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26회
서로를 감싸며 사는 곳, 우사단 사람들 3부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에디 이야기
우사단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자리잡은 마을입니다. 옛날에 보광동 산4번지에 기우제와 기설제를 지내던 우사단이 있었고, 마을의 유례가 되었습니다. 근대들어 이태원이 외국인 거리로 자리잡으면서 이태원과 이어진 우사단길에는 이슬람 사원과 할랄 음식점이 들어섰습니다. 우사단이 무슬림을 주축으로 흑인과 백인, 그리고 한국인 등 여러 인종이 뒤섞인 국제 마을로 변화가 생긴 겁니다. 여기에 젊은 예술가들과 상인들이 공예품 가게와 작업실을 내면서 아기자기한 골목길 풍경이 자리잡게 됩니다.
최근 우사단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옛 것과 새 것,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뒤섞인 이 공간에도 재개발의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이 재개발 한 가운데 선 우사단길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3차례 걸쳐 소개합니다. 마지막은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인 에디씨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여자야? 남자야?” …편견으로 가득찬 질문들“저, 남자예요” …에디가 틀렸다고 말하는 사회 “블랙티 한잔 드릴까요?” 서울 우이동 에디의 집에 갔을 때 출근 준비로 바빴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에디는 손님 챙기기를 잊지 않았습니다. 에디에겐 사람을 편하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취재를 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어리숙한 피디의 질문에도 정성껏 대답해줬습니다. 편안한 기운이 에디의 집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디가 집밖의 세상과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성 전환을 결심하고 몸이 변화하는 동안 에디는 세상의 숱한 편견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버스를 탔는데 할아버지가 제 손을 잡고 큰소리로 묻더라고요...여자야? 남자야?” 남자에게 남자라 묻지 않고 여자에게 여자라고 묻지 않는데, 에디에겐 유독 이 질문이 징그럽게 따라다녔습니다. 버스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에 당황한 에디는 결국 자신을 부정하는 대답으로 그곳을 피했습니다. “저... 남자예요.”
출근 전 화장을 하고 있는 에디.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
버스 안에서의 편견에 가득찬 질문들을 회상하는 에디.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
인파 속에 서 있는 에디.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
ODMCC 기도모임에서 웃고 있는 에디.<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
공연 연습을 하는 중간 친구들과 쉬고 있는 에디 (김성광 피디)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
우사단에서 친구와 쇼핑을 하고 있는 에디.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
“헛된 희망이라도 네가 첫 번째가 되면 되잖아!”라는 외침 그렇다고 우사단 생활이 만냥 행복했을까요? 에디와 다른 선택을 한 친구는 결국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18살인가? 19살인가? 게이였던 친구는 부모님과 다니던 교회가 세상의 전부였어요. 그런데 세상의 전부들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시작하니 견딜 수가 없었겠죠. 스스로 세상을 떠났어요.” 성소수자들에게 죽음은 너무도 가까이 있다고 에디는 말합니다. 에디가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직접 청소년 성소수자의 죽음을 마주하고 에디는 더 이상 죽음을 지켜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에디는 지금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겐 꿈의 대상이 되는 롤모델이 없어요. 한 아이는 트렌스젠더 교사가 되고 싶어해요. 트렌스젠더 교사라니? 상상이 가세요? 저희는 그 아이들에게 헛된 희망이라도 말하고 있어요. 네가 첫 번째가 되면 되잖아.”
하늘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긴 에디.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
청소년 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김성광 피디).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
우이동 집에서 반려견 ’열이’와 장난을 치는 에디.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
에디의 방에 붙어 있는 사진들.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
기사공유하기