중 족발 : 두리반처럼 건물주가 문을 쇠사슬로 잠그고, 강제집행 완료를 선언하고 갔는데, 애 아빠가 너무도 분하니까 문 잠근 거를 부셨어요. 그리고 저희가 다시 들어 간 거예요. 그 안에서 철문을 걸어 잠그고, 7개월을 넘게 생활을 한 거죠. 일주일 뒤에 전기도 끊고, 가스도 끊고, 수도 잠그고, 화장실 폐쇄시키고, 사업자등록증 말소시키고, 통장 압류까지 다 했어요. 7개월을 그 안에서 버텼는데 결국에는 2018년 6월 4일 새벽에 마지막 강제집행이, 중장비 동원해서 들어온 거예요. 문을 부셔버렸어요.

신촌 닭집 : 지금 현재 우리 가게 건물주가 철거 소송 중이에요. 철거 소송이 끝나면 중장비 데려와서 철거하려는 의도 같아요. 그럴 때 우리가 어떻게 막아내야 할까요?

소송하면서 안 상가임대차보호법, “오히려 건물주를 도와주더라고요”

궁중 족발 : (상가 세입자에게 법이란?) 이 소송 하면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아요. 진짜 반가웠어요. 말 그대로 ‘보호법’이라고해서. 딱 뚜껑 열어보니까 세부조항이 오히려 건물주를 도와주는 독소조항이 있는 거예요. 나는 보증금 3천만원에 나가는 사람한테 (권리금으로) 3천만원을 줬어요. 시설투자 들어간 돈이 1억원이 넘어요. 내가 들어간 돈은 총 1억 6천만원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내가 나갈 땐 건물주한테 (임대 보증금) 3천만원만 받아서 나갈 수 있잖아요. 그러면 1억 3천만원은 어디서 받아요? 내가 이 자리에서 장사를 열심히 해서 내가 되팔 때 들어오는 사람한테 받을 수 있는 부분이 권리금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부분을 건물주들이 인정을 안해요. (신촌 닭집 : 못 하게 방해 하는 거죠.)

서촌 궁중족발 사장 윤경자씨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오히려 건물주를 도와주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정주용 피디
신촌 닭집 사장 박종운씨가 건물주들의 세입자의 권리금을 착취하고 있다고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정주용 피디

임대료 3개월 밀리면 계약해지, “건물주들이 돈 안 받고 계좌번호 안 알려줘요”

궁중 족발 : 가장 간단하게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그거였어요. 3개월 월세를 우리가 못 내면 자동으로 계약해지가 된다는 그런 요건을 이용했어요. 그래서 건물주가 돈을 안 받았어요. 계좌번호도 안 알려주고. 그게 다 법 조항이에요.

두리반 : 두리반도 마찬가지에요. 월세를 보내려고 했는데 계좌번호를 안 알려줘서 입금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럴 경우에 법원에 공탁을 걸어서 월세를 입금시키면 된다고 하는데….(궁중족발 : 장사하면서 법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신촌 닭집 : 그래도 참 대단하신 분들인 게, 그렇게 임대료를 못 내게 하기 위해서 계좌번호를 안 알려줬을 때 공탁을 걸 수 있다는 걸 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해요.

두리반 : 그게 나중에 알게 된 거죠.

신촌 닭집 : 3개월 연체 걸리셨어요?

두리반 : 그럼요. 다 걸리죠. 그래서 명도소송에서 다 패하는 거예요.

서촌 궁중족발 사장 윤경자씨가 건물주들이 세입자를 내보내는 방법 중에 하나를 설명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정주용 피디
건물주들이 서둘러 쫓아내는 이유, “권리금이 없어지거든요”

신촌 닭집 : (건물주들은 왜?) 돈이 욕심이 많이 난다면 지금 현재도 가능해요. 5년만 지나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으니까 적당히 5년 거의 다 되는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그걸 끌어안고 사세요. 사고 난 다음에 변호사한테 이야기 하면 변호사가 다 내보내 주거든요. 툭!툭! 치면 내보내요. (세입자들이) 마음이 약하니까 내용증명 보내면 나가요. 나가고 나면 공실이 되잖아요. 그러면 권리금이 건물주 거예요.

궁중 족발 :저희 건물주가 딱 그거잖아요.

신촌 닭집 : 법원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권리금 있다고 해도 주인이 안 가져갔다고 이야기 하잖아요. 주인이 권리금을 착취하려고 하는데 이걸 인정을 안 해주니까!

궁중 족발 : 저희 건물주처럼 내보내고 나면 이 건물이 세입자 없이 비어있는 상태가 되잖아요. 그러면 권리금이 없어지거든요. 그러면 보증금을 3천만원 받던 걸 5천만원 받고, 월세는 300만원 받던 걸 600~700만원 받는 거예요. (제작진 : 새로 들어오는 사람 입장에서는 권리금 부담이 없고) 그렇죠.

신촌 닭집 : ‘네 거는 내 거야’. 내 것을 무릎 꿇고 빌어서 챙겨야 하는, 이게 현실인 거예요. 법에서 해결을 못해주니까 우리가 싸움을 하는 거잖아요. 싸움하는데 혼자 싸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면 법대로 하는 사람하고 싸우는 개념인 거니까

두리반 : (두리반 이후 10년 달라진게 있나?) 그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설사나 건물주에게는 돈의 문제지만 자영업자에게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거든요. 그 인식이 보편화되지 않고, 건물주와 건설사는 역으로 돈의 문제로 상가 세입자들을 몰아치면서 지저분한 쪽으로 몰아가는데, 상가 세입자들에게는 삶의 문제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리반 사장의 남편 유채림씨가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정주용 피디
건물주는 돈, “자영업자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거든요”

10년 전 ‘홍대 앞 작은 용산’ 두리반에서 있었던 일과 최근 불거진 궁중 족발 사태를 비교해보면, 상가 세입자들은 여전히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한 ‘보호’라는 테두리 밖에 있습니다. 상가임대계약 갱신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빼대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 계류 중입니다. 서촌 궁중 족발 사태가 이슈가 되자 정치권에서는 너도 나도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대로 쫓겨날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상가 세입자들은 언제쯤 쫓겨날 걱정없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을까요?

기획·연출 정주용 피디 j2yong@hani.co.kr

시사다큐 원:피스 더보기 https://goo.gl/jBPKem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겨레TV | www.hanitv.com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