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25회
서로를 감싸며 사는 곳, 우사단 사람들 2부
할랄 식당 주인 아흐메드의 우사단 이야기
우사단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자리잡은 마을입니다. 옛날에 보광동 산4번지에 기우제와 기설제를 지내던 우사단이 있었고, 마을의 유례가 되었습니다. 근대들어 이태원이 외국인 거리로 자리잡으면서 이태원과 이어진 우사단길에는 이슬람 사원과 할랄 음식점이 들어섰습니다. 우사단이 무슬림을 주축으로 흑인과 백인, 그리고 한국인 등 여러 인종이 뒤섞인 국제 마을로 변화가 생긴 겁니다. 여기에 젊은 예술가들과 상인들이 공예품 가게와 작업실을 내면서 아기자기한 골목길 풍경이 자리잡게 됩니다.
최근 우사단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옛 것과 새 것,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뒤섞인 이 공간에도 재개발의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이 재개발 한 가운데 선 우사단길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3차례 걸쳐 소개합니다. 1부 ‘거리 사진가 임수민씨가 찍고 느낀 우사단’(27)에 이어 할랄 식당을 운영하는 아흐메드씨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편집자 주)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의 안식처, 우사단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는 외국인 27만3천여명이 90일 이상 장기 체류 중입니다. 이 가운데 무슬림은 1,800여명입니다. 우사단은 무슬림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곳(‘서울시 등록 외국인 현황. 2018년 3월)입니다.
내레이션: 서울시 용산구 우사단 골목 초입에 있는 한 할랄 식당.아흐메드: 제 이름은 아흐메드 이드 무함마드입니다. 2004년 한국에 왔고, 한국에 온 지 14년 됐습니다. 이 가게는 2016년에 열었고 이제 3년째 영업 중입니다.
내레이션: 요리도 하고 빵을 굽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합니다.
아흐메드: 피클 어딨어? 피클 한 접시 내 와야 돼.
식당 청소를 하고 있는 아흐메드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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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메드: 이곳은 우사단, 보광동, 용산구...(웃음) 공항에서부터 사람들한테 어디가 한국의 이슬람 거리냐고 물어보고 우사단으로 왔습니다. 이곳에 와보니 이슬람 사원도 있고, 아랍인 거리도 있고, 할랄 식당도 있고,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전기 설비하는 한국인이 있는데 그 사람도 저의 친구가 됐습니다.
내레이션: 이슬람 사원이 있는 곳, 우사단길은 자연스럽게 아흐메드씨의 두번째 고향이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악세사리와 핸드폰을 팔면서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직원 2명을 둔 어엿한 ‘식당 사장님’이 됐습니다. 아흐메드씨의 식당 손님은 대부분이 친구이자 이웃입니다. 그래서 이 할랄 식당은 아흐메드씨와 같은 무슬림에게는 식당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우사단 거리에 있는 이슬람 사원.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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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식사하는 아흐메드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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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 여기서 일하는 것이 행복한가요?
아흐메드: 무슬림 동포들에게 할랄 음식을 해주는 것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내려이션: 할랄 음식은 이슬람 율법에 허용된 음식입니다. 할랄은 ‘허용된’이란 뜻이죠. 한국에도 지켜야할 법과 문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흐메드씨는 한국의 ‘할랄’이라고 할 수 있는 ‘권리금’에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흐메드: 여기는 전에 파키스탄 사람이 운영하던 식당이었어요. 그리고 다음에 제가 여기 들어와서 여기에 식당을 차렸습니다. 권리금 4천500만원, 보증금 700만원, 월세 200만원. 여기 디자인은 제가 직접 했습니다.
아흐메드씨 식당에서 요리한 할랄음식.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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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과 월세에 대해 말하고 있는 아흐메드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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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되더라도 알라신이 다른 장소 주실 것” 피디: 권리금은 한국 문화잖아요. 파키스탄, 인도에서도 권리금을 받았나요?
아흐메드: 이 전의 식당 주인도 권리금을 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식당에 들어오려면 반드시 권리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내레이션: ‘권리금’을 내고 만든 내 가게가 얼마나 소중할까요? 그래도 때마다 부는 재개발 소문에도 아흐메드씨는 의연합니다.
아흐메드: 재개발이 되면 그냥 법이 하라는 대로 나가면 됩니다.
피디: 걱정 안 돼요?
아흐메드: 처음엔 당연히 걱정이 됐습니다. 어려운 문제니까요. 2004년에 한국에 올 때 재개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해서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어요. 결국 지금까지 변화가 없었습니다.
피디: 만약에 진짜 재개발이 이루어지면 어떨 것 같나요?
아흐메드: 알라신께서 또 다른 곳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해주실 겁니다.
내레이션: 매일 올리는 하루 5번의 기도로 불안을 대신하는 걸까요? 재개발의 열풍 속에서도 아흐메드씨의 삶은 꿋꿋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기도를 하고 있는 아흐메드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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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갑자기 찾아온 아들을 보니 아흐메드씨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이 가게를 열고 1년 만에 아흐메드씨는 소중한 아들을 얻었습니다.
아흐메드: 아들의 이름은 압둘라입니다. 2017년에 태어났고 한국 나이로 두 살이에요. 이슬람에서 압두는 ‘~의 종’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압둘라는 ‘알라 신의 종’이라는 뜻입니다.
피디: 왜 그렇게 지었나요?
아흐메드: 아랍어 이름들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이 압둘라예요. 아들은 나와 알라 신의 한 조각이고 나의 일부분이예요.
피디: 아들이 귀엽네요. 누구를 닮았나요?
아흐메드: 아들은 본래 아빠를 닮습니다.(웃음)
아들 압둘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흐메디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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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메드가 재개발보다 무서운 것은? 내레이션: 아들이 태어나고 모든 것이 잘 풀리는 듯한데, 아흐메드씨에게는 큰 고민이 있습니다. 6개월에 한번 씩 받는 체류 심사입니다.
아흐메드: D-8 비즈니스 비자입니다. (D-8 비자: 국내에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려고 하는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국내 체류 비자)
피디: 아들도 체류 심사를 받나요?
아흐메드: 네. 아들, 아빠, 엄마 다 받아요. 체류 심사가 너무 힘듭니다. 매번 심사를 받는 간격이 1년이 될 수도 있고, 6개월이 될 수도 있고, 5년이 될 수도 있어요. 여기는 비자에 대한 정해진 기준이 없어요. 그게 가장 힘들어요.
피디: 다음에 또 언제 심사를 받나요?
아흐메드: 다음 달에 심사를 받습니다.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압둘라.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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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메드씨의 체류 심사일이 적힌 비자.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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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 재개발보다 거주권 문제가 더 걱정되나요?
아흐메드: 만약에 여기에서 장사를 할 수 없으면 알라신께서 다른 곳에 식당을 열 수 있게 도와주시거나 일을 하게끔 도와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한국 어느 곳에서든 장사가 잘 되더라도 한국 정부가 비자를 안 주고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어요. 이건 알라신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예요.
내레이션: 아흐메드씨의 꿈은 그저 한국에서 지금처럼 사는 것입니다.
아흐메드: 제 꿈은 여기 우사단에서 거주하는 거고 아들이 한국 학교에 가고 거주권을 가지고 안전하게 사는 것입니다. 알라 신이여, 어려움이나 슬픔에서 저를 다 지켜주소서. 기획·연출: 조성욱 피디 chopd@hani.co.kr 드론 촬영: 박성영, CG: 곽다인, 종합편집: 문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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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단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흐메드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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