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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7 15:53 수정 : 2018.09.07 22:33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싼집 구하기 배터랑 민구씨를 통해 본 청년주거 다큐
하, 탑방, 시원 … ‘지옥고 그랜드슬램’ 수순

세상에 집은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청년에게 허락된 집은 세 군데로 정리됩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이른바 ‘지옥고’는 주거 빈곤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다른 이름입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거주하는 청년 열명 중 네명은 지옥고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주 세상의 한조각 ‘원:피스’는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지하철역과 멀고 언덕·골목 많을수록 집값은 떨어져

서울 종로구 창신동. 좁은 골목을 꺾고 지나자 가파른 계단이 나옵니다. 3층 옥상 위에 판넬로 지어진 집. 사람들은 옥탑방이라고 부릅니다. 올 여름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거 빈곤을 체험하겠다며 한 달 동안 살아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런 집입니다.

강민구씨(24·한국외국어대 3학년)는 지난해 가을부터 친구 셋과 함께 이곳에서 지냅니다. 학교가 있는 동대문구 이문동은 이곳에서 거리가 있지만, 대학가는 월세가 비싸서 엄두도 못 냅니다. 1학년 때 고시원, 2학년 때 반지하를 거쳐 3학년 때 옥탑방에 입성한 민구씨는, 친구들 사이에 ‘싼 집’ 구하기 베터랑으로 통합니다. 창신시장 뒷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달동네가 민구씨 눈이 들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하철 역과 거리가 있고, 언덕과 골목이 잦은 동네일수록 월세는 쌌습니다.

대학생 강민구씨가 사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옥탑방.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베테랑이 고른 옥탑방은 보증금 오백에 월세 40

“여기 같은 경우는 보증금이 500만원, 월세가 40만원이에요. 공과금은 수도세, 전기세, 이런 거 다 포함해서 한달에 4~5만원 나와요.”

민구씨는 “옥탑방이지만 방이 제법 넓다”는 자랑과 함께 집 구할 때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갓 전역한 친구들은 돈도 없고 세상 물정도 몰랐습니다.

“고른 집들이 죄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60~70만원이었어요. 친구들이 우리는 ‘못한다’ 이러니까…. 근데 저는 싼 집 구하기 쪽에서는 베터랑이니까요. 대충 둘러봤는데, 달동네라 그런지 되게 싸서 좋더라고요.”

서울에 사는 대학생들은 평균 보증금 1418만원에 달마다 42만원의 월세를 지출합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 2105년) 대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돈입니다. 민구씨와 친구들이 창신동 옥탑방에 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민구씨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민구씨 옥탑방 주변 전경.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좁은 고시원, 바퀴벌레 반지하, 그래도 옥탑방이 최고라지만…

지방이 고향인 민구씨가 3년 전 대학에 입학했을 때 서울의 많은 집들 가운데 그가 살만한 집은 흔치 않았습니다. 첫번째 집은 고시원이었습니다.

보증금 없이 월세가 40만원. 창문이 있으면 5만원 더 비싸요. 제 키가 175 정도인데, 누워도 다리가 펴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도저히 살 수 없어 이사를 갔죠.”

2학년 때 민구씨가 이사한 곳은 반지하였습니다. 학교 근처라는 좋은 입지에 고시원보다는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바퀴벌레만 빼면 말이죠.

“반지하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 정도 됐는데 훨씬 살만했어요. 넓으니깐…. 근데 바퀴벌레가 엄청 많이 나왔어요. 제 다리에 막 기어 올라온 적도 있었어요. 소름 끼쳐서!”

고시원과 반지하를 거쳐 옥탑방까지 진출한 민구씨는 그렇게 ‘지옥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제가 지옥고를 통달했는데, 제 경험으로는 옥탑방이 제일 나은 거 같아요. 바람도 잘 통하고, 사람 사는 곳 같아서….”

민구씨가 살았던 고시원.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민구씨가 살았던 반지하 방.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강민구 씨 인터뷰 화면.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3주 마다 코인세탁소 가야하는 옥탑방의 설움

하지만 옥탑방 생활이 마냥 좋기만 할까요? 싼 데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에어컨도 없이 옥탑방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밤에 너무 더워서 잠을 못 자니까 진짜 더울 때는 학교에서 밤을 샜어요. 열람실 같은 곳은 밤새 하거든요.” 민구씨와 친구들은 본의 아니게 외박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힘든 건 더위뿐만이 아닙니다. 옥탑방에서 가장 힘든 일은 빨래입니다. 가정집에 흔한 세탁기는 돈이 있어도 옥탑방에 들여올 수가 없습니다.

옥탑방으로 가는 계단은 좁고 가팔라서 세탁기를 옮길 수가 없습니다. “잘못 삐끗하면 발목이 아작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고 세탁기 사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빨래는 3주에 한번씩 모아서 코인 세탁소에서 해결합니다. 그때마다 가파른 계단을 낑낑거리며 오르내리는 일은 옥탑방 살이의 가장 큰 설움입니다.

상대적으로 싼 옥탑방 월세도 거르는 법이 없이 찾아옵니다. 민구씨는 여러 알바를 하면서 혼자 힘으로 월세와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성인 게임장에서 알바를 한 적도 있는데, 거기는 시급이 좋았어요. 한만원 정도? 손님들이 하루에 3만원씩 팁을 주기도 했어요.”

편의점과 식당은 민구씨가 가장 흔하게 구하는 아르바이트입니다. 그래도 민구씨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없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생각도 했는데 이제 저도 24살이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아서 하는데…. 좀 쪽팔리기도 해서 혼자 알아서 하고 있어요.”

옥탑방 안에서 돌고 있는 선풍기.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쌓여있는 민구씨의 빨래들.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민구씨 시선에서 보이는 계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옥탑방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은 우울합니다. “여기는 달동네지만 저기를 보면 부촌이거든요. 아파트도 높고, 그렇게 보면 가끔 비참하고 그럴 때가 있죠.” 옥탑방 건너편 ‘○○캐슬’ 아파트는 거대한 궁전같아 보입니다. 아직 은 민구씨에게는 ‘좋은 집’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그 뭐랄까요? 좀 감성적인 집이요. 좀 넓고, 조명도 있고, 세탁기도 있고, 그리고 계단은 없는…. 그런 평화로운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한달 만에 끝날 수 없는, 민구씨의 옥탑방 라이프는 오늘도 계속됩니다.

기획·연출: 조성욱 피디 chopd@hani.co.kr 촬영 박성영, CG 곽다인, 나레이션 김포그니 기자

☞ 시사다큐 원:피스 더보기 https://goo.gl/jBPKem

민구 씨 옥탑방에서 보이는 달동네의 풍경.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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