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세상의 한조각 ‘원:피스’2016년 엘에이치 완공 인천 가정지구 아파트 수변공원 1년 만에 녹조화 심각 … 악취와 해충으로 주민들 몸살 인천 서구청·엘에이치 ‘핑퐁 게임’, 그 해결책은 어디에?
아파트 단지를 상쾌하게 흐르는 물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분수가 있다면….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광경입니다. 수변공원(호수나 하천 인근에 조성된 공원)이라는 부푼 꿈을 쫓아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가 시궁창으로 변한 호수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천 서구 가정지구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 이야기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엘에이치’·LH)가 조성한 ‘가정지구 루원시티’는 분양 당시 “단지 앞 수변공원(예정)과 어우러지는 약 40,300㎡ 조경 면적의 단지 안 더 큰 공원! 다양한 테마공원으로 산책 및 휴식을 즐기며 자연과 함께 소통하는 에코 스페이스를 완성하겠다”고 선전했습니다. 2016년 완공한 수변공원은 1년 만에 녹조와 악취, 해충이 들끓는 시궁창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이 시궁창으로 변해버린 수변공원의 실태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가정지구 신도시에 조성된 루원시티는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사이에 수변공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무와 잔디로 조성한 녹지에 산책로를 따라 인공호수를 만들었습니다. 지난달 31일 수변공원에 드론을 뜨워 내려다봤더니 물이 고인 곳마다 짙은 초록색이 선명합니다. 삼복 더위 때마다 녹조로 얼룩이 지는 ‘작은 사대강’이 아파트 안에 자리잡은 형국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탁한 물에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아파트 안 수변공원이라는 입주민들의 부푼 꿈도 시궁창처럼 썩어가고 있습니다.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저희 동 바로 앞에 수변공원이 조성돼 있어서 아이들, 가족들과 산책도 할 수 있고….” 올해 1월 입주한 박면규(39)씨의 기대가 한숨으로 바뀐 것은 지난 봄, 얼었던 호수가 녹으면서부터였습니다. 박씨는 “4월이 지나면서 녹조가 심해지고 벌레가 들끓기 시작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인천 가정지구 수변공원 드론 촬영 장면.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수변공원 인공호수의 녹조.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또 다른 입주자 박미선씨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호수 주변을 따라 난 길로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시궁창 냄새가 너무 심해요. 그리고 모기 떼도 많고요. 애들이 학교를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엄마 냄새나고, 벌레가 막 붙는다’고 그래요. 아이들이 벌레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아이들 눈에도 호수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유영재군이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미역 냄새나 갯벌 냄새가 나요. 쓰레기 냄새, 그런 게 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수변공원 인공호수의 녹조.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수변공원 주변에 버려진 녹조와 쓰레기.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모든 인공호수에서 녹조가 발생하고, 썩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오·폐수가 흘러들어온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합니다. “녹조가 발생하려면 질소나 인, 이런 성분들이 필요합니다. 이 호수가 유독 녹조가 더 심한 이유는 제가 볼 때는 다른 유입되는 오·폐수가 있는 것 같아요.”
입주민들이 보기에 문제가 심각하지만, 수변공원에 대한 관리는 소홀하기 짝이 없습니다. 입주민 박씨는 “올해 청소하는 것을 3번 봤다”고 말했습니다. “취재 나오는 걸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엊그제 청소를 하더라고요. 어제 청소를 하면서 물을 다 뺐습니다. 냄새가 난다고 하니까 물을 뺀 거죠. 그러면 수변공원이 아니잖아요?” 물 없는 호수는 수변공원의 본래 모습이 아닐 뿐더러 녹조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녹조가 나왔기 때문에 물을 뺀다거나 녹조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그렇게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또 물을 담아 호수로 사용해서 온도가 높아지거나 폭염이 생기면 녹조가 생기거든요.”(조강희 대표)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수변공원 옆 관리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수변공원을 준공한 엘에이치는 관리권이 인천 서구청으로 넘어갔다고 하고, 인천 서구청은 아직 엘에이치에 관리권이 있다고 합니다. 김성국 가정지구입주민연합회 회장은 구청과 엘에이치에 민원을 넣으면 같은 대답만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엘에이치에 민원을 넣으면 서구청으로 이관을 했기 때문에 본인들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서구청에선 엘에이치를 통해 이관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들 소관이 아니라고 해요. 두 기관이 핑퐁게임을 하는, 그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엘에이치 관계자에게 현재 수변공원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좀 애매한데요. 택지개발 사업이라는 게 법적으로는 실제 사업준공이 되면 관리권도 이관이 되는 걸로 되어 있거든요. 관리권을 말씀하시면 이게 좀 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엘에이치는 최대한 민원이 안 나오게끔 조치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취재진이 거듭 ‘현재 관리 주체가 엘에이치라는 말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굳게 닫혀 있는 수변공원 관리실.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엘에이치 루원 사업단 관계자의 답변.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서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에게도 수변공원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지금 현재는 엘에이치로 되어 있고요. 수변공원 안에서도 시설보완 같은 게 필요해서 계속 협의를 하고 있었어요. 12월31일까지는 가정지구 공원 녹지를 다 인수인계 완료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고.”
그러나 녹조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은 채 수변공원 관리권을 인천 서구청이 넘겨 받으면 관리에 들어가는 돈은 고스란히 구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조 대표는 “인공호수 관리 주체는 명확하게 엘에이치”라며 “까놓고 이야기하면 (수변공원 관리 비용은) 다 분양가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엘에이치가 관리권을 서구청에 넘기기 전에 녹조나 악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엘에이치와 서구청은 현재 녹조 원인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좀처럼 믿지 못합니다. 1년 동안 끊임없이 민원을 냈지만 돌아온 대답이 시원찮았기 때문입니다. 입주민 박씨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입니다. 왜냐면 앵무새 같은 대답을 계속 듣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할 계획이라는 것을 서면이나 간담회라든지 그런 식으로 듣길 원합니다.”
“다양한 테마공원으로 산책 및 휴식을 즐기며 자연과 함께 소통하는 에코 스페이스를 완성하겠다”는 분양 당시의 약속을, 엘에이치가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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